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총파업' 교수·전임의들 진료 공백 메워 “큰 차질은 없어”정부 “불법행동 영업정지 등 단호히 대응할 터”
노환규 의협 회장 “면허 취소시 15일간으로 파업 연장할 것”


대한의사협회 소속 개원의들이 결국 집단 휴진에 돌입하는가 하면 일부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도 동참해 국민 여론을 악화시키고 있다. 

이들 불법 파업은 환자 생명을 보듬어야 하는 의사가 이를 볼모로 이익을 취하려 한다는 집단 이기주의 성격 때문에 그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는 평가다.

# 의료계 일각, “정부 노력 별개 … 속 뜻 쟁취 의도적 파업”

10일 의협에 따르면 이들 총파업의 표면적 명분은 박근혜 정부가 의료 선진화 방안으로 제시한 ‘원격진료’와 ‘자회사 설립을 통한 의료법인 투자 활성화 정책’이 의료현실을 악화시킨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파업은 지난 2000년 의약분업 파업과 성격이 다른데다 의협 내부에서의 갈등 조차 만만치 않아 동력확보도 그다지 쉽지만은 않다는 게 주변의 분석이다. 대한병원협회까지 파업에 동참하지 않는 상황도 한 몫을 하고 있다.

병협은 의협이 반대하는 ‘영리자법인 설립 허용’, ‘원격의료 도입’ 등이 오히려 대형병원의 심화된 경영난을 개선할 수익 기반이 마련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에 굳이 파업에 동참해야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더욱이 이들 명분에 힘이 떨어진 까닭은 지난 1월 의사협회가 구성한 비상대책위원회가 정부와의 협상 끝에 원격의료 법제화 등을 합의해 놓고도 투표를 통해 결과를 뒤엎었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와 의협 대표는 ‘의료발전협의회’를 만들어 지난 1~2월 여섯 차례에 걸친 회의 끝에 2월18일 공동으로 협의결과를 발표했다. 

원격진료의 경우 보건복지부가 만든 개정법안을 일단 국회에 제출한 뒤 원격진료 시범사업을 먼저 하고 법안개정을 할지 아니면 법부터 바꾸고 시범사업을 진행할지 계속 논의키로 했다.

또한 의료법인의 영리자회사 설립을 담은 투자활성화 대책의 경우 자법인이 본래 설립 취지와 달리 운영되거나 1차 의료기관(동네의원 등) 병원 간 경쟁을 유발하지 않도록 보완책을 만들기로 했으며, 건강보험수가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산하 상대가치기획단에서 개선방안을 만들기로 약속하기도 했다. 

따라서 이번에는 의협이 굳이 정부와 대립각을 세울 이유도 없었다는 게 의료계 일각의 의견이다. 

그러나 지난 7일 의협은 “의협은 새누리당 국민건강특별워원회와 지속적인 논의를 거쳐 중재안을 마련했고, 당정협의를 거쳐 최원영 수석에게까지 보고했지만 최종적으로 청와대에서 중재안을 거부, 부득이하게 총파업에 돌입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 소식을 접한 박인숙 의원은 사실무근이라고 발끈하면서 의-정간의 상황은 더욱 악화되기 시작했다.

국민건강특위는 곧바로 ‘의협과 공식적 협의를 진행한 바 없다’는 반박 성명을 발표함과 동시에 박인숙 의원은 “국민건강특위 차원에서 의사협회와 논의를 한 사실이 없고, 당정 협의도 없었다. 또 최원영 수석에게 보고된 적도 없고, 따라서 청와대에서 중재안을 거부한 사실도 없다”며, “의협이 밝힌 청와대 총파업 책임론은 없는 사실을 만들어 파업 명분마저 물타기하는 전형적인 꼼수나 다름없다. 의료파업을 막기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타협의 끈을 놓치지 않고 지난 6일 밤까지 의협 측과 대화를 했으며, 그 자리엔 노환규 회장이 함께했다”고 일축했다.

이어 그는 “협상 결과가 의협 측의 뜻대로 되지 않으니 협상 중간에 논의됐던 중재안 등을 언론에 그대로 공개했다”며, “본인과의 단독협상 내용을 마치 국민건강특위와 청와대까지 개입된 것처럼 사실관계를 호도하는 의협 행태를 국민 앞에 낱낱이 밝힌다”고 강조했다.

