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전과 성공경영- 뉴데일리경제 박정규] 춘추전국시대에 대국인 진()나라가 괵()나라를 공격했을 때의 일이다. 괵나라를 공격하려면 그 옆에 있는 우()나라를 통과해야 했다. 진나라 왕은 우나라 왕에게 보석과 준마를 선물하며 길을 터 줄 것을 요청했다.

     

    이 때 우나라의 중신 한 사람이 우리와 괵나라는 서로 공존하는 관계입니다. 만일 진나라에게 길을 터줄 경우 괵이 멸망하고 머지않아 우리나라도 망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절대로 우나라 왕의 제의를 받아들이면 안됩니다하고 반대했다. 그러나 우나라 왕은 보석과 준마에 눈이 멀어 길을 터주었다.

     

    중신의 염려대로 진나라 군대는 괵을 치고 돌아오는 길에 우나라마저 공격해 보석과 준마는 물론 백성들의 재산을 약탈해 돌아갔다.

     

    한비자는 작은 이익에 얽매이는 것은 큰 이익을 해치는 것이다(顧小利 則大利之殘也)’고 경고한다. 나라는 물론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이라면 이같은 교훈을 새겨둘 필요가 있다. 정치 리더나 CEO가 자신의 욕심에 눈이 멀어 이익만 추구한다면 자신은 물론 나라, 기업마저 큰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독재자형 리더도 조직을 큰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한비자는 지적한다. 자신의 생각이 잘못됐으면서도 충신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고집을 관철시키려 하면, 오히려 명성을 잃게 되고 세상의 비웃음을 사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한비자는 한편으로 리더와 중간 관리직 성격의 직책자(임원급)의 역할은 신중을 기할 것을 주문한다. “진언은 어렵다. 진언하는 자가 충분한 지식을 익히기 어렵다는 것이 아니고, 자신의 의견을 말로 표현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도 아니다. 꾸밈없이 솔직히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어렵다는 것도 아니다. 상대방의 마음을 읽어낸 후 자신의 의견을 거기에 끼워 맞추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상사에게 진언도 맞춤형으로 하라는 얘기다. 예를 들어 리더가 명성을 중시하는 인물이라고 할 때, 리더에게 이렇게 하면 큰 이익을 올릴 수 있다고 진언하면 리더는 그를 천박하게 여기고 상대하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이익만 생각하는 사람에게 이렇게 하면 명성을 높일 수 있다고 진언한다면 그는 세상물정 모르는 자로 폄하될 것이다. 리더나 상급자에게 진언할 때는 그의 관심사 등을 미리 파악해 둘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한비자는 상대에 따른 진언방법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리더가 자만하고 있는 사실은 칭찬하라. 부끄러워하는 일은 잊게 하라. 이기적이지 않느냐며 행동하기를 주저하는 리더에게는 대의명분을 내세우며 자신감을 갖도록 하라. 높은 이상을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리더에게는 그 이상이 틀렸음을 지적하면서 실행하지 않는게 좋을 거라고 말하라. 위험한 사업을 중지하도록 조언할 경우에는 본인의 명성과 관계있다고 말하며 중지시킨 후, 우두머리 개인의 이익도 될 것이라고 암시하라.’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부일까? 그렇지 않다. 어디까지나 상사에게 진언할 때 상대의 심리와 욕망을 분석해 그 위에 입각해 설득하라는게 한비자의 논리다.

     

    한비자는 역린(逆鱗)의 논리를 편다. “용은 익숙해지면 사람이 탈 수 있을만큼 온순하지만, 목 아래에 한 치 길이 정도의 비늘이 거꾸로 나 있어 이것을 건드리면 물려죽는다. 어떤 우두머리든 이렇게 거꾸로 박힌 비늘이 있다. 그 것을 건드리지 않고 진언해야 한다고 한비자는 말한다.

     

    한비자의 논리는 리더 - 중간관리자와의 관계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동급 간부끼리, 중간관리자- 부하직원의 관계에도 역린의 논리가 적용될 수 있다. 본인이 상대방을 설득시켜 본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결과를 도출시키는 것이 현명하지, 본인의 주장과 명분, 자존심만 생각해 상대방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은채 의견을 밀어부치다 결과적으로 역효과를 낸다면 어리석은 일이 아닐까?

    /뉴데일리경제 박정규 대표 skyjk@new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