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전과 성공경영-뉴데일리경제 박정규] 진나라 멸망 후 수년간의 대혈전 끝에 초나라의 항우(項羽)를 물리치고 천하를 제패한 한나라의 유방(劉邦)은 B.C. 206년 수도를 시안(西安)으로 옮기고 ‘한고조’라 칭했다. 한나라는 서기 9년 왕망이 정변을 일으킬 때까지 200여년간 통일 중국을 지배하게 된다.  

     

    항우가 문무를 겸비한 귀족 출신이었던데 비해 유방은 시골의 건달 출신이었다. 그는 항우를 이길 수 있었던 요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략면에서 나는 장량에 미치지 못한다. 또 충실한 내정과, 민생의 안정, 군량 조달 전략에서 나는 소하에 미치지 못한다. 백만대군을 자유자재로 지휘하는 능력은 한신이 나보다 더 탁월하다. 나는 이 세사람을 잘 활용한 덕택에 천하를 얻을 수 있었다.”

     

    유방을 도운 세명의 걸출한 영웅 가운데 한신은 용병술이 탁월했다. 그가 지휘한 수많은 전투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이 배수진(背水陣)이다. 한신은 유방의 명령에 따라 장이와 함께 위나라를 격파한 여세를 몰아 병사 수만 명을 이끌고 조(趙)나라를 공격하였다. 조나라는 군사들을 동원하여 한나라가 쳐들어올 길목에 방어선을 구축하였다. 

     

    한신의 군대가 시야에 들어오자 20만명에 이르는 조나라 군사는 한신을 맹렬히 추격하였다. 물을 뒤로 한 군사 1만명은 필사적으로 싸웠다.등 뒤에 강물이 흐르니 싸움에 져서 죽든지 강물에 빠져 죽든지, 죽는 것은 마찬가지이므로 ‘죽기 아니면 살기로’ 싸움에 임한 것이다. 결사적인 항전에 지친 조나라 군사들이 성채로 돌아와 보니 이미 한나라 깃발이 꽂혀 있었다.한신이 매복시켜둔 군사들이 조나라의 성채를 점령했던 것이다.

     

    유방의 천하통일을 도운 인물 중 하나인 ‘소하’는 한신과 달리 한번도 전쟁터에 나가 본 적이 없다. 항상 후방에서 병력이나 물자를 보내는 일을 담당했다. 그러나 유방이 패배를 거듭했을 때도 전선에 다시 나갈 수 있었던 것은 소하의 활약에 힘 입은 바가 크다.

     

    유방이 전투에서 승리한 뒤 논공행상을 할 때 소하는 공적 1위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장수들은 ‘우리는 목숨을 걸고 싸워 이겼는데, 소하는 뒷전에서 책상에 앉아 안전하게 일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를 들은 유방은 ‘늑대사냥을 할 때 늑대를 쫓는 것은 개이지만, 그 개를 지도하는 것은 인간이다. 전쟁에서도 전방에서 싸우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후방에서 작전을 짜고, 보급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라며 ‘늑대사냥론’으로 소하의 공적을 치하했다.

     

    유방을 도운 3인의 걸물 가운데 마지막 장수인 ‘장량’은 지략가로 손꼽힌다. 장량은 다가오는 위험을 미리 감지하고 대처하는 선견적 지략이 탁월했다.

     

    유방이 항우를 물리치고 주요 공신 20여명에 대해 논공행상을 결정했지만, 나머지에 대해서는 평가가 쉽지 않아 미루고 있었다. 한 번은 정원에서 장수들이 모여 심각한 얘기를 하고 잇는 것이었다. 유방이 장량을 불러 ‘저들이 무슨 얘기를 하는가’ 물었다. 장량은 ‘반란을 꾀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유방이 논공행상을 하는데 공적을 세운 자들에게 모두 영지를 나눠 주자면 온 중국을 다 줘도 어려울만큼 부족할 것이고, 결국은 과거 잘못한 일로 소위 ‘찍혔던 자’들에게는 아무런 상도 돌아가지 않을 것이므로 차라리 반란을 일으키는게 낫다는 논리였다.

     

    대책을 묻는 유방의 질문에 장량은 ‘누가 생각해도, 폐하가 가장 미워할 것이라는 자가 누구냐’고 물었다. 유방은 ‘나를 몇 번이나 배반한 ’옹치‘는 누가 봐도 언젠가 처형당할 자’라고 대답했고, 장량은 ‘그에게 영지를 주고, 발표하면 모두 희망을 갖고 다른 일을 도모하지 않을 것”이라고 계책을 냈고 결과는 주효했다. 반란 일보 직전에서 장량의 지략이 빛을 발한 사건이다.

     

    오늘날 각 기업마다 숱한 과제들을 안고 있다. 삼성그룹과 LG그룹은 세계 스마트폰시장 성장 정체기를 맞아 어떻게 미래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느냐를 놓고 부심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해마다 되풀이되는 강성 노조의 투쟁을 극복해나가면서 세계시장 점유율을 높여나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SK그룹은 ‘총수 부재’라는 절체절명의 상황 속에서 국내-외 시장의 파고를 헤쳐가야 할 입장이다.

     

    이같은 상황을 효율적으로 타개해나가려면 탁월한 인재들을 적재적소에 잘 활용하는 것이 첩경이다. 걸출한 인재들에게 각각의 장점에 맞는 역할을 부여해 천하를 얻은 한나라 유방의 용인술은 오늘날 대기업들에게도 귀감이 될 것이다. /박정규 뉴데일리경제 대표 skyjk@new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