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의 "日기업 10% 가격인하시 수출 12%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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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박용엔진부품을 만들어 일본에 수출중인 전북의 한 기업은 "엔저이후, 일본 조선사들이 우리보다 자국의 협력업체로 거래선을 갈아타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만 해도 1kg당 2달러 가격을 쳐 줬는데, 몇 달전에는 1.7달러, 지금은 1.3달러까지 가격을 깎아올 것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평소 30억원 일본수출이 14억원까지 뚝 떨어졌다.

     

    반도체 제조기계를 만들어 온 충남의 한 기업도 저렴해진 일본산 기계와 경쟁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엔저로 중국시장에서 대형장비 입찰 때 일본업체의 저가격공세로 입찰에서 밀리고 있다. 수출물량도 수출컨테이너로 20% 가량 줄었다. 회사 관계자는 "바이어들에게 일본처럼 가격을 깎아 줄 수밖에 없는데, 고비용저효율 요인은 없는지 협력업체 납품단가도 꼼꼼히 살펴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엔저에 따른 일본기업의 공세로 '지구촌 수출 한일전'에서 우리기업들이 밀리고 있는 양상이다. 철강, 석유화학, 기계, 음식료, 자동차․부품, 조선업종의 기업들은 "원엔환율이 이미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었다"고 입을 모았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달 27일부터 6일까지 일본에 수출 중이거나 해외시장에서 일본과 경합 중인 수출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엔저에 따른 수출경쟁력 전망과 대응과제 조사'를 한 결과를 26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엔저로 인해 수출에 피해를 입었는가'라는 질문에 기업들 절반 이상(55.7%)이 '수출에 피해를 입었다;고 답했다.

     

    특히, '거래시 감내할 수 있는 엔화환율'에 대해 응답기업들은 평균 '924원'을 제시했다. 이는 지난 4월 평균 원엔환율 908원을 훨씬 상회한 수치다.

     

    업종별로는 철강이 963원으로 가장 높았으며, 석유화학(956원), 기계(953원), 음식료(943원), 자동차‧부품(935원), 조선‧기자재(922원), 반도체(918원) 등도 지난달 평균치(908원)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그나마 정보통신‧가전(870원), 섬유(850원) 업종은 아직 여력이 남아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엔저현상이 일본기업의 가격공세로 이어진다면, 가장 큰 물량타격을 받는 업종은 '음식료' 부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먹거리 가격의 미세한 변화에도 수출물량이 빠르게 감소할 수 있다는 말이다.

     

  • ▲ 업종별 원엔환율 감내수준. ⓒ대한상의
    ▲ 업종별 원엔환율 감내수준. ⓒ대한상의

     

    '수출경합중인 일본제품이 10%가격을 낮춘다면, 자사의 해당 수출물량은 몇 %나 준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기업들은 평균적으로 11.7%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업종별로 '음식료'가 18.7%로 가장 높았고, '철강'(15.1%), '조선‧기자재'(13.3%), '자동차‧부품'(12.4%), '유화'(10.6%), '기계'(9.2%), '정보통신‧가전'(9.2%), '섬유'(9.1%), '반도체'(8.1%) 순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유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한 중견기업은 "미국 현지에서 일본 야쿠르트와 경쟁하는데 많이 밀리고 있다"며 "일본 현지에서의 경쟁은 더 어려워 수출물량이 1/3 토막 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엔저현상이 단기적 현상이 아닌 심화될 수 있는 상황이어서 적극적인 기업의 대응을 주문했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이코노미스트(대한상의 자문위원)는 "단기간 내에 반전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의영 서강대 교수도 "수출침체와 더불어 엔저는 시차를 두며 추가하락할 수 있고, 유로화 역시 약세가 이어지는 상황"이라며 기업의 적극적인 대응책 모색을 주문했다.

     

    하지만 실제 기업의 대응은 그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엔저현상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했는가'를 묻는 질문에 우리 기업 열 곳 중 일곱 곳은 '마련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반면, '마련했다'는 12.0%, '계획 중'은 18.3%에 그쳤다.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 이유로 기업들은 '대외경제환경 불확실성'(60.8%)을 가장 많이 꼽았으며, '일시적 현상이라 생각'(16.7%), '해외시장 정보 부족'(15.3%), '전문인력 확보 어려움'(9.1%) 등을 들었다.

     

    전수봉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은 "아베노믹스 초기 우려했던 근린궁핍화정책(beggar my neighbor policy)이 현실화되고 있다"며 "과거 엔고시대를 이겨낸 일본기업들이 그랬던 것처럼 원고시대를 헤쳐 나가기위해 사업구조를 효율화하고 제품의 부가가치 향상을 통한 경쟁력 제고에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엔저시대에 정부가 수출기업을 위해 중점적으로 추진해야할 정책과제를 묻는 질문에 응답기업들의 절반(52.3%)은 '환 위험관리 지원'을 꼽았다. 그 다음으로 '수출기업 금융지원 강화'(44.0%), 'R&D 투자지원 확대'(33.0%), '비용절감 지원'(20.7%), '해외 전시회‧마케팅지원 강화'(18.0%), '법인실효세율 유지'(7.0%),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등 경제협력 추진'(5.0%) 등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