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 강국 미국, 일본, 독일 등 부흥 정책 선언 및 실행美 셰일가스, 3D 프린터 혁명 통한 신사업 구상, 日 '양적완화' 집중'IT+제조업' 카드 꺼낸 독일... "한국도 中 따돌릴 돌파구 찾아야"
  • ▲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3월 27일 독일의 제조업 상징으로 꼽히는 베를린 지멘스 가스터빈공장을 방문했다. 박 대통령은 조 캐져 지멘스 회장과 공장을 시찰하고 한국에 대한 투자 등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연합뉴스
    ▲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3월 27일 독일의 제조업 상징으로 꼽히는 베를린 지멘스 가스터빈공장을 방문했다. 박 대통령은 조 캐져 지멘스 회장과 공장을 시찰하고 한국에 대한 투자 등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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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1세기 제조업 전쟁이 시작됐다. 

    선진국들이 일제히 '제조업 부활'을 위한 경쟁에 돌입한 것이다. 한때 서비스업에 밀리는 듯 보이던 제조업은 다시 국가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핵심으로 부상했다. 제조업 전통강국인 미국과 일본, 독일의 행보가 바빠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 이들 선진국들은 제조업의 기술혁신을 위해 정책 비전을 제시하고, 실행에 나섰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나서 '제 3의 산업혁명'으로 제조업을 부흥시킬 것을 수차례 선언했다. 지난해 아베노믹스를 발표한 일본은 수출 기업의 실적 개선을 위해 엔저와 양적완화 정책을 펴고 있다. 

    제조업 살리기의 모범적 사례로 꼽히는 곳은 독일이다. 독일은 2010년부터 꾸준하게 '인더스트리4.0'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차세대 제조생산 시스템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선진국들이 '제조업 부활'을 선언하자 글로벌 시장의 분위기도 술렁이기 시작했다. 제조업으로 성장 위기를 타파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 선진국에 비하면 투자나 인프라 면에서 뒤쳐지는 게 현실이다. 

    우리사회 전반에도 전통 제조 강국의 사례처럼 '제 2의 성장'을 준비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6일 국내 제조업 대도약을 위한 '제조업 혁신 3.0' 전략 방안을 제안하면서, 제조업 부흥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 급성장하는 중국 따돌리기 위해 선진국 '제조업'에 박차 

    선진국은 왜 다시 제조업에 목숨을 건 것일까.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의 제조기술 경쟁력이 강화되자 여기에 위협을 느꼈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제조업 업그레이드' 관련 정책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발전 속도는 가히 눈부시다. 중국은 IMD(국제경영개발연구원) 국가경쟁력 순위 중 기술인프라는 2001년 47위에서 지난해 20위로, 같은 기간 과학 인프라는 26위에서 8위로 급상승했다. 

    첨단제품의 수출 비중만 놓고 봐도 중국의 상승세는 압도적이다. 중국의 수출비중 추이는 8%에서 최근 3년 만에 24%로 급증했지만 일본은 지속감소하고 있으며, 미국은 감소 후 정체를 보였다. 그나마 독일은 현상 유지를 하며 자존심을 지킨 모양새다.

    미국과 일본, 독일이 제 2의 제조업을 부활시키지 못한다면 제조강국이라는 타이틀마저 중국에 내줄 위기에 처했다. 서두르지 않으면 뺏긴다는 위기의식이 사회 전반에 팽배해진 것이다. 

    아직까지 기회는 있다. 중국이 무섭게 쫓아오고 있지만 현 시점에서는 전통 제조강국들이 여전히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가 2010년 지표를 기준으로 최근 집계·발표한 '2012∼2013년 세계 제조업 경쟁력 지수'에서 일본(0.5409점)·독일(0.5176점)·미국(0.4822점)이 나란히 1, 2, 3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4위에 올랐으며, 중국은 7위권에 머물고 있다.

  • ▲ 지난해 9월 런던에서 열린 '디자인 런던' 전시회를 찾은 참관객들이 '3D 프린터' 시연을 호기심 어린눈으로 지켜 보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해 9월 런던에서 열린 '디자인 런던' 전시회를 찾은 참관객들이 '3D 프린터' 시연을 호기심 어린눈으로 지켜 보고 있다. ⓒ연합뉴스

  • ◇ 미국은 셰일가스, 3D로 혁명 준비… 일본은 엔저로 수출기업에 '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제조업 살리기에 사활을 걸었다. 싸고 풍부한 셰일가스 공급의 힘을 빌려 제조업을 부활시키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지난 2011년부터 미국은 석유제품 순수출국으로 전환했다. 지난해에는 18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원유 생산량이 수입량을 앞지르면서 셰일가스 혁명을 예고한 바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말처럼 에너지 흐름이 미국 중심으로 재편되는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업계에서도 미국 셰일가스 생산 증가로 에너지 가격이 낮아지면, 미국 제품이 가격경쟁력을 갖게 돼 다시 한 번 '미국 제조업의 르네상스'가 열릴 수 있다는데 의견이 모이고 있다. 천연가스를 원료로 쓰는 산업에서 일자리가 늘어나고 경기가 좋아지는 등 긍정적 요인이 발생한다는 얘기다. 

