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은행측 내용공개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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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3년의 외환카드 주가조작사건으로 우리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은 외환은행이 오히려 '유죄'인 론스타에 거액의 배상금을 지급하게 된 것과 관련, 금융당국과 외환은행이 'NCND(사실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음)'로 침묵을 지키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3일 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외환은행은 미국에서 진행중인 론스타와 외환은행 간 중재재판 결과에 대해 사실 부인은 하지 않으면서도 구체적 내용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론스타와 외환은행은 2012년부터 올림푸스캐피탈에 대한 배상금 718억원을 둘러싼 중재재판을 벌이고 있는데 은행이 패소, 최근 430억원의 배상금을 대신 물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을 주도한 것은 론스타지만 외환은행도 당시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주식 매수를 결의하는 등 불법 행위에 관여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주가조작에 따른 저가 매수 이익도 얻었으니 손해배상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는 것. 


    이에 따라 론스타가 책임져야 할 430억원이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된 외환은행에 전가됐다.


    그러나 금융당국과 은행 측은 '비밀유지 조항'을 들어 결정내용을 언론은 물론 국회 정무위원회 의원들에게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중재재판은 양측이 합의 하에 진행되는 것이고 해외에서 중재를 하게 되면 내용을 공개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외환은행이 배상금을 물어주려고 해외 중재재판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김 의원은 "외환은행이 중재를 통해 배상금을 일부라도 물어줬다면 이는 큰 문제"라며 "손해배상 책임이 없는 은행에 불필요한 손실이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의사결정권자들은 형사적으로 '배임'을 저지른 것이므로 금융감독당국은 즉시 검사 또는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럼에도 금융감독원은 론스타와 외환은행 간 비밀유지 조항이 있어 배상금액조차 파악할 수 없다고 답변해 왔다"면서 "이는 고의적인 '업무해태'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싱가포르 중재재판소 규칙도 당사자 간 비밀유지 의무는 법률이나 규제기구의 권한을 넘어서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김 의원은 "금융당국의 지금 행태를 보면 론스타와 우리 정부의 4조7000억원 상당의 투자자.국가간 소송에서도 패소시 비밀유지 조항을 들먹이며 소송결과를 공개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며 "이번 임시국회 업무보고 때 금융위원회에 즉각적인 조사 착수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단체인 '금융정의연대'와 참여연대 등도 이날 금융당국과 하나금융지주, 외환은행 및 론스타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금융위에 조사요청서를 접수시켰다.


    외환은행 노조도 최근 성명서를 내고 론스타 배상금 430억원의 진상을 밝힐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