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협, 美 970개사 분석단기 저평가 일부 해소, 장기 저평가 심화고용 -5.6%, 투자 -8.4%, 배당만 14.9% 늘려상법개정, 행동주의 펀드에 유리기업 천문학적 방어비용 우려
  • ▲ 한국경제인협회ⓒ뉴데일리DB
    ▲ 한국경제인협회ⓒ뉴데일리DB
    행동주의 펀드가 활성화 되면 기업가치 저평가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과거 외국 자본이 우리 기간산업의 경영권을 탈취하려 한 사건이 있었던 만큼 지배구조를 규제하는 법체계 마련은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이 발표한 '행동주의 캠페인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캠페인에 성공하더라도 단기적으론 기업가치가 일부 개선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시총과 자산이 10억 달러 이상인 미국 상장사 970개사를 대상으로 분석한 것으로 이 중 캠페인에 성공한 곳은 549개사, 실패한 곳은 421개사로 나타났다.

    분석 결과 행동주의 캠페인은 주로 기업가치가 저평가(-16.1%)된 기업들을 대상으로 성공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캠페인이 성공하면 3년 이내에 기업가치가 1.4%p만큼 개선되면서 저평가가 일부 해소(-16.1%→ -14.7%)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캠페인 성공 4년 이후에는 기업가치가 다시 2.4%p 악화(-14.7%→ -17.1%)되면서 저평가가 심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행동주의 캠페인이 성공한 이후의 장기적인 기업가치는 캠페인 성공 이전에 비해 1%p 악화(-16.1%→ -17.1%) 되면서 궁극적으로 기업가치를 하락시키는 것으로 분석됐다.
  • ▲ 한국경제인협회ⓒ뉴데일리DB
    앞서 2020년 펜실베니아 대학 데자딘 교수의 연구에서도 행동주의 펀드가 목표로 삼은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 대비 기업가치가 처음 1년간 7.7% 상승하지만, 4년 뒤 -4.9% 하락, 5년 뒤에는 -9.7%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행동주의 펀드 압박을 받은 기업은 평균 5년 이내 직원 -7%, R&D 투자 -9% 감소했다.

    행동주의 공격이 성공했음에도 장기적으로 기업가치가 하락하는 원인으로는 고용과 투자 축소에 따른 기업 펀더멘탈 약화가 꼽힌다.

    한경협 분석 결과 단기적으로는 성공 1년 전부터 1년 후(2년간) 기간 동안 고용은 평균 -3.0%, 자본적 지출은 평균 -10.7% 감소했다. 또 장기적으로는 고용은 -5.6%, 자본적 지출은 -8.4%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배당은 단기적으로 평균 14.9% 증가하지만, 장기에는 다시 캠페인 성공 이전 수준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경협은 행동주의 캠페인이 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훼손시키는 만큼 기업 밸류업을 위해서는 지배구조 규제 등 행동주의 캠페인이 급증할 수 있는 여건을 구축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법개정 움직임이 있는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이 꼽힌다.

    영국 데이터 분석 기관인 인사이티아에 따르면 행동주의 펀드 타겟이 된 한국 대상 기업의 개수는 2017년 3개에 불과했으나 2019년 8개, 2023년 77개로 최근 5년 사이에 9.6배나 증가했다. 최근 몇 년 동안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한 행동주의 펀드의 캠페인 활동은 최근 이어진 지배구조 규제 정책의 강화와 함께 가파르게 증가한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 논의 중인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주주 확대·집중투표제 의무화·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의 지배구조 규제 법안이 입법화된다면, 행동주의 캠페인의 활성화와 성공 가능성이 크게 증가하여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가 매우 어려워질 것으로 한경협은 우려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서는 기업이 투자와 고용에 집중하면서 근본적인 경쟁력을 높여 나가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며 "기업이 경영권 방어에 천문학적인 자금과 자원을 낭비하지 않고, 본질적인 사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상법 개정 등 행동주의 펀드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입법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