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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정부發 세풍에 기업들이 멘붕에 빠졌다. 바뀐 세법에 따라 올해부터 지방정부가 지방법인세 징수는 물론 세무조사권까지 행사하게 됐기 때문이다.
당장 오는 5월부터 전국 226개 시·군·구는 지방에 사업장이나 지사(지점)를 둔 기업의 본사를 상대로 세무조사를 할 수 있게 된다. LG화학 오창사업장에서 직접 지방법인세를 거둘 청주시가 LG 본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할 수 있다. 반도체 사업장이 있는 구미·파주시와 휴대폰 사업장이 있는 평택시도 동시 조사를 나설 수 있다.
특정 기업이 전국에 100개의 지사, 지점, 사업장 등을 두고 있다면 100개의 지자체 모두가 세무조사를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전국에 지사나 지점이 산재한 대기업 은행 증권 보험사 등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뿐 만이 아니다. 지자체들이 지방법인세 과세권을 가져가면서 그동안 법인세액 전체에 적용돼온 각종 공제·감면 혜택 중 10%가 사라지게 됐다.
다음달까지 기업들이 내야할 지방법인세가 9000억원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전경련은 9500억원, 대한상공회의소는 9300억원의 세금 감면 혜택이 줄어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추가 부담액도 21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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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한 기업들의 처지는 정부의 안일함에서 비롯됐다. 기획재정부 등 중앙정부는 지난 2013년 지방정부의 과세 자주권 확충을 위한다며 과세체계를 바꿨다. 소관부처인 행정자치부는 한걸음 더 나아가 지자체가 직접 걷는 지방소득세율을 영업이익의 1~2.2%로 정하면서 2017년부터는 지자체가 기존 세율에서 50% 정도를 늘리거나 줄일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가뜩이나 세부족에 시달리는 지방정부가 기업들을 상대로 세무조사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사실을 간과했다. 올해부터는 해당 기업들은 국세청에만 제출하던 재무제표, 포괄손익계산서, 이익잉여금처분(결손금 처리) 계산서, 현금흐름표 등 각종 재무자료도 지자체에도 내야 한다.
봇물을 이룰 자료요구와 세무조사, 여기에 세폭탄까지 겹치자 기업들이 아우성이다. 경제살리기를 위해 기업의 기를 살려주겠다는 정부가 오히려 기업을 옥죄는 딱한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