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즈헬스 그랑프리 덴츠 도바시 CD 인터뷰
  • ▲ 덴츠 나고야의 도바시씨(왼쪽)가 칸 라이언즈 한국사무국 이성복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경제
    ▲ 덴츠 나고야의 도바시씨(왼쪽)가 칸 라이언즈 한국사무국 이성복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경제

    라이언즈 헬스 헬스&웰니스 부문에서 그랑프리와 금상, 칸 라이언즈 디자인 부문에서 금상 1개와 은상, 스파이크스 아시아 디자인 부문에서 그랑프리와 금상, 다이렉트 부문에서 금상과 은상, 헬스케어 부문에서 동상…. 산모에게 매주 태아의 발육상태와 산모 몸의 변화를 알려주는 다이어리 ‘마더 북(Mother Book)’이 올해 주요 국제광고제에서 거둔 성적이다.

    칸 라이언즈 한국사무국이 해마다 주최하는 칸 국제광고제 서울 페스티벌에 이 ‘마더 북’의 주인공이 찾아왔다. 일본 광고대행사 덴츠의 나고야 시 지사에서 일하는 아트 디렉터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도바시 미치히토(土橋通仁).

    10월 5일 칸 국제광고제 서울 페스티벌 마지막 날, ‘마더 북’이 탄생한 과정과 아트 디렉터로서의 경험을 관람객들과 공유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도바시씨를 뉴데일리경제가 만났다.

    뉴데일리경제(이하 뉴경): 마더 북은 칸 라이언즈와 라이언즈 헬스, 스파이크스 아시아 이외 국제광고제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둔 것으로 안다.

    도바시(이하 도): 그렇다. 마더 북은 올해 칸 라이언즈뿐 아니라 애드페스트, 클리오, 뉴욕페스티벌, 원쇼에서도 그랑프리와 금상을 받은 바 있다. 

  • ▲ 덴츠 나고야의 도바시씨(왼쪽)가 칸 라이언즈 한국사무국 이성복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경제

    뉴경 - 축하드린다. 마더북은 처음에 어떻게 탄생했는가?

    도 - 나고야 시의 산부인과 병원인 벨넷(Bell-Net) 산부인과에서 먼저 유명 디자이너 몇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칸 라이언즈에서 수상할 수 있을 만한 것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모두들 수상은 못 한다고 하자 마침내 덴츠 나고야 지사까지 찾아왔다.
    사실 2010년부터 칸 라이언즈 수상을 목표로 계속해 출품한 끝에 작년 2013년 포스트잇으로 다양하고 독특한 책표지를 만드는 “스티키 노트 연감(Sticky Note Annual)”으로 칸 라이언즈 디자인 부문 금상을 받은 바 있어서 선뜻 광고주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임산부들이 임신기간 내내 사용할 수 있을 만한 일력을 3D로 만든다는 아이디어의 원형부터 덴츠 측에서 고안한 것이다.

    뉴경 - 예술가나 디자이너들은 독창성이나 예술성을 커뮤니케이션보다 더 우위에 두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마더 북은 산부인과와 산모의 관계는 물론, 산모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기와의 커뮤니케이션까지 고려한 작품으로 보인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비결은?

    도 - 광고주도 요구한 바 있지만, 자칫 우울해질 수 있는 임신기간을 즐겁고 행복하게 보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마더 북의 가장 큰 목적이었다. 산모의 배가 불러오는 모습을 입체적으로 표현한 것이나, 태아의 발생단계를 쾌활하게 그려낸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그 목표를 이루려 하자 커뮤니케이션도 자연스레 이뤄지게 됐다.

    뉴경 - 마더 북의 최종적인 형태는 초기 컨셉과 많이 달라졌는가?

    도 - 처음에는 일력을 생각했다. 하지만 임신기간인 270일을 모두 표현하자면 너무 많은 종이가 들어가는데다가 무거워서 실용적이지 못했다. 또한 일력을 매일 떼어내고 나면 남는 것이 없게 되며, 떼어낸 일력을 차곡차곡 모았을 때 나타나는 모습 역시 아름답다는 것을 직접 모형을 만들며 알게 됐다.
    결국 임신기간 40주에 해당하는 40장으로 임산부의 모습과 태아의 발생단계를 모두 나타내기로 하면서 최종적인 형태가 나타났다.

