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사고원인 분석…기장, 회사 전화에 '심리적 압박감'LG전자 "대체 교통수단 언급, 운항 가능 여부 재확인했을 뿐"
  • ▲ 삼성동 아이파크아파트와 충돌해 추락한 LG전자 소속 헬기.ⓒ연합뉴스
    ▲ 삼성동 아이파크아파트와 충돌해 추락한 LG전자 소속 헬기.ⓒ연합뉴스

     

    2013년 11월 LG전자 소속 헬기가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아파트와 충돌해 추락한 사고는 기장이 악천후에 운항 결정을 번복하면서 초래됐다는 국토부 조사보고서 초안이 나왔다.

     

    초안에는 기장이 회사로부터 기상 상황을 재검토하라는 전화를 받은 후 운항 결정을 뒤집었고 이 과정에서 기장이 심리적 압박감을 느꼈을 수 있다 내용이 담겨 파문이 예상된다.


    반면 LG전자는 당시 대체 교통수단을 언급하며 무리하게 운항할 필요는 없다고 전달했다는 태도여서 안전을 무시한 대기업의 조직문화가 조종사를 사지로 내모는 '갑질'로 이어졌는지를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9일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작성한 사고 조사 보고서 초안에는 고 박인규 기장이 사고가 난 11월16일 회사로부터 전화를 받고 운항결정을 뒤집은 것으로 돼 있다.


    박 기장은 이날 최고 경영진을 태우고 전주 공장으로 가기로 돼 있었지만, 오전 6시27분 기상을 확인한 뒤 "안개로 비행이 불가능하다"고 회사에 보고했다.


    헬기팀은 1시간여 뒤인 7시20분 LG전자 경영기획팀으로부터 "기상 상황을 처음부터 재검토하라"는 전화를 받고 박 기장은 20분쯤 뒤 운항 결정을 내렸다.


    회사 전화를 받고 운항 판단이 바뀐 셈이다.


    박 기장은 김포공항을 떠나기 직전 잠실헬기장으로부터 "800m 떨어진 한강 물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정보를 받았지만, 이륙했고 8시45분 삼성동 아이파크아파트 102동 고층부에 충돌해 추락했다. 이 사고로 박 기장과 고종진 부기장이 모두 숨졌다.


    조사위는 조종사들이 시계가 나빠 GPS 화면을 보며 비행하다가 위치를 착각해 사고 헬기가 잘못된 경로로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조사위는 회사의 기상상황 재검토 지시에 기장이 '심리적인 압박감'을 느꼈을 수 있다며 안전과 직결된 기장의 결정을 경시하는 조직 문화를 고쳐야 한다고 권고했다.


    국토부는 LG전자와 항공기업체 등 사고 관련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수렴을 거쳐 3~4월께 최종 조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LG전자는 아직 조사결과를 통보받지 못한 만큼 지금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태도다.


    다만 LG전자 한 관계자는 "회사에서 운항 재검토를 지시한 것처럼 돼 있는데 운항 가능 여부를 확인한 것일 뿐"이라며 "당시 통화에서 대체 교통수단이 있으니 무리하게 운항할 필요가 없고, 운항 결정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해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통상적인 재확인 절차였을 뿐 기장에게 무리한 운항을 강요하지 않았다는 해명이다.


    그러나 보고서 초안을 토대로 하면 고 박 기장이 회사와 통화한 이후 심리적 압박감에 운항 결정을 번복했을 개연성이 커 안전을 경시하는 대기업 조직문화와 관련한 갑질 논란이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