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진 "보조금 받는 TSMC 보라"최상목 "정부 의지 약한 것 절대 아니다"여야도 직접보조금 '특별법' 힘 실어상의 "선제적이고 과감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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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업계의 오랜 숙원이던 직접 보조금 지급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세액공제만을 고집했던 정부 태도가 전향적으로 돌아서면서 대규모 투자가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13일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정부여당의 주도로 추진 중인 반도체 특별법이 마무리 작업 중이다. 핵심 골자는 정부가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는데 생산시설이나 연구개발(R&D)를 짓는데 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참여하는 용인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도 포함된다.그동안 반도체 업계는 미국, 일본, 중국 등 경쟁국에서 막대한 보조금을 뿌리는 것을 들어 우리 정부의 입장 변화를 촉구해 왔다. 하지만 건전 재정을 앞세운 정부 입장은 투자한 만큼 세금을 감면해주는 세액 공제 입장을 고수해 왔다.중국의 경우 반도체 산업에 쏟아붓는 보조금이 940억달러(약 130조원)에 달한다. EU는 430억달러(59조원), 미국 390억달러(54조원), 일본 159억달러(22조원)를 지원한다.대한상공회의소가 세액 공제를 받는 첨단산업 분야 기업 1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직접환급제 도입이 기업의 자금 사정이나 투자 이행 또는 확대 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응답한 기업은 80%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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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사장 출신인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1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미국에서 8조 9000억원, 일본에서 12조원의 보조금을 받기로 한 TSMC가 파운드리 기반을 계속 늘려가고 있는 현실 속에서 한국 파운드리와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의원은 이어 "일본이 보조금 4조원을 투입해 통상 5년이 걸리는 TSMC 구마모토 1공장 준공을 2년 4개월로 단축했다"면서 "보조금을 지원하면 생산비용이 낮아지면서 국제시장 원가 경쟁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이에 대해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가 재정을 아끼기 위해 우리 기업들에 대한 지원 의사가 없다거나 의지가 약한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문제가 생기는 부분이 있다면 보조금이 됐든 세제지원, 인프라 지원이 됐든 검토해서 지원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답했다.관건은 우리 정부가 경쟁국 수준의 보조금을 확보할 수 있느냐로 모아진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경우 기반 사업인 전력망 확충마저 예산이 발목을 잡고 있다. 일례로 동해안-신가평 송전선로(500kV)는 당초 목표보다 66개월 가량 지연될 전망이다.다만 모처럼 여야가 반도체 산업 지원에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어 긍정적이다. 여야 국회의원 15명이 모여 지난달 창립한 '한국경제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모임'이 대표적이다. 이 모임은 "반도체의 경우 생산시설인 팹(Fab) 1기당 20조원 이상의 투자가 필요하므로, 주요 국가처럼 정부가 기업에 직접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펼치고 있다.효율적 재정 관리를 위한 환급형 세액공제 같은 제도를 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현행 세제로는 첨단산업 기업들이 손실이 났을 때 투자 세액공제를 받지 못한다"면서 "이차전지와 같은 산업에서 영업이익이나 손실에 관계없이 공제받지 못한 세액을 직접 현금으로 환급받을 수 있는 환급형 세액공제(Direct Pay)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은 "첨단산업은 미래성장과 경제안보를 위한 중요 산업인 만큼 보다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정부에서도 선제적이고 과감한 조치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