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돈 횡령 사실이지만, 반환했으니 문제없어""안일한 발상… 내부통제 될 리 없어" 금융권·법조계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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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영업점 직원이 고객 돈을 1억원 가량 빼돌린 사고가 발생했다.
신한은행은 이런 사고가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나서야 적발하고, 해당 직원을 형사 고발하지 않는 등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신한은행으로부터 자사 지점의 차장급 직원 1명이 고객 돈을 횡령했다는 내용의 신고를 접수받았다. 이 직원은 한 달간에 걸쳐 고객 돈 1억원을 빼돌려 탕진했다.
이번 신한은행 직원 횡령 건은 지점 자체 감사에서 잡히지 않았다. 이후 본점 감사에서 적발됐다.
신한은행은 문제의 직원을 검찰에 고발하지 않기로 했다. 이 직원이 돈을 모두 갚았다는 이유다. 신한은행은 이 과정에서 한 달여 동안 문제를 적발하지 못해 내부통제 부실을 드러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이 사고와 관련해 감사를 계속 진행 중이며 해당 직원도 조사받고 있다"면서 "그러나 검찰에 고발할 정도의 사안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횡령한 돈을 모두 반환했다는 이유로 해당 직원을 고발하지 않는 것을 두고, 금융권과 법조계는 비난과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횡령 사건에 대한 신한은행의 인식이 그 만큼 안일하며, 이런 상황에서 내부 통제가 제대로 될 리가 없다는 것이다.
정진연 전 숭실대 법과대학 교수는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에 대한 영득하는 순간 그 죄가 발생하며, 이를 추후에 반환한다 해도 그 죄가 사라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횡령 금액을 반환했다는 이유로 이를 문제 삼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에서 횡령죄로 처벌받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반환만 하면 무죄라니, 그야말로 범죄자들의 천국이 되지 않겠느냐"며 "돈을 돌려줬으니 고발하지 않겠다는 발상엔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사 종사자는 "이번 사태는 신한은행의 내부통제가 얼마나 부실하며, 횡령 사건을 얼마나 안일하게 보여주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단적인 예"라고 주장했다.
그는 "고객 정보 유출 건이 잊혀지기도 전에 또 문제가 터졌다. 그나마도 철저히 해결하고 재발 방지 의지가 확실해도 모자랄 판에, 문제없다고 변명하기만 급급하다"며 "고객 돈을 빼돌린 사고다. 얼마나 고객이 우습게 보였으면, '반환했으니 괜찮다'는 반응을 보이겠느냐"고 말했다.
이 종사자의 말처럼, 신한은행은 고객 정보 유출 건으로도 금융당국의 제재를 앞두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10월 국정감사 당시, 야당 정치인 일부의 계좌를 불법 조회했다는 혐의를 받아왔다.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은 지난 2010년 4월부터 9월까지 신한은행 경영감사부와 검사부가 조회한 150만건에 대한 전수 조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 내부 직원의 무단 조회가 나온 것이다. 금감원은 내달 말 해당 건에 대한 징계를 실시할 방침이다.
신한은행은 2010년 11월 신한사태 당시 라응찬 전 회장의 차명계좌 개설로, 2012년 7월에는 동아건설 자금 횡령 사건 연루로 기관경고를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