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기반 확대 우선' VS '증세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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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뜩한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2015년, 빚더미가 몰려온다'의 저자 박종훈은 한국경제가 빚더미에 시달려 이미 대붕괴의 파고에 올랐다고 진단한다.
경제관료 출신의 이용섭 전의원은 해마다 늘어나는 재정적자로 인해 박근혜 정부 임기말이면 국가재정이 파탄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우리나라 경제두뇌들의 집합소인 한국은행도 한국경제가 부채에서 헤어나지 못할 경우 2030년 국가부도상황을 초래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빠른 속도로 '빚더미 공화국'으로 전락하고 있는 '대한민국호'에 대한 우려다.정부와 공공기관은 물론 일반 가정과 자영업자의 부채 총합이 무려 '2000조'가 넘는다.
최근들어 더욱 심각해지는 것은 악성부채로 불리는 국가의 적자성 채무다.
돈을 써야할 곳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데 경기침체에 따른 세수부족으로 늘 적자에 시달린다.
일각에선 거듭 증자를 주장하고 있지만 국민들의 조세부담과 기업들의 투자의욕을 함께 고민해야하는 정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전전긍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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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정부의 적자구조...적자성 채무 급증
우리나라 부채 문제의 심각성은 각종 지표를 통해 고스란히 드러난다.지난 4월 정부가 심의·의결한 '2013 회계연도 국가결산'에 따르면 중앙정부의 지난해 부채는 1117조3000억원에 달했다. 1년전인 2012년 902조 보다 무려 215조가 늘어났다.
회계기준을 발생기준으로 바꾸면서 공무원 연금 등 미래에 발생할 연금 지출을 미리 반영한 데 따른 '착시 효과'지만 개혁의 시급성을 보여주는 지표임은 분명하다.
현금주의에 입각한 국가채무는 482조6000억원(중앙정부 464조원+지방정부 18조5000억원)으로 전년보다 39조4000억원 증가했다.
5천만명 기준으로 국민 1인당 국가채무는 960만9000원으로 78만원 가량 늘었다.
국가채무중 이른바 악성으로 불리는 적자성 채무도 246조로 사상 처음 50%를 넘어섰다. 적자성 채무는 향후 국민들이 세금으로 반드시 갚아야 하는 빚으로 외환·융자금 등 자체상환재원을 보유한 금융성 채무와 대비된다.
이번 세대가 갚지 못하면 미래 세대가 해결해야 할 떠넘기기 채무인 것이다.
적자성 국가채무를 보전하기 위한 적자 국채 발행 규모도 200조원을 넘어서 5년만에 배증했다.
빚이 빚을 부르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면서 경제의 덫이 되고 있다.
올들어서도 사정은 좀체 나아지지 않고 있다. 1분기 나라살림은 극심한 세수 부족으로 24조8000억원의 적자를 냈다.기획재정부의 '5월 재정동향'에 따르면 2014년 1~3월 정부 총수입은 84조1000억원, 총지출은 101조6000억원으로 통합재정수지는 17조5000억원의 적자가 났다.
또 정부의 재정건전성을 가늠하는 지표인 관리재정수지도 24조8000억원의 적자를 냈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에서 정부가 당장 쓸 수 없는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기금 흑자분과 공적자금상환소요를 차감한 액수다.
정부는 국가채무 규모가 아직은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총괄적인 대비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김상규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우리나라 일반정부 부채는 GDP 대비 36.6% 수준으로 OECD 평균인 107.4%에 비해 건전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재정위험과 고령화에 따른 복지지출 증가 등에 대비해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저성장으로 인해 세입 여건이 녹록하지 않은 상황에서 복지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지출 확대로 부채가 증가하고 있는 실정을 감안해 전면적이고 항구적인 세출 구조조정 등을 통해 나라살림을 재정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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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금은 안걷히는데… 손 벌리는 곳은 수두룩
나라살림 적자의 원인은 경기 부진에 따른 극심한 세수 부족 때문이다.올해 걷어야할 세금 216조5000억원 가운데 1분기까지 징수한 세금은 48조8000억원으로 세수진도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슷한 22.5%에 그쳤다. 세외수입은 6조9000억원에 그쳐 1분기 진도율이 지난해보다 오히려 악화됐다.
