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 방안은 없고, 사퇴압박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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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에서 김기식 민주당 의원은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에게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 운운하며 은연중 '사퇴'를 요구했다.이에 대해 임 회장은 평소 말한바와 같이 '사태' 수습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의원의 사퇴 압박은 계속됐다.그는 "임 회장은 작년 6월 정보유출 사고가 날 당시 고객정보관리인이었다. 직접적인 법적 책임 대상"이라고 지적하며 신제윤 금융위원장에게 "징계대상이 되느냐"고 물었다.신 금융위원장은 "예단할 수 없다, 금감원에서 검사가 진행 중인데 검사 결과에 따라 징계가 필요하면 누구든지 예외는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김 의원은 KB금융 계열사 임원들의 집단 사표 제출과 관련 "고객정보관리인으로 법적 책임이 있는 사람이 도의적으로 직접 책임을 지지 않고, 부하직원들에게 사표를 받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마치 임 회장 본인이 사퇴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잘못이라는 뉘앙스였다.임 회장은 임원 단체 사표 제출에 대해 "임원들이 심기일전해 사태를 수습하자는 차원이었고, 수습이 먼저였기 때문에 사표를 선별 수리했다"고 말했다.앞서 지난달 20일 KB금융지주에서는 모든 집행 임원이, 은행에서는 이건호 행장을 포함한 부행장급 이상 임원, 카드에서는 심재오 사장 등 전체 임원이 사표를 제출한 바 있다. 심재오 국민카드장 등의 사표는 수리됐고, 이건호 국민은행장 등의 사표는 반려됐다.
여기서 김 의원 사퇴 압박은 '낙하산 인사'로 옮겨 졌다.
김 의원은 "국민은행에 30년 이상 근무한 사람이라면 오늘 같은 태도를 보이겠냐?"며 "낙하산 인사기 때문에 직접 책임지겠다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단언했다.KB금융에서 책임을 져야할 대상은 임 회장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번 정보 유출 사고는 사실 '낙하산'과 특별한 관련이 없다. 임 회장 역시 이 같은 발언에 특별한 반응을 하지 않았다.
임 회장은 KB금융에 오래 몸담은 인물은 아니지만 2010년 KB금융지주 사장으로 KB에서의 커리어를 시작했다. 어엿한 5년차 직원이다. 장기 근속자가 회사에 대한 애정이 더 클 수도 있지만, 조직에 몸 담은 이상 그 조직의 사람이다.김 의원의 주장대로라면 KB금융에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들은 모두 '낙하산'으로 회사에 대한 애정이 없는 것일까?
금일 청문회를 돌아보면 임 회장은 연신 "죄송하다"며 "사태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고, 김 의원은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며 질책을 멈추지 않았다.임 회장은 단 한번도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발언을 한 적이 없다. 김 의원은 마치 '책임=사퇴'라는 공식을 강요하는 듯 했다.
최악의 정보유출이 일어난 상황에서 가장 먼저 완수해야할 '책임'은 '사태 수습'이다.수장이 돌연 떠나 버린 조직이 제대로 돌아갈리 만무하다. 오히려 임 회장이 돌연 사퇴를 했다면 "책임을 지지 않고 도망갔다"는 비난이 피하지 못했을 것이다.현재로서 임 회장은 물론 신제윤 금융위원장, 최수현 금감원장 등 금융권 수장들이 '책임을 질 수 있는 방법'은 현직에 남아 사태 수습에 힘쓰는 것이다.당장 엄청난 결단을 내려 이번 사태를 해결하는 동화같은 스토리는 존재하지 않는다.김 의원이 주장하는 책임은 사태 수습이 끝나고 모든 조사가 진행된 후에 이뤄져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