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억달러 규모 특허 재판이 벌어지고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법정에서 ‘애플 타도’ 메모의 당사자인 데일 손 전 삼성텔레커뮤니케이션즈 아메리카 대표가 나와 ‘삼성이 애플을 앞선 것은 마케팅 전략 때문’이라고 증언했다고 블룸버그를 비롯한 미국 언론들이 15일 보도했다.

     

    블룸버그 등은 현재 삼성전자 본사에서 신종균 사장 자문역을 맡고 있는 데일 손 전 대표가 ‘삼성이 애플을 앞선 것은 마케팅 전략 때문’이며 배심원들에게 ‘애플의 주장이 당혹스럽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손 전 대표는 삼성이 AT&T, 버라이존, T-모바일 등 대형 판매법인들의 의견을 긴밀히 반영하면서 미국의 휴대폰 소비자들이 원하는 다양한 모델을 개발해 공급했다고 밝혔다. 반면 ‘아이폰 모델은 아주 인상적이고 좋은 제품이지만 AT&T만이 독점 공급했고, 299달러 가격도 소비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그는 평가했다.

     

    그는 "2006년 삼성에 합류했을 때 미국 매출이 적었으나 애플이 아이폰을 도입한 시기인 2007년께부터 급속하게 증가했다"며 "삼성의 시장점유율은 2010년 10%대였으나, 마케팅 전략이 소비자들의 호응을 받으면서 2012년 30%대로 상승했다"고 증언했다.

     

    애플측 변호인들은 손 전 대표가 직원에게 건넨 ‘삼성의 생존전략상 애플을 타도해야 한다’는 내부 메모를 언급하면서 그가 어디까지 삼성의 애플 특허 내용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추궁했으나, 손 전 대표는 ‘모든 스마트폰은 수백가지의 특징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애플 측은 당시 삼성이 한 해에 평균 18종의 스마트폰을 쏟아내면서 미국법인 경영진과 어떤 수준의 정보를 교류했는지 확인하려 했다. 애플 변호인들의 질문에 손 전 대표는 “애플이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하는 ‘자동검색’ 기능의 경우 하나의 특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나는 주로 마케팅을 담당했기 때문에) 어떤 모델의 어느 기능을 삼성이 직접 발명했는지 알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또 다른 증인으로 출석한 UI 수석 디자이너인 김영미 씨는 애플의 디자인 복제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 씨는 이날 증언에서 “우리가 애플과 똑 같은 작업을 했더라도 우리 제품을 차별화하는 데 별다른 이점이 없었을 것”이라면서 “따라서 (애플 특허권을 베꼈다는 주장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밀어서 잠금 해제’는 애플이 삼성을 비롯한 안드로이드 진영을 공격할 때 단골로 동원하는 특허권이다. 애플은 ‘밀어서 잠금 해제’를 비롯한 특허권 5개 침해 혐의로 삼성에 21억9,000만 달러 배상금을 요구하고 있다.

     

    애플 측이 이날 공개한 삼성 내부 문건에는 “아이폰처럼 좀 더 예민한(sensitive) 잠금 해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권고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에 대해 김 씨는 “삼성 시스템은 2009년 이미 확정된 반면 해당 문건은 2010년 작성된 것”이라면서 특허 침해 주장을 일축했다.

     

    한편 삼성은 자신들의 제품이 애플 특허권과 다른 기능들을 대거 포함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대형 화면을 채용한 점을 비롯, 분리 가능한 배터리, LTE, NFC 센서 등이 삼성이 내세운 차별화 포인트다.

     

    애플은 지난 주 합리적인 로열티와 잃어버린 수익이란 두 가지 기준을 근거로 통합 검색을 비롯한 특허권 5개를 부당 활용한 부분이 삼성 쪽 판매 증진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삼성 쪽에선 특정 기술보다 더 중요한 건 브랜드와 운영체제(OS)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 부분은 앞으로 전개될 삼성 쪽 공세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