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8.8조 지원책에 보조금 안 담겨절반이 대출… 삼성·SK 실망감 역력"주요국에 원가경쟁력 역전될 위기"고비 맞은 인텔 1.5만명 해고 착수中 130조 보조금 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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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국내 반도체 산업에 8조8000억원 규모의 지원에 나섰지만, 업계는 실망스런 반응이다. 기대를 모았던 직접 보조금 지원은 담기지 않았고, 세계 최대 규모로 조성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반도체 위기에 직면한 인텔의 경우 대규모 해고를 통해 반전을 모색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은 검토조차 불가능한 실정이다.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까지 8조8000억원을 지원하는 반도체 경쟁력 강화 대책을 내놨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주도권 확보를 확실히 지원하겠다"며 "반도체특별법 제정을 위한 국회 논의에 적극 참여하고, 생태계 경쟁력 강화 노력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세부안을 보면 8조8000억원 중 절반 가량인 4조3000억원이 대출지원이다. 기업들이 대출받는 산업은행 자금에 비해 최대 1.4%p 금리를 우대받는다. 전액을 대출받는다 해도 매달 얻을 수 있는 이자혜택은 50억원 수준이다. 정부지원대출을 받으면 피하기 어려운 시장의 부정적 평가를 고려하면 혜택이라고 보기 어렵다.긍정적으로 검토됐던 반도체 보조금 직접지원안은 아예 빠졌다. 최 부총리는 지난달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문제가 생기는 부분이 있다면 보조금이 됐든 세제지원, 인프라 지원이 됐든 검토해서 지원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했지만, 끝내 직접 보조금은 없던 일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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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국, 일본 등 우리나라와 반도체 패권을 두고 경쟁하는 나라들은 매년 천문학적 보조금을 뿌리고 있다. 중국 940억달러(약 130조원), 미국 390억달러(54조원), 일본 159억달러(22조원) 등이다. 후발주자인 EU는 430억달러(59조원)를 쏟아부으며 추격에 속도를 내고 있다.대한상공회의소가 세액 공제를 받는 첨단산업 분야 기업 1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직접환급제 도입이 기업의 자금 사정이나 투자 이행 또는 확대 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응답한 기업은 80%에 달한다.삼성전자 사장 출신인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은 "일본은 보조금 4조원을 투입해 통상 5년이 걸리는 TSMC 구마모토 1공장 준공을 2년 4개월로 단축했다"면서 "보조금을 지원하면 생산비용이 낮아지면서 국제시장 원가 경쟁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반도체 위기 인텔 1.5만명 해고… 삼성은 꿈도 못 꿔AI 반도체 경쟁에서 밀린 인텔은 인력 구조조정으로 반전 기회를 모색 중이다.인텔은 조기 퇴직 접수와 파운드리 분사에 맞춰 연말까지 1만5000명을 해고할 계획이다. 핵심 생산거점 중 하나인 오리건주 힐스버러 공장은 이미 1300명 해고 계획을 주 정부에 알렸다.인텔은 지난해 매출 510억달러로 경쟁사 엔비디아(490얼달러)를 앞섰지만, 올해 2분기 매출은 엔비디아(300억4000만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28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반면 삼성전자는 노조 리스크에 몸살을 앓고 있다. 창립 55년 만에 첫 파업까지 겪은 삼성전자는 아직 임금협상을 완료하지 못했다. 이날부터 재개되는 노사 교섭이 타결되지 못하면 또다시 파업으로 이어지고 생산차질을 겪을 수도 있다. 이번 교섭에서 지난해와 올해, 내년 임금협상까지 총 3년 치를 협의해야 하는 만큼 노조 리스크는 장기화될 공산이 커 보인다.미진한 정부지원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전력망 확충도 지연되고 있다. 동해안-신가평 송전선로(500kV)는 당초 목표보다 66개월 가량 지연될 전망이다. 한전 등 정부 측은 삼성전자 등 유치기업들이 일부 전력망 연결 비용을 대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이상호 한국경제인협회 경제산업본부장은 "우리 기업들은 생산부문에 경쟁우위가 있는데, 주요국의 지원 공세로 원가경쟁력이 역전될 위기에 처했다"며 "원가경쟁력과 직결되는 보조금 정책 검토에 착수해야 하며, 필수 인프라가 적기 조성되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