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통상교섭본부장 좌담회김종훈, 박태호, 유명희, 여한구 "냉정 대처" 주문한국, 美 무역적자국 8위… 관세 타깃 걱정보조금 축소 가능성 … 한미FTA 유지 전망8년새 높아진 韓기업 위상 …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 ▲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 플로리다 웨스트팜비치에서 대선 승리 선언을 하는 모습ⓒAP/뉴시스
    ▲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 플로리다 웨스트팜비치에서 대선 승리 선언을 하는 모습ⓒAP/뉴시스
    미국의 트럼프 2기 정부는 8년 전보다 더욱 빠르고 강력한 경제통상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역대 통상교섭본부장들은 이러한 변화에 앞서 우리 정부가 신속하고 효과적인 협상을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은 11일 역대 통상교섭본부장을 초청해 트럼프 신정부 통상정책 전망과 우리 경제계의 전략적 대응책 모색을 위한 좌담회를 열었다.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은 "트럼프 대통령 귀환은 수출중심 경제구조로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에게 거센 도전이 될 것"이라며 "신정부의 통상정책 기조와 정책 방향에 대한 냉정한 전망과 정교한 대책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통상교섭본부장은 외교부 산하에서 국가 간 무역협상을 주도하는 인물이다. 직제상 차관급이지만, 대외적으로는 통상장관(Minister for Trade)로 예우받는다. 이날 좌담회에 참석한 인사들은 모두 미국과의 직접 협상 경험은 물론, 트럼프 1기와 바이든정부의 주요 정책 대응에 관여했다.

    여한구 전 통상교섭본부장(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2기의 경제통상 아젠다는 취임 100일 이내에 강력하고 속도감있게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며 "무역적자 축소, 제조업 부흥, 미중 패권경쟁 우위 확보라는 3대 목표 하에 관세 등 통상정책을 핵심수단으로 사용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1기 당시 미국 상무관으로 근무하며 한미FTA 개정협상, 철강232조 등 직접 대응한 그는 "1기에 비해 한국 기업의 투자 등 위상이 높아진 만큼, 충분히 위기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하고 있는 반도체 공장ⓒ삼성전자
    ▲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하고 있는 반도체 공장ⓒ삼성전자
    반도체 지원금, 폐지 어려워도 축소 가능

    대표적인 트럼프 리스크로 꼽히는 보편관세와 관련해서는 대체로 실현가능성을 높지 않게 봤다.

    2006년 한미FTA 협상 수석대표로 활약한 김종훈 전 본부장은 "미국은 한국은 물론 여러 나라들과 FTA를 체결한 상태이므로, 보편관세 도입 등을 통해 기존의 FTA를 폐기하거나 전면 수정하는 것은 쉬운 선택이 아닐 것"이라면서도 "그럼에도 개정협상을 하게 된다면, 양측의 이익이 균형있게 반영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태호 전 통상교섭본부장도 "보편관세가 실제 한국에도 적용된다면 한미 FTA 협정의 상호관세 철폐원칙에 어긋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혜택을 받는 공화당 지역이 많으므로 보조금 삭감 등 갑작스러운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되며, 반도체법 역시 큰 변화는 없겠으나 보조금 지원 축소 가능성은 있다"고 전망했다.

    박 전 본부장은 트럼프 1기에서 거세게 나타났던 미중 갈등에 대해 "2기 정부는 바이든정부가 취했던 중국 견제조치는 그대로 두면서 중국 수입품에 대해 최대 60% 관세를 부과하는 등 추가 압박을 가할 것"이라면서도 "트럼프 1기 후반에 했던 것처럼 중국과 대 타협을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 ▲ 전남 광양항 부두에 모인 수출차량들ⓒ항만공사
    ▲ 전남 광양항 부두에 모인 수출차량들ⓒ항만공사
    관세로 동맹국 쥐락펴락… 기회될 수도

    트럼프 1기 당시 통상교섭본부를 이끈 유명희 전 본부장은 "트럼프 정부가 양자관계를 판단하는 척도가 무역적자"라며 "무역적자국 8위인 우리는 트럼프 정부의 1순위 고려대상은 아니겠지만, 중국, 멕시코 등 일부 국가에 이어 타겟 국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미국 정부는 동맹여부와 무관하게 무역수지 적자가 주요 기준이었고 WTO⋅한미FTA와 어긋나는 조치도 개의치 않을 정도"라며 "한두달 내에 진전 없으면 조치 부과도 불사하는 빠른 속도감을 보이는 등 관세를 협상을 위한 레버리지로 활용했다"고 소개했다.

    유 전 본부장은 이런 관점에서 "미국의 일방 조치에도 우리가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협상에 나선다면, 관세 면제나 우리 요구사항 반영이 가능할 수 있다"면서 "정부 협상팀에게 도전이자 기회"라고 언급했다.

    김봉만 한경협 국제본부장은 "미 대선 결과가 우리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겠지만 혼란에 빠지기보다 냉철한 판단과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1기 행정부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통상정책 기조를 빠르게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경협은 내달 워싱턴에서 제35차 한미재계회의 개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