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산업구조 고도화·ASEAN 시설투자로 한국 턱 밑까지 추격
  • ▲ 중국·ASEAN 등 신흥국이 나름의 전략을 통해 한국 경제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사진은 중국 내 한 자동차 공장. ⓒ 연합뉴스
    ▲ 중국·ASEAN 등 신흥국이 나름의 전략을 통해 한국 경제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사진은 중국 내 한 자동차 공장. ⓒ 연합뉴스

    "'신 샌드위치 위기'가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한국경제의 3대 허들과 5대 대응과제'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내린 한국경제의 진단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은 정체 상태다. 대규모 자본을 축적한 중국의 추격과 대량생산체제의 한계에 도달한 셈이다. 실제 1980년대 8.6%에 달했던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90년대 6.4%, 2000년대 4.5%, 그리고 2010년대 3.6%로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4년 후 2.4%, 17년 후 1%로 떨어져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을 밑돌 것으로 전망했다.

◇ 신흥국 추격 턱 밑… 한국 경제 추월당할라

'신 샌드위치' 위기란 대한민국 경제가 선진국에 눌리고 후진국에 쫓기는 모습을 보이며 중간에 끼인 채 꼼짝달싹 못하고 있는 모습을 샌드위치에 비유한 것이다. 상공회의소는 "한국경제에 대한 신흥국의 빠른 추격과 선진국의 역습으로 대외여건이 갈수록 불리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제조업은 통상임금 범위확대, 화학물질 등록의무화 등 노동·환경분야의 규제 신설로 투자와 일자리 창출이 더욱 어려워진 상황에 직면했다.

반면 신흥국의 경우 나름의 전략으로 한국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보고서는 "중국은 고급두뇌유치, 해외기업 M&A, 미래기술에 대한 R&D투자로 선진기술 캐치업과 산업구조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중동·아세안(ASEAN)은 자원과 노동의 고부가가치화를 위한 대규모 시설투자를 진행 중"이라고 분석했다. 세계 GDP 대비 한국의 비중은 2000년 1.8%에서 지난해는 1.9%로 거의 제자리걸음인 데 비해 신흥국들은 37%에서 50.4%로 급상승하여 한국경제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세안은 브루나이·캄보디아·인도네시아·라오스·말레이시아·미얀마·필리핀·싱가포르·태국·베트남 등 10개국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중국의 경우, 산업구조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빠르게 움직이는 '패스트 무버(fast mover)'가 되기보다는 가장 먼저 움직이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되겠다는 작전이다. 외국사의 국내 유치를 통해 기술을 습득하던 시대를 마감하고 이제는 산업별 주도품목을 늘려가겠다는 전략이다. 중국의 산업전략 변화는 이미 중국 내 외국사에 주던 혜택을 줄이면서 오히려 자국기업의 기술력을 뒷받침하는 전략으로 수정하고 있다. 전기전자·반도체·자동차·에너지 분야 등 각 산업분야별로 그 변신은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 中-ASEAN 연합 전선, 한국에 치명타 될까

한국 경제를 추격하고 있는 중국과 아세안이 연합 전선을 펼치고 있는 것도 주요 변수 중 하나다.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제창한 '해상 실크로드' 건설을 위해 각 지방정부가 손을 맞잡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디이차이징르바오(第一財經日報) 보도에 따르면 중국 광시(廣西)자치구 광둥(廣東)성 푸젠(福建)성 하이난(海南)성 등 아세안 국가와 근거리에 위치한 중국 지방정부들이 잇달아 해상실크로드 전략 구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현재 푸젠성은 아세안 정부 기관과 화교단체 및 업계협회와 함께 '중국–아세안 해상협력기금' 프로젝트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푸젠성 샤먼시 관계자는 "해상 실크로드 건설을 계기로 아세안 진출 발판을 마련해 신흥시장을 집중 개척해 기업들의 글로벌 투자를 적극 장려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푸젠성 인근의 광둥성도 해상실크로드 전략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앞서 광둥성 쉬샤오화 부성장도 연초 "광둥성은 중국 지방정부 중 아세안과 교역액이 가장 큰 지역"으로 중국 당국의 해상 실크로드 건설 전략에 광둥이 포함되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해상실크로드는 시 주석이 지난 해 인도네시아 방문 당시 국회 연설에서 제시한 개념이다. 당시 시 주석은 중국은 '아시아 사회기반시설(인프라) 투자은행'을 설립, 아세안을 포함한 이 지역의 개발도상국에 대한 인프라 건설을 지원하고자 한다며 이러한 제안을 내놨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2년 중국과 아세안 양자간 교역액은 4000억 달러를 돌파해 2013년엔 전년 대비 10.9% 늘어난 4436억1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한국을 턱 밑 까지 추격하고 있는 이들 국가의 연합 전선이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한국 경제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