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등 기타 국적은 거소증 요구로 불만 높아관광객 항의에도 마케팅팀선 "나몰라라' 일관국적 차별에 국가 망신 "롯데·신라면세점 독과점 횡포. 개선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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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일 서울 시내 신라면세점을 방문한 캐나다 국적의 한국인 강쥬리(32·여·가명)씨는 외국인고객을 대상으로 벌이는 프로모션 혜택이 궁금해 안내데스크로 향했다. 혜택을 묻자 한 안내직원이 "어느 나라 국적이세요?"라고 물었고 강 씨는 캐나다 국적임을 밝혔다.

    이에 안내직원은 "캐나다인은 프로모션 혜택을 받을 수 없다"고 답하며 "현재 중국·일본 고객에게만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고, 그 외 국적인 경우 거소증이 있어야만 이와 동일한 혜택을 제공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황당한 강 씨는 "중국·일본인 고객이
    조건없이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기준은 뭐냐"고 물었고, 이 안내직원은 "한국에 많이 찾아오는 국적의 고객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라고 답했다. 

    서울 시내 면세점에서 같은 금액을 지불한 외국인에게 국적별로 다른 혜택을 제공하고 있어 외국인 고객들의 불만이 높다. 현금처럼 쓸 수 있는 '기프트 카드' 혹은 한정 수량의 특별사은품을 제공하는 프로모션이 중국과 일본인 고객 위주로 치우쳐 있어 일부 '국적 차별'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특히 롯데·신라면세점은 중국·일본 국적 외의 외국인 고객들에게 거소증을 제시하면 그와 동일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언급해 더 많은 불만을 사고 있다. 거소증은 신분확인조건 중 하나인데, 한국에서 은행업무 등의 경제활동을 위해서는 필수지만 일반 여행비자를 발급받은 외국인의 경우 관광시 거소증을 만들 필요는 딱히 없다. 때문에 국적 차별 논란을 조금이라도 비켜가기 위해 '눈속임'을 벌였다는 지적이다.

    한 외국인 고객은 "단순 관광여행을 나선 외국인들이 거소증을 만드는 경우가 얼마나 되겠느냐"며 "말도 안 되는 조건을 내걸어 차별을 눈속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중국과 일본고객의 혜택이 상이한 점도 문제가 되고 있다. '특별대우'을 받고 있는 두 국적 간에는 같은 금액을 구매하더라도 일본인 고객이 더 높은 금액의 기프트 카드를 제공 받는다.

    롯데월드면세점은 이달 17일부터 6월 4일까지 중국과 일본 고객에 한해서만 구매 금액에 따라 기프트 카드를 제공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일본관광객에게는 300불 이상 구매시 2만원, 500불 이상 시 4만원,  1000불 이상을 구매하면 8만원 상당의 기프트카드를 제공한다(본점·월드점·코엑스점·부산점·인천공항·김포공항점 기준).

    하지만 중국관광객에게는 200불이상 구매시 1만원, 400불 이상시 2만원, 1000불이상시 5만원, 2000불 이상시 10만원, 3000불 이상 구매시엔 15만원을 증정하는 등 일본인 고객 보다 조금 덜한 혜택을 제공 하고 있다. 대신 중국인들에게는 롯데면세점 35주년 기념이벤트로 당일 300불이상 구매고객에게  8500개 한정 수량인 여행용품세트 등을 따로 증정하고 있다.

    신라면세점에서도 이와 비슷한 기프트 카드를 제공하는 행사를 벌이고 있지만 일본인 고객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장충점 내 안내책자를 살펴보면 일본관광객에게는 300불 이상 구매시 2만원, 500불 이상시 4만원, 1000불 이상시 8만원, 2000불 이상 구매시 14만원의 혜택이 돌아간다. 다만 중국관광객에게는 국산화장품을 구매 시 특정 혜택을 제공하는 부분이 있다고 해당기업의 안내직원은 전했다.

    장충점 한 안내직원은 "국적별로, 또 단체와 개인에 따라 제공하는 혜택이 상이하다"며 "줄곧 이런 마케팅을 벌여왔고, 일부 외국인 고객들의 항의가 있었지만 마케팅팀에서 따로 언급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 ▲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장충 신라면세점 , 잠실롯데월드점, 워커힐면세점
    ▲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장충 신라면세점 , 잠실롯데월드점, 워커힐면세점


    ◇"국적 차별에 국가 망신" 롯데·신라 독과점 기업 횡포···'개선시급'

    불만이 높은 외국인 고객들은 '국가 망신'까지 거론하고 있다. 특히 차별의 기운이 감지되는 "어느 나라 국적이세요"'라는 질문부터가 크게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면세점을 방문한 한 외국인 고객은 "내국인과 외국인에 대한 혜택은 당연히 다를 수 있는데 특정 외국인에만 사은품을 제공하는 면세점은 처음 본다"며 "국적을 묻는 질문부터가 대놓고 차별하는 격이며, 이 같은 프로모션은 국가적 망신에 가깝다"고 꼬집었다.

    이어 "만약 미국·캐나다 국적이 아닌 베트남이나 인도 국적의 외국인이 경험했다면 불쾌함과 모멸감은 더 클 수 있다"며 "사회적 문제로도 번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SK네트웍스가 운영하고 있는 워커힐 면세점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균등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었다. 워커힐면세점은 한국을 방문한 교포·외국인 고객들에게 3000불이상 구매시 10만원, 5000불이상시 20만원 10000불이상시 40만원의 기프트카드를 증정하고 있다. 책정된 금액이 롯데와 신라와 비교하면 다소 높지만 거소증 등의 신분확인 절차나 국적을 차별하는 조건은 어디에도 없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롯데·신라를 두고 독과점 기업의 횡포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국내 시장의 80%를 양분하고 있는 양사는 국내에 중국·일본 관광객이 많이 찾아오고 있다는 이유에서 이 같은 혜택을 남발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돈 되는 고객에게만 선물을 준다는 건 사실누가 봐도 잘못되고 개선돼야 할 사항"이라면서 "이는 독과점 기업이었기에 지속 가능한 것이며 이들 횡포를 저지하게 위해 독과점 구조를 깨는 방안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전했다.

  • ▲ 위부터 롯데월드면세점 7층 안내직원이 건넨 중국·일본인 고객들을 위한 안내책자, 워커힐면세점에서 벌이고 있는 외국인고객 프로모션 일부.
    ▲ 위부터 롯데월드면세점 7층 안내직원이 건넨 중국·일본인 고객들을 위한 안내책자, 워커힐면세점에서 벌이고 있는 외국인고객 프로모션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