석달째 재정 적자가 지속되면서 나랏빚도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3월말 기준 중앙정부 채무는 474조9000억원으로 2013년 결산 464조원 대비 10조9000억원 증가했다.
올들어 4월까지 총수입은 125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조원 가량 늘었지만 예산대비 진도율은 34.1%로 오히려 0.5%p 낮다.관리재정수지도 지난해 보다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16조4000억원 적자다. 씀씀이를 줄이지 않는다면 균형재정 달성은 요원해 질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가 돈을 써야할 곳과 손을 벌리는 곳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지난 6.4지방선거 당선자들이 제시한 공약 소요비용은 대략 22조에 달한다. 페이고 원칙을 적용하더라도 당선자들이 중앙정부에 요구하는 금액만도 10조가 넘을 태세다.
여야간 경쟁이 붙으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난 복지관련 예산부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공약 가계부'를 위해서는 2017년까지 총 135조의 재원이 필요하다.
재정여건은 여전히 어려운데 정부 각 부처의 '일단 따놓고 보자'식 예산 요구 행태는 올해도 되풀이됐다. 재정혁신을 강조했지만 별반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다.기획재정부가 지난달 26일 각 부처가 제출한 2015년도 예산 요구 규모를 취합한 결과 377조원으로 올해 대비 6.0% 21조2000억원이 늘었다.
기재부는 예년보다는 다소 낮은 수준으로 요구했다고 설명을 달았지만 재정지출 증가율을 3.5% 수준으로 관리하겠다고 했던 것에 비해서는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석준 기획재정부 2차관은 "경기가 안 좋아 세수는 늘지 않지만 돌봐야 할 대상자와 지출이 늘어 늘 적자가 된다"며 "국가보조금이 법으로 정해진 것이 있고 재량적으로 줄일 수 있는 것이 있는데 복지 관련 예산은 대부분 법으로 정해져 있어서 항상 부족하다"고 말했다.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재정위기 가능성이 커질 수 밖에 없다"며 "균형재정 달성을 위해 세금을 더 걷든지 아니면 재정지출을 줄여야만 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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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세 필요 VS ...경제활성화 우선'
경제성장을 통해 재정증가율을 낮추고 국가채무수준을 유지하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세수확보계획'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우선 경제상황이 나쁘다. 당초 올해 4.0%, 내년 4.2%로 성장률을 예상했지만 불가능에 가깝다. 몇몇 민간 경제연구소에서는 이미 올해 성장률을 하향조정하고 있고 한국은행도 조만간 3%대로 수정할 전망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한다면 올해 뿐만 아니라 내년 세수를 과연 제대로 확보할 수 있을지도 장담하기 어렵다.
세월호 참사 여파로 경제적 심리 상태가 위축돼 활력을 잃고 회복세마저 매우 더디게 나타나고 있다. 세계경제의 성장률이 하향 조정되는 등 대외 환경도 어려워져 수출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증가한 세출을 감당할 수 있는 세수 확보가 어려운 상황으로 중기 재정계획의 목표였던 재정수지 적자 해소도 실종될 가능성이 크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일부 정치권과 학자들의 증세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야당의원들은 "증세 없는 복지라는 공약에 얽매여선 안 된다"며 감세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심각한 재정파탄이 빚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정부시절 국가부채가 심각해진 것은 세입면에서 급속한 위축이 발생했고 균형재정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 지출을 과다하게 억제했기 때문"이라며 "복지지출을 늘이기 위해 법인세와 소득세 모두 올릴만한 여력이 있다"고 밝혔다.
2012년 기준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 20.2%가 OECD 평균 26.7%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염두에 둔 주장이다.
하지만 정부와 또 다른 학자들은 입장을 달리한다.
정부는 여전히 증세의 '증'자도 꺼내지 않는다. 경제활성화에 방향을 두고 세출세입구조 개선과 지하경제 양성화를 병행한 후 그래도 안되면 증세를 논의하는게 순서라는 얘기다. 차기 경제사령탑인 최경환 후보자도 대표적인 감세론자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과 국민들의 체감 부담률이 상당히 괴리감이 있다고 지적하며 세원 투명성을 제고해 국민들의 체감 부담률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원칙도 중요하지만 숨은 세원을 찾아내 과세하는 것에도 신경써야 한다는 의견이다.
엇갈린 의견속에 정부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임계점에 임박한 정부의 재정적자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