    이상화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의 셰일가스와 타이트오일 개발 등 비전통적 자원의 부상으로 에너지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미국 제조업이 살아나며 세계 경기 회복세를 수년간 이끌 것"이라고 설명했다.

    3D 프린터 혁명도 준비 중이다. 미국은 제조업 부흥을 위한 10개 핵심 제조 기술 중 하나로 3D 프린팅 기술을 선정하고, 10억 달러의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3D 프린터는 별도의 제작 장비 없이 도면만 있으면 머릿속 아이디어를 상품화 할 수 있다. 전통적인 제조 방식과 달리 제품 구상과 제작이 간편하고, 비용도 아낄 수 있다. 공장 설비 없이도 제품을 만드는 게 가능해지는 것이다. 미국은 3D 프린터 시장으로 제 3의 산업혁명을 일으킨다는 큰 그림을 그려놓은 상태다. 

  • ▲ 아베노믹스로 시작된 일본 양적완화 정책이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 아베노믹스로 시작된 일본 양적완화 정책이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 일본은 마음이 더 급하다. 전통 제조강국으로 1990년대 전자와 자동차 시장을 쥐고 흔들었지만 최근에는 한국기업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니와 샤프, 파나소닉 등 소위 잘나가던 전자업체들은 글로벌 시장서 한발 밀려난 지 오래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 기업이 그 자리를 파고 든 탓이다. 

    아베 일본 총리는 지난해 일본 열도에 '아베노믹스(Abenomics·Abe Shinzo+Economics)'라는 화두를 던졌다. 아베노믹스는 크게 3가지 핵심 정책을 포함한다. 금융통화 부문에서 광범위한 양적완화와 공격적인 재정 정책 마지막으로 제조업 부활을 목표로 한 산업구조 개혁안이다. 

    아베노믹스는 자국 통화가치를 떨어트려 수출 가격 경쟁력을 높이자는 게 핵심 골자다. 일본은 양적 완화 정책을 취해 통화량을 팽창시킴으로써 엔화의 약세를 유도했으며, 이를 통해 일본 수출 기업들의 실적은 개선될 수 있었다. 하지만 실질적인 경쟁력 재고가 없이는 제조업 부활은 어렵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 "한국, 'IT+제조업' 추진하는 독일 사례 배워야"

    전문가들은 독일처럼 한국 제조업도 돌파구를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독일이 제조업 부흥의 모범 사례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은 지난 2010년부터 '인더스트리4.0'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IT와 제조업의 융합을 통해 제조 생산 패러다임의 전환을 노리고 있다. 융합 제조업은 고용 창출을 이뤄낼 핵심 열쇠로 꼽힌다. IT와 제조업이 만나면 산업의 확대를 가져오면서 고용에 대한 기여도를 높이게 된다는 것이다.

    독일은 차세대 산업으로 불리는 사물인터넷과 제조업을 융합하는 사업도 펴고 있다. 3D 프린팅, 생산로봇, 가상현실, 빅데이터 분석 등을 결합해 획기적인 생산성 향상과 고객 맞춤 제품 생산을 목표로 한다.

    이 같은 꾸준한 노력으로 독일은 제조업을 국가기반 산업으로 이어가고 있다. 2012년 2400억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도 약 2000억달러 이상의 흑자를 일궈냈다. 폭스바겐, BMW, 지멘스, 바이엘, 보쉬, BASF 등 대기업과 1300개가 넘는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이뤄진 제조업 군단이 만들어낸 결실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장균 수석연구위원은 "한국도 주요 선진국처럼 기존 정책을 재검토해 '제조업 업그레이드 전략'을 담은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면서 "국가적 차원의 제조업 R&D 정책을 수립하고, 범부처 차원에서 프로젝트 관리, 규제 해소, 개발 기술 보호 등을 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전자와 제조업이 강점이기에 독일처럼 IT와 제조업의 융합을 통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면서 "제조업 분야에서 자동화 등으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면, IT+제조업분야에서는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