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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5월부터 전국 226개 시·군·구가 지방에 사업장이나 지사(지점)를 둔 기업의 본사를 상대로 세무조사를 할 수 있게 되는 것과 관련해 경제계가 "동일 과세표준에 대한 중복적인 세무조사는 기업의 부담을 크게 가중시킬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만)는 21일 정부와 국회에 제출한 '지방소득세 세무조사 관련 경제계 의견 건의문'을 통해 "동일한 과세표준에 대해 세목이 다르다는 이유로 중복적 세무조사를 허용하는 것은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것"이라며 제도개선을 요청했다.
전국 226개 시·군·구의 지자체가 동시다발적으로 세무조사에 나선다면 다수 지자체에 사업장을 둔 기업은 경영상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지방세법 개정에 따라 올해 5월부터는 법인이 내는 지방소득세를 징수하는 기관이 국세청에서 전국 226개 시·군·구로 변경된다.
이에 따라 기업은 국세청에만 내던 재무상태표, 포괄손익계산서, 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 등의 부속서류는 물론 법인지방소득세 과세표준과 세액을 사업장 소재 지자체마다 신고해야 한다.
대한상의는 "법 개정 전에는 별도 절차 없이 법인세액의 10%를 지자체에 납부하면 됐지만 앞으로 전국 각지에 사업장이나 지점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은 이제 수십, 수백개의 지자체에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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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 과세소득에 대한 중복적 세무조사는 경영 차질과 국가행정 혼란 초래할 수도"
경제계가 더욱 우려하는 부분은 동시다발적 세무조사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개정된 법에 따르면 전국 226개 시·군·구는 제출 받은 자료를 토대로 직접 세무조사를 통해 지방소득세 과세표준과 세액을 결정·경정할 수 있다.
결국 기업은 동일한 과세표준에 대해 국세청의 세무조사에 이어 사업장이 소재한 각 지자체로부터 지방소득세 세무조사를 받을 수 있다. 예컨대 특정 기업이 전국 30개 지자체에 지사나 지점, 사업장을 두고 있다면 30개 지자체 모두가 세무조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대한상의는 "세무조사는 사전준비, 현장 대응, 필요할 경우 불복절차까지 상당한 비용을 유발하는데 세목과 과세주체가 다르다는 이유로 동일한 과세표준에 대해 동시 다발적 세무조사를 받게 되면 경영상 차질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세청과 각 지자체가 동일한 과세표준에 대해 서로 다른 처분을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이같은 경우 세액 확정이 어려워 납세자는 물론 국가행정에도 큰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윤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대한상의 자문위원)는 "지방소득세 과세표준에 대해 지자체가 세무조사를 할 경우 실익과 비용을 잘 따져보아야 한다"며 "세무조사로 인한 탈세방지 효과보다 기업의 납세협력비용과 국가행정비용이 과도하게 크다면 관련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이라는 정부 정책방향에 역행"
대한상의는 "기업의 세무조사 부담을 늘리는 것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한다는 정부의 정책방향에도 맞지 않다"며 "정부 차원의 정책방향에 맞추어 제도를 마련해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최근 정부는 고질적 탈세는 엄정 대응하는 한편 기업 친화적 환경 조성을 위해 세무조사 비율을 낮춰왔다. 1998년 세무조사 비율이 개인사업자 0.65%, 법인 2.49%에 달했지만 2012년에는 개인사업자 0.12%, 법인 0.91%로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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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 들어서도 국세청은 130만개 중소기업 세무조사 유예, 자료제출 부담 축소, 현장 조사기간 단축 등 세무조사 부담을 최소화하고, 납세자 친화적 세정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을 중점 추진하고 있다.
대한상의는 "지방소득세에 대해 지방정부가 직접 세무조사하는 것은 글로벌 입법 현황과도 괴리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4개국 중 법인소득에 대해 지방세를 부과하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 미국, 캐나다, 독일, 스위스, 룩셈부르크, 포르투갈 등 8개국뿐이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처럼 국세인 법인세와 과세표준을 공유해 지방세를 과세하는 일본, 캐나다는 지방정부가 별도의 세무조사를 하지 않고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의 법인지방소득세에 해당하는 '법인사업세 소득할'을 신고하지 않거나 잘못 신고했을 경우 지방정부는 별도의 세무조사를 하지 않는다. 또 중앙정부가 결정·경정한 법인세 과세표준을 기준으로 법인사업세 소득할 과세표준과 세액을 결정·경정한다.
다만, 중앙정부가 법인사업세 신고기한으로부터 1년이 지날 때까지 법인세를 결정·경정하지 않으면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에게 법인세 결정·경정을 청구할 수 있다.
연방 법인소득세와 주 법인소득세를 과세하는 캐나다도 연방정부 국세청과 주정부 간 조세협정에 따라 주 법인소득세의 징수, 세무조사 등 과세행정절차 전반을 연방정부 국세청에서 담당하고 있다. 납세자 편의 제고를 위해 법인소득세 담당 창구를 연방정부 국세청으로 일원화한 것이다.
"지자체에 세무조사 권한 아닌 법인세 결정·경정 청구권 부여 필요"
대한상의는 "지방정부의 경제활성화 및 안정적인 세입확보를 위해 과세자주권은 필요하지만 중복적 세무조사는 기업에게 과도한 부담"이라며 "법인지방소득세 과세표준에 대해 지자체는 별도의 세무조사를 하지 않고, 법인이 신고하거나 중앙정부가 결정·경정한 법인세 과세표준에 근거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과세표준 외 세액공제·감면 적용, 사업장 간 안분 등으로 인해 법인지방소득세액 신고 내용에 오류가 있는 경우에는 해당 부분(세액공제·감면 등)에 한해 지자체가 조사에 의해 세액을 바로잡을 수 있게 해달라고 건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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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법인지방소득세 무신고, 과세표준 과소신고 등에 대해 신고기한으로부터 1년이 경과할 때까지 법인세 과세표준에 대한 중앙정부의 결정·경정이 없는 경우 지자체가 세무서장·지방국세청장에게 결정·경정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해 줄 것을 요청했다.
전수봉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은 "지방소득세 세무조사와 관련해 현재 부처 간 기업 부담 완화 방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무쪼록 글로벌 입법 사례 등을 감안해 범정부 차원에서 기업이 과감한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서 경제활력을 높일 수 있는 세정환경을 조성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