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통화 '갑질' 확인 필수…탑승대기자 조사 질문에 오락가락 답변
  • ▲ 삼성동 아이파크아파트와 충돌해 추락한 LG전자 소속 헬기.ⓒ연합뉴스
    ▲ 삼성동 아이파크아파트와 충돌해 추락한 LG전자 소속 헬기.ⓒ연합뉴스

     

    2013년 아이파크아파트와 충돌한 LG전자 소속 헬기 추락사고와 관련해 대기업 갑질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국토교통부가 논란의 핵심인 탑승대기자 조사 여부를 확인해주고 있지 않아 대기업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사고 헬기 기장이 회사로부터 전화를 받고 운항 불가 결정을 뒤집은 것으로 알려져 안전을 경시하는 대기업의 조직문화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태에서 대한항공 '땅콩 회항'에 이어 국토부의 대기업 봐주기 조사 논란이 재연될 조짐이다.


    국토부는 9일 LG전자 헬기 추락사고와 관련 조사가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보고서 초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앞으로 항공사고 국제규정에 따라 항공기 제조업체와 LG전자 등 사고 관련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에서 최종 보고서를 심의·의결할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확한 사고 원인 등 최종 조사결과는 오는 3~4월께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토부와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조사위 보고서 초안에는 기장이 회사로부터 기상 상황을 재검토하라는 전화를 받은 후 운항 결정을 뒤집었고 이 과정에서 기장이 심리적 압박감을 느꼈을 수 있다고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알려진 바로는 사고 헬기를 조정한 고 박인규 기장은 사고가 난 11월16일 최고 경영진을 태우고 전주 공장으로 가기로 돼 있었다.


    박 기장은 이날 오전 안개로 비행이 불가능하다고 회사에 보고했다. 하지만 LG전자 경영기획팀으로부터 "기상 상황을 재검토하라"는 전화를 받고 운항 결정을 뒤집었다.


    박 기장은 김포공항을 떠나기 직전에도 잠실헬기장으로부터 시계가 좋지 않다는 정보를 재차 확인했으나 이륙을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위는 조종사들이 시계가 나빠 GPS 화면을 보며 비행하다가 위치를 착각해 헬기가 경로를 잘못 진입했고 아파트와 충돌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회사의 기상상황 재검토 지시에 기장이 '심리적인 압박감'을 느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즉 기장이 회사와 통화한 후 악천후에 운항 결정을 번복하면서 사고가 초래됐다는 얘기다.


    반면 LG전자 측은 통화 당시 대체 교통수단이 있으니 무리하게 운항할 필요가 없다고 전달한 뒤 운항 가능 여부를 재확인한 것일 뿐 무리한 운항 강요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운항 결정 번복 과정에서 소위 회사의 '갑질'이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게 중요한 이유다.


    하지만 국토부는 헬기에 탈 예정이었던 탑승대기자에 대한 조사 여부에 대해 오락가락하는 답변을 내놓아 눈총을 사고 있다.


    국토부는 9일 국토부 기자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헬기 탑승대기자 조사 여부를 묻는 말에 처음에는 "조사 대상에 없는 듯하다"고 했다가 계속되는 질문에 "관련자를 전부 면담·조사하라고 지시했다"고 말을 바꿨다.


    급기야 국토부 관계자는 "보고서 초안에 대한 의견수렴을 거쳐 3~4월께 사고원인 등을 모두 발표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국토부가 대기업에 대해 또다시 봐주기 조사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국토부가 수사기관이 아니어서 사고 당시 기장과 회사 간 통화기록을 직접 확인할 수 없는 만큼 관련자 진술 확보가 필수적인 상황에서 이와 관련한 갈지자 답변이 부실 조사를 방증하는 것 아니냐는 견해다.


    이에 대해 국토부 한 관계자는 "질의응답 과정에서 일부 답변이 다르게 나왔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며 "국토부의 명확한 입장은 3~4월에 모든 내용을 발표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