  • ▲ 덴츠 나고야의 도바시씨(왼쪽)가 칸 라이언즈 한국사무국 이성복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경제

    뉴경 - 모두가 디지털이나 소셜에 집중하는 시대인데, 극히 전통적인 매체인 종이를 이용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도 - 태아의 성장단계를 디지털이나 소셜 방식으로 보여줄 방법을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종이를 직접 만지고 넘기는 경험은 디지털이나 소셜에 비교하지 못할 정도로 개인적이며 소중하고 고유한 것이다.
    또한 마더 북의 겉포장은 나무상자로 돼 있는데, 이는 태아의 탯줄을 말려 넣어두는 일본 전통 풍습을 연상케 하기도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고유성이다. 다이어리라는 특성 상 임산부가 자필로 그 때 그 때 적어둔 내용 덕분에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책으로 남게 되며, 장차 태어날 아기에게 소중한 선물이 될 수 있다.

    뉴경 - 팝업북을 연상시키는 입체감도 훌륭하지만, 매 쪽마다 그려진 예쁜 그림들도 인상적이다. 좀 더 사실적인 이미지나 사진도 사용할 수 있었을 텐데 그렇게 단순한 이미지를 이용한 이유는 무엇인가?

    도 - 우선 사실적으로 표현하면 너무 복잡해 알아보기 어려운 데다가 그리 아름답게 보이지도 않는다. 임신으로 체형이 변하고 아기에 대한 걱정으로 우울해지기 쉬운 산모들에게 사실적인 그림은 별로 도움 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광고주는 처음부터 철저히 ‘임산부를 기쁘고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것’을 원했고, 거기 초점을 맞추다보니 단순한 그림으로 귀결된 것이다.

    뉴경 - 샘플을 처음 받았을 때 광고주의 반응이 궁금하다.

    도 - 광고주인 벨넷 산부인과는 우리를 믿고 1년 6개월 이상의 시간을 기다려 주었다. 마침내 최종 샘플을 보여주자 말문을 잃을 만큼 마음에 들어 했다.

    뉴경 - 젊은 엄마들의 반응은?

    도 - 마더 북에는 매체비가 거의 필요하지 않았다. 젊은 엄마들이 마더 북에 대한 포스팅을 블로그나 소셜네트워크에 올리며 마더 북과 벨넷 산부인과가 자연스레 홍보됐기 때문이다.
    텔레비전 뉴스나 신문, 잡지 등에서도 자발적으로 마더 북을 알렸다.
    벨넷 산부인과 측에서 효율적으로 마더 북을 이용했다. 일본의 유명 연예인들이 임신해 이 마더북을 선물할 때마다 각종 매체에서 의례 이를 다루게 된 것이다.

    뉴경 -  그렇다면 애초 의도했던 데로 벨넷 산부인과의 인지도나 선호도가 마더 북으로 인해 많이 상승했을 것 같다.

    도 - 많이 오른 것으로 알고 있고 실제 그 수치를 들었지만 아트 디렉터 입장이라 잘 기억하지 못해 죄송하다. 산모들을 기쁘게 한다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만 신경 썼고, 그래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할 뿐이다.

    뉴경 - 여러 국제 디자인 어워드들은 물론이고 칸 라이언즈의 디자인 부문만 봐도 일본은 다른 나라들을 압도하는 디자인 강국이다. 올해 처음 시행된 칸 라이언즈 제품 디자인 수상작을 본 소감은?

    도 - 삼성전자가 제품 디자인 부문에서 두 점이나 수상했다. 그 작품들이 아름다운 건 물론 일본 디자인과는 다른  매력이 있었다. 일본이 디자인이나 디지털 부문에서 강세를 보이는 것은 사회적으로 혼잡하거나 튀는 것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혼자 조용히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은 결과이기도 하다. 반대로 한국은 일본보다 훨씬 동적이기 때문에 다양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시장이 날로 커지며 디자인 부문에서도 큰 발전을 이룰 것이다.

    뉴경 - 긴 시간 내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도 많은 수상 소식 들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