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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열린 소치올림픽 개막식은 ‘패션 경연장’을 방불케 했다. 참가국들은 저마다 자국의 간판디자이너를 앞세워 경기 못지않은 자존심 경쟁으로 소치 스타디움을 뜨겁게했다.
물론 우리나라 대표단도 세계적 브랜드인 ‘휠라’가 공급한 단복으로 시선을 모았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 그 자체였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번에 공개된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단의 단복에 대한 “씁쓸하기 짝이 없다”고 혹평하고 있다.
개막식 퍼레이드 속에서 우리선수들의 단복은 흰색의 본 바탕에 남색이 배색된 디자인의 재킷을 입고, 상의와 동일한 색상의 남색 하의를 입어 멀리서 보면 영락없는 펭귄의 모습이었다. 전문가는 물론 일반 관람객들 사이에서 “펭귄이 걷는 것 같다” “디자인을 잘 못 제작한 것이 아니냐” “내가 중학교 때 입던 체육복 같다”며 단복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을 내놓았다.
휠라코리아는 이번 단복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태극문양와 단청을 콘셉트로 우리 고유의 정서를 표현하고자 했다고 한다. 여기에 선수들이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과학적인 패턴으로 큰 움직임에도 불편이 없도록 활동성을 높이며 방풍 방수 기능을 더욱 강화했단다.
단복은 자사의 디자이너 실장과 상품기획팀이 직접 디자인한 것으로, 출전 선수단과 코치, 스텝 등 총 160여벌을 제작했다. “선수들은 기존보다 기능성이 더 보완돼 만족하고 있다”고 휠라코리아 관계자는 밝혔다. 또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 때보다 홍보가 활성화 되지 않아 선수단 단복에 대해 일부 부정적 시각이 흘러나온 것 같다”고 주장했다.
휠라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 때는 대한체육회 공식후원사인 제일모직 빈폴과 공식파트너로서, 휠라는 스포츠 단복의 디자인을 맡으며 몇 달전 부터 모델섭외 및 단복 패션쇼 진행 등 대대적으로 언론홍보에 크게 주력했다”면서 “하지만 이번 소치동계올림픽때는 공식 후원사가 아닌 공급업체다보니 단복이 크게 공개되지 않아 일부 네티즌들로부터 혹평을 듣게 된 것” 같다고 해명했다.
물론 단복은 한국 선수단이 올림픽에서 최고의 기량을 발휘해 좋은 성과를 내주면 그만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선수단 단복과 경기복이 자국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디자인과 색상을 모티브로 해 만들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대충 만들 수 없다. 단복도 분명 국가경쟁력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세계인의 눈과 귀가 집중된 초대형 이벤트에서 우리의 패션산업을 적나라하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여서 아쉬움이 크다.
세계인의 축제의 장인 올림픽에서 개성 넘치는 단복과 경기복은 그 나라의 디자인 수준을 한눈에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의 장이다. 이번 올림픽을 통해 우리나라의 패션 산업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였는데 씁쓸한 뒷맛을 남겨 아쉬울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