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전력망法, 여야 정쟁에 또 발목중국·대만, 정치권 포함 국가적 지원TSMC, 파운드리 넘어 종합반도체 도약 시동中, 첨단 막히자 '레거시 굴기' 추진
  • ▲ 중국 반도체(PG)ⓒ연합뉴스
    ▲ 중국 반도체(PG)ⓒ연합뉴스
    파운드리(위탁생산)를 점령한 대만에 이어 중국의 레거시(범용) 반도체 시장 추격이 매섭다. 우리 정부는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해 기술력 초격차를 이어간다는 계획이지만, 여의치 않은 제반상황에 시작부터 삐걱거리는 모습이다.

    22일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는 전날 법안소위에서 국가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안 논의를 하지 못했다. 당초 여야 이견이 크지 않은 비쟁점 법안으로 분류됐지만, 다른 법안 심사에 밀려 안건에 오르지도 못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전력망법안은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전력망법은 반도체 등 첨단 산업에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전력망확충위원회를 설치하고 인허가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필요한 대규모 345kV 송전망 건설을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2042년까지 562조원에 투입되는 국가첨단전략산업의 핵심 중의 핵심이다. 정부는 신속한 투자를 위해 동해안 및 호남지역의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전기를 공급하는 송전선로 건설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는 등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개발 사업에 얽힌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고 집행하는 기구가 시급한데, 국회 입법이 미뤄질수록 동반 지연이 우려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패권을 다투는 기업들이 수백조원의 투자계획을 밝혔지만, 행정절차가 지연된다면 투자규모는 자연스럽게 위축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 수 아래로 평가됐던 중국이 글로벌 반도체 장비 시장을 휩쓸고 있다. 미국의 강도 높은 반도체 제재에 맞서 첨단 반도체 대신 레거시 반도체 시장을 파고드는 전략이다.

    실제로 글로벌 4대 장비사들의 중국 매출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유일 EUV(극자외선)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네덜란드 ASML의 올해 2분기 중국 매출 비중은 49%에 달한다. 기존 최대 고객이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만의 TSMC를 제친 것이다.

    반도체 웨이퍼 검사 장비 선두주자인 미국 KLA는 올 6월 분기에 중국 매출 비중이 44%를 기록했다. 또 미국 최대 장비 기업인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Applied Materials)도 올 2분기 총 매출의 43%가 중국에서 나왔다. 일본 장비기업인 도쿄일렉트론도 중국 매출 비중이 꾸준히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중국은 특히 유럽처럼 반도체 자급률이 낮고 자동차 산업이 발달한 지역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시작된 반도체 생산기지를 자국에 유치하는 경쟁에 함께 뛰어들긴 했지만, 인프라나 인력 문제에서 발목이 잡혀 큰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주요국들이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우고 첨단산업 육성을 위해 가용자원을 총동원하고 있다"면서 "국회와 정부에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국가전략 관점에서 좀 더 막중하게 첨단산업을 다루고 지원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