# 한국환자단체, “정책 불만을 국민 목숨 담보로?” 강력한 법적 조치 요구

이번 총파업이 여론의 강한 비난을 받는 까닭은 의협 총파업의 숨겨진 이유가 결국 ‘건강보험료의 낮은 수가 구조에 대한 불만’인데, 이를 국민 목숨을 담보로 하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한국백혈병환우회 등 8개 환자단체는 성명서를 내고 “총파업으로 환자가 사망하거나 중대한 의료사고가 발생할 경우 의협 회장을 상대로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특히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정책에 불만이 있으면 정부를 상대로 해야지 왜 아무 잘못 없는 환자 생명을 볼모로 정부를 압박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병마와 싸우는 것만으로도 벅찬 환자를 볼모로 삼아 정부를 협박하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어떤 명분에도 그 누구에게 지지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후빈 전국시도의사회장협의회 간사 겸 충남도의사회장 역시 “시도의사회 의견은 제대로 물은 적이 없다. 단합이 불가능한 상태의 투쟁을 지속하는 건 무의미하다”며, “노 회장을 비롯한 의협 집행부와 시도의사회장이 모두 사퇴하고 이른 시일 내 대의원회 임시총회를 열어 비대위를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 정 총리 “생명 볼모 용서 못해” VS 노 회장 “면허 취소 시 파업기간 늘릴 것” 

그간 의사들은 37년동안 유지돼온 저수가 정책으로 인해 비급여 진료로 부족분을 채워야 하는 비정상적인 구조로 내몰렸다고 주장해 왔다. 진료수가가 원가의 3분의 2에 불가해 비정상적인 진료를 양산한다는 것.

실제 의료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문을 닫는 병원이 3년새 20~30% 증가하고 전체 개인회생 신청자의 40%가 의사일 정도로 의사들의 소득이 과거보다 줄어든 게 사실”이라며, “의협 지도부가 복지부와 의협대표로 구성된 의료발전협의회에서 합의된 내용을 뒤집고 강경 투쟁으로 선회한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들이 총파업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도 향후 저수가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와의 협상에서 유리한 입장에 서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인 것 같다”며, “정부도 갈수록 위기의식 코너에 몰리는 개원의사들의 현실을 고려해 이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파국을 막을 수 있는 해결방안을 하루 빨리 강구해야 할 것이다”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총파업과 관련 정홍원 국무총리는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책현안점검회의에서 “불법 행동으로 이익을 달성하려는 개인이나 집단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영표 복지부 장관도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볼모로 한 불법적인 집단 휴진은 있을 수 없다. 추가 조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또한 청와대와 정부 당국자들은 “원격진료 허용이 환자의 불편을 줄이고 더 많은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정책일 뿐 의료 민영화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노환규 의협 회장은 지난 8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SNS)에 “휴진 참여 의사에 대해 면허 취소를 강행할 시, 당초 24일부터 29까지 6일로 예고한 2차 파업계획을 15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휴진 참여율과 관련 “개원의들은 지역별로 큰 차이를 보일텐데 전공의(전국1만7000여명)들은 70~80% 정도가 참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 동네 의원 20~30% 휴무, “119·120 진료 병원 안내, 동네 보건소 진료 가능”

한편 전공의협의회 송명제 비상대책위원장(명지병원 응급의학과)은 "100명 이상 수련의가 근무하는 전국 70개 병원 가운데 62개 병원 대표가 참석해 47명이 파업에 찬성했다"며 "전국 50개 병원 전공의들은 파업에 동참했다"고 말했다.

전공의들은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의 필수 진료 인력을 제외하고 진료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으며, 24일부터 6일간 이어지는 2차 파업 때는 필수 진료 인력까지 포함해 전면 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1만7000여명의 전공의 가운데 세브란스병원을 제외한 서울 시내 주요 대학병원 소속 전공의들(약 3400명)은 동참하지 않기로 했다. 

의료계는 전공의들이 대거 파업에 동참하더라도 교수·전임의들이 하루 정도는 진료 공백을 메우기 때문에 10일에는 큰 혼란이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10일 집단 휴진 사태는 동네 의원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병원은 대부분 문을 연다. 따라서 급한 환자는 동네 의원보다 바로 큰 병원으로 가는 편이 현명하다. 

또한 가벼운 병은 동네 보건소에서 진료받을 수 있으며, 11일부터는 동네 의원들이 정상 진료를 하기 때문에 참을 수 있다면 병원 방문을 하루 미루는 것도 방법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병·의원을 방문하기에 앞서 진료 여부는 119나 보건복지부 콜센터(국번 없이 129), 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
 
 

  • ▲ '문 닫은 동네 병원, 붐비는 대형 병원' (서울=연합뉴스) 신준희·김주성 기자 = 10일 집단 휴진에 참여한 여의도의 한 피부과에 "급하신 분은 여의도 성모병원으로 가세요"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왼쪽). 비슷한 시간 여의도 성모병원 접수 창구에 평소보다 많은 환자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오른쪽). 2014.3.10
    ▲ '문 닫은 동네 병원, 붐비는 대형 병원' (서울=연합뉴스) 신준희·김주성 기자 = 10일 집단 휴진에 참여한 여의도의 한 피부과에 "급하신 분은 여의도 성모병원으로 가세요"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왼쪽). 비슷한 시간 여의도 성모병원 접수 창구에 평소보다 많은 환자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오른쪽). 2014.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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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휴진합니다"(청주=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원격의료 등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대해온 대한의사협회가 오는 10일 집단휴진을 강행키로 한 가운데 9일 오후 청주시 흥덕구 사직동의 한 병원 출입문에 휴진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여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