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한덕수·전광우·김석동, 現 추경호·주형환 망라 전현직 고관 26명 미국行
  • ▲ 세종 관가와 금융감독당국이 또다시 불거진 지긋지긋한 론스타 악령에 술렁이고 있다ⓒsbs 캡처
    ▲ 세종 관가와 금융감독당국이 또다시 불거진 지긋지긋한 론스타 악령에 술렁이고 있다ⓒsbs 캡처

     

    지긋지긋한 '론스타 악령'에 세종 관가와 금융계가 다시 술렁이고 있다. 전현직 고위 관료와 금융계 인사, 실무자급 공무원들까지 대거 증인으로 포함됐기 때문이다.

     

    18일 시작된 론스타와의 '5조원대 국가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하기 위해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이 15일,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이 17일 미국에 도착했고 한덕수 전 경제부총리도 조만간 워싱턴을 찾는다. 세 사람은 모두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수차례 매각하려 할 때 승인권을 쥔 금융당국 수장이었거나 경제 부문 총책임자였다.

     

    한덕수 전 부총리는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처음 국민은행에 매각하려 시도했던 2005~2006년 경제부총리를 지냈다. 전광우 전 위원장은 론스타가 2007~2009년 외환은행을 HSBC에 매각하려 하던 시기 금융위원장이었다. 김석동 전 위원장은 론스타가 2012년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지주에 매각하기까지 금융위원장으로서 대주주 적격성 논란과 강제 매각명령을 내리는 과정을 총괄했다.

     

    나머지 증인으로 채택된 김중회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 권태신 전 국무조정실장, 김병호 하나은행장, 정진규 외교부 심의관, 성대규 전 금융위 국장, 조규범 전 OECD 조세정책본부장, 황도관 국세청 세원정보 서기관 등도 다음달까지 차례로 미국행 비행기를 타야 한다.

     

  • ▲ 론스타와의 이번 소송에는 전현직 고위 관료 26명이 증인으로 채택돼 줄줄이 미국행 비행기에 올라야 한다ⓒ
    ▲ 론스타와의 이번 소송에는 전현직 고위 관료 26명이 증인으로 채택돼 줄줄이 미국행 비행기에 올라야 한다ⓒ

     

    의사 결정권자 외 실무자 격이었던 공무원들까지 다수 포함되면서 정책적 판단에 대한 단죄 논란도 다시 불거질 조짐이다. 내놓고 투덜거릴 수야 없지만 잔뜩 볼이 부은 모습의 공무원들은 얄궂은 '변양호 신드롬'까지 들먹이며 허탈해 한다.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이 외환은행 헐값 매각 시비에 휘말려 구속된 이후 공무원들이 논쟁적인 사안이나 책임질만한 결정을 회피하고 납작 엎드리게 된 현상을 두고 하는 말이다. 4년이 훨씬 넘는 긴 법적 공방 끝에 그는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신드롬은 다시 진행되고 있다.

     

    정부 대책반을 주도하고 있는 총리실과 기재부의 고위 관료들의 이력도 논란에 휩싸여 있다. 주형환 기재부 차관은 론스타가 들어올 때 청와대 행정관 자격으로 변양호 재정경제부 국장, 김석동 금융감독위원회 국장, 주형환 재경부 은행제도과장, 이달용 외환은행 부행장 등이 참석하는 10인 대책 회의에 참석한 전력이 있다.

     

    주형환 차관의 후임 은행제도과장은 추경호 국무조정실장이었다. 당시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재경부 금융정책과장직에 있었고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이 국제금융국장이었다.론스타와의 소송에 대응해야 할 책임자들이 당시 론스타의 부적격성을 묵인한 재경부 관료들이라는 비난이 이는 이유다.

     

  • ▲ 정부대책반을 이끄록 있는 주형환 기재부차관(왼쪽)과 추경호 국무조정실장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당시 경력으로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연합뉴스
    ▲ 정부대책반을 이끄록 있는 주형환 기재부차관(왼쪽)과 추경호 국무조정실장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당시 경력으로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연합뉴스

     

    아이러니컬한 건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대표적인 론스타 저격수였다는 사실이다. 최 부총리는 야당 시절인 이른바 '외환은행 불법매각' 사건을 가장 앞서 파헤쳤다.

     

    2005년 국감에서는 금융감독 당국의 외환은행 매각 승인과정에 잘못이 발견됐으므로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에 문제가 있다면서 매각작업 중지 가처분신청을 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으며 2006년에는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때 정부와 금융감독 당국에 허위 사실을 제공했으므로 외환은행 인수 승인을 취소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론스타로 대표되는 외국자본의 '먹튀' 논란의 불씨를 처음 지핀 장본인이 최 부총리였다.

     

     

    론스타를 대리하는 대형 로펌 세종이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을 고문으로 영입한 것도 뒷말을 낳고 있다.론스타가 한국 정부에 책임을 물은 2007년에 윤 고문이 금융당국의 핵심적 위치에 있었으며 이후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을 인수한 하나금융지주 부회장과 외환은행장 등을 거쳤기 때문이다.

     

    먹튀 론스타가 또다시 한국의 관가와 금융감독 당국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