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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화 대비 원화 환율이 8년 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엔화와 유로화 약세가 동시에 한국의 수출 경쟁력을 위협하고 있다.1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달 들어 17일까지의 유로·원 평균 환율은 유로당 1207.08원이다. 월평균으로 따졌을 때 지난 2006년 11월(유로당 1205.32원) 이후 가장 낮다.
재정위기를 겪었던 유럽 경제가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면서 2009년 3월 유로당 1904.04를 고점으로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년간 유로화 대비 원화 가치는 58% 상승(유로화 약세)했다.
올해 들어선 유로·원 환율의 하락세가 더욱 가파르다. 유로·원 환율은 작년 말 1336.52원에서 지난 17일 1198.59원이 됐다. 유로화 대비 원화 가치가 석 달 반 동안 11.5%나 절상됐다.
유로·원 환율 하락은 유럽에서 물건을 수입하는 업체나 여행객들에겐 호재지만 엔저(円低)에 따른 수출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유로화 약세는 한국 경제의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한국 수출기업들과 경쟁 관계에 있는 유럽 기업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이다.
'1유로=1달러' 시대가 임박했다는 전망에 이달 들어 유로·원 환율은 2006년 5월 4일(유로당 1182.12원) 이후 처음으로 1200원 아래로 떨어졌다.
연초부터 유럽중앙은행(ECB)이 양적완화(채권을 사들여 시중에 돈을 푸는 것) 정책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하자 달러화 대비 유로화 가치가 급격히 하락해 생긴 일이다.
원화 가치가 다른 통화에 비해 상대적 강세를 보이는 점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1.75%로 인하한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2일 기준금리 인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각국의 환율 변화에 주목하는 이유는 국내 수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며 "총 수출 측면에서 보면 대(對) 유럽 수출이 일본보다 많기 때문에 유로화의 환율 변동은 엔화 환율 변동 못지 않게 우리 수출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지난해 총 수출에서 유럽연합(EU)이 차지하는 비중은 9.0%로, 일본(5.6%)보다 높다. 중국과 미국 비중은 각각 25.4%, 12.3%다.
실제로 올해 1월 중 EU에 대한 수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3% 줄었고 2월엔 감소 폭이 30.7%로 커졌다.
수출 경쟁력의 가늠자인 실질실효환율을 봐도 유로화 약세는 두드러진다.
세계 61개국의 물가와 교역 비중을 고려한 유로화의 실질실효환율은 지난달 89.98로 기준치(2010년=100)보다 10% 넘게 절하됐다. 반면 원화는 113.44로 13% 이상 절상됐다. 두 통화가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며 날로 격차를 벌려가는 것이다.
지난 2월 금통위에서 일부 위원은 "지금 같은 상황에선 한국도 환율 변동성을 축소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물론, 관련된 여러 정책 수단을 확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준범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한국은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통화완화 정도도 작다"며 "유로화·엔화 등 다른 통화 대비 원화 강세가 지속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