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노동·환경규제 발묶여 전전긍긍... "제조업 활성화 지원정책 펼치는 선진국"박근혜 대통령, '제조업 부흥에 국가 역량 집중 및 시장선도 위한 혁신'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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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제조업의 대도약을 위한 제조업 혁신 3.0 전략을 함께 만들어갈 것을 제안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국내 제조업 대도약을 위한 제조업 혁신 3.0 전략 방안을 제안했다. 박 대통령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들은 제조업 부흥으로 국가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역시 제조업을 통한 시장선도를 위해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이 나서 제조업 부흥을 강조할 만큼 우리나라는 제조업이 중요한 강국이다. 유엔 자료에 따르면 한국 제조업 경쟁력은 일본, 독일, 미국에 이어 세계 4위 수준에 올라있다. 184개 회원국 중 제조업 성장률 5위, 규모 7위, 비중 6위를 차지할 정도다. 

이렇듯 제조업은 우리나라 산업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여러 규제에 묶여 제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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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동 환경 규제 압박 "경쟁력 유지 위한 속도조절 필요"

    제조업을 어렵게 하는 가장 큰 규제로 꼽히는 것은 '노동·환경규제'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현재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시장은 '제조업 르네상스'를 이루기 위해 기업 경영환경 개선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우리는 반대로 노동·환경규제를 대거 도입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제조업 환경의 어려움에 대해 지적했다. 

    우선 최근 크게 대두 되고 있는 통상임금 확대, 2016년부터 정년 60세 의무화, 근로시간 단축, 정리해고 요건 강화, 사내하도급 사용규제 등에 대한 규제는 업계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로 인한 사측과 노동조합 간의 대립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례로 국내 최대 노조인 현대자동차 노조와 사측은 통상임금 두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노조 측은 정기상여금, 복리후생비, 휴가비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킬 것과 기본급 인상,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사측이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노사간 갈등으로 빚어지는 생산 차질에 갈수록 높아지는 비용상승은 국내 제조기업들의 힘을 빠지게 하는 일"이라며 "이는 기업들의 일자리 창출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뿐 아니라 내년부터 탄소배출권 거래제, 저탄소차협력금제, 화학물질등록 및 평가법, 화학물질 관리법(화관법) 규제가 일제히 시작된다. 

    특히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라 부담금을 부과하거나 보조금을 주는 저탄소차협력금제도에 대한 업계의 불만이 만만치 않다. 최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대한상공회의소 등 10개 산업단체는 저탄소차협력금제가 도입되면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을 위한 경제, 산업 전반의 제조기반이 약화될뿐 아니라 글로벌 경쟁력 약화, 고용감소 등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이에 대한 재검토를 주장했다. 

    한국경제연구원 또한 저탄소차협력금제도가 시행되면 자동차 평균가격이 243만원 정도 인상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2020년에는 소비자 부담금이 2조 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사하며 이 가운데 2조원 가량이 국산차 구매자의 몫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제도 도입 첫 해에 국산차 5000대, 수입차 15000대 판매가 줄어들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쏟아지는 노동, 환경규제에 대해 강도와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 별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각 규제의 단계적 시행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제조 기업 '다양한 지원 정책' 요구

    미국, 독일, 일본 등의 선진국가들은 제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자국 기업의 U턴(회귀) 독려를 위한 정부 차원의 혜택 마련에도 앞장서고 있다.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리메이킹 아메리카(Remaking America)' 정책으로 제조업 부흥을 추진하면서 자국 기업의 국내 복귀도 촉구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기업 설비 투자를 위해 35%에 달하던 법인세를 25%로 낮추려 하고 공장 이전비를 최대 20%까지 지원하고 설비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2년으로 연장했다. 이에 중국, 인도 등에 나간 100여 개의 기업들이 복귀하는 등 반응을 보였다. 

    독일의 경우 1981년 56%에 달하던 법인세를 2008년 15%로 낮췄으며 가업상속 공제율 역시 35%에서 2009년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85% 또는 100%까지로 인상했다. 아울러 제조업 혁신을 통한 경제성장을 위해 '인더스트리 4.0' 전략을 추진, 제조업과 ICT 기술을 접목해 생산성 향상을 꾀하고 있다.

    일본 역시 40.69%에 달하던 법인세를 2012년 38%로 낮췄으며 내년에는 35.64%까지 낮추기로 했다. 덕분에 도요타, 혼다, 소니, 샤프 등 해외로 공장이전을 검토하던 기업들이 자국 공장을 확충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해외공장을 운영중인 제조업체들이 경영 여건 악화로 국내 복귀를 원하지만 현지 철수절차와 국내 이전 부담, 관련 세제지원 등의 이유로 망설이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대한상공회의소는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U턴을 위한 과감한 정책지원이 필요하다"며 "해외 진출 5만4000여개 국내기업 중 10%만 귀환해도 일자리 27만개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선진국들은 제조 연구·개발(R&D) 투자도 강화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미국·독일·일본을 대상으로 진행한 '제조업R&D 정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전체적으로 2007년까지 약 6.8%에 머물던 기업 R&D 지출에 대한 정부 비중이 2012년에는 8.6%로 상승했다. 특히 제조 공정과 관련된 산업 생산기술 R&D 증가율이 타 부문보다 높았다. 미국의 경우 전체 평균 R&D가 8% 증가했지만 산업 생산기술 R&D는 63%로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선진국들의 이같은 제조 R&D 강화는 선진 개도국의 과학기술 경쟁력 강화에 따른 선진국들의 제조 리더십 약화 위기 인식, IT 네트워크화 진전과 3D 프린터 등의 신공정 기술 등장과 하드웨어, 소트프웨어 서비스의 결합으로 발생하는 고부가 융합 제품에의 기술 확보에 따른 것이다. 

    이에 현대경제연구원은 "주요 선진국들의 제조기술 선진화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나라 역시 국가 차원의 R&D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며 "범부처 추진 성격의 투자 프로젝트 추진과 제조 부문의 우수 인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