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보전으로 재정지원방식 전환 2040년까지 7조원 절감…코레일 부채 4.4조원 ↓정부, 운임 통제권 신설…지분율 34→49%까지 늘릴 예정경실련 "재정 절감되겠지만, 주지 않아도 될 돈을 주는 구조"
  • ▲ 코레일공항철도.ⓒ연합뉴스
    ▲ 코레일공항철도.ⓒ연합뉴스

    인천공항철도 최대 주주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서 국민·기업은행 컨소시엄(KB사모투자신탁)으로 바뀐다.

    사업주체가 다시 민간투자자로 돌아가면서 국가 재정지원방식은 기존 최소운임수입보장(MRG) 방식에서 비용보전방식(SCS)으로 전환한다.

    국토교통부는 코레일이 인수했던 인천공항철도 지분이 민간에 넘어가게 되지만, 사업시행자가 원래대로 민간투자자로 바뀔 뿐 공공부문 민영화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코레일은 이번 지분 매각으로 4조4000억원의 부채를 줄이게 돼 부채비율이 411%에서 310%로 낮아지게 됐다.

    국토부는 인천공항철도 신규 투자자(사업시행자)를 공모한 결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국민·기업은행 컨소시엄과 23일 변경실시협약을 맺는다고 22일 밝혔다.

    신규 사업시행자는 사명을 코레일공항철도㈜에서 공항철도㈜로 바꾸고 코레일공항철도가 기존에 빌린 2조6000억원의 자금을 낮은 금리의 차입금으로 변경하는 자금 재조달을 시행하게 된다.

    코레일은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의 하나로 총 18조원 규모인 부채를 줄이기 위해 지난해 6월 이사회를 열어 인천공항철도 매각을 결정했다. 코레일은 2009년 9월 인천공항철도의 지분 88.8%를 현대건설 등 9개 민간 건설업체로부터 1조2037억원에 사들여 운영하면서 부채부담이 가중됐다.

    국토부는 지난 1월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최저수익률 입찰을 벌였고 국민·기업은행 컨소시엄이 3.55%를 제안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기존 사업수익률은 14.07%(세후경상) 수준이었다. 이후 기준금리 인하로 말미암아 사업 수익률은 3.19%까지 낮아진 상태다.

    국토부 관계자는 "서울지하철 9호선(4.35%) 등 최근 유사 재구조화 사례를 보면 사업수익률이 4%대 중반에서 정해졌다"며 "이번 사업수익률(3.19%)은 최근의 저금리 추세가 반영돼 역대 민간투자사업 수익률 중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국민·기업은행 컨소시엄은 1조8241억원에 코레일 지분을 사들이게 됐다. 인천공항철도 사업시행자 지분구조는 코레일 88.8%, 정부(국토부) 9.9%, 현대해상 1.3%에서 국민·기업은행 컨소시엄 65.9%, 정부 34.1%로 변경된다.

    정부는 이미 투자한 후순위 대여금 654억원을 자본금으로 출자전환해 지분율을 높였다. 정부 지분율은 국민·기업은행 컨소시엄의 유상감자 계획에 따라 2026년까지 단계적으로 49%로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 지분율 확대는 이번 매각을 통해 정부재정지원 방식을 기존 MRG방식에서 SCS방식으로 바꾼 것과 무관치 않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MRG방식은 보장수입을 정해놓고 실제 운임수입이 이에 못 미칠 경우 정부가 그 차액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2008~2014년 인천공항철도사업(수익률 14.07%)에 총 1조3000억원을 보장해줬고, 보장수입이 너무 높아 민간사업자에게 과도한 수익을 보장해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SCS방식은 민간투자 원금과 이자, 운영비를 토대로 최소 비용을 정하고 운임수입이 이에 미달하면 그 차액을 지원한다.

    국토부는 재정지원방식 전환으로 사업보장기간인 2040년까지 재정부담액이 기존 15조원(연간 5800억원)에서 8조원(연간 3100억원)으로 7조원쯤(연간 2700억원)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부 지분율 확대와 관련해 "투자 원금과 이자를 보전해주는 SCS방식 특성상 정부 지분을 매각하면 재정부담이 더 늘어나게 된다"며 "계약상 회수금액도 비용보전 대상에 포함돼 있어 정부가 투자한 후순위 채권(654억원)을 당장 회수해도 2040년까지 이자(3.19%)를 지급하는 만큼 의결권이 있는 자본금으로 전환해 지분율을 확대하는 게 재정부담을 줄이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용자 운임은 정부가 결정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애초 실시협약에는 사업시행자가 매년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운임을 신고하면 그만이었다. 앞으로는 정부 승인을 거쳐야 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부 지분이 확대되고 운임 승인권까지 확보한 만큼 서비스 수준보다 운임이 과다하게 오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레일공항철도 노조는 민간 매각이 싫지만은 않은 기색이다.

    노조 관계자는 "원래 인천공항철도는 민간사업자가 운영하는 사업방식이었으나 코레일이 인수하면서 (운영주체가) 민간기업도 아니고 코레일 자회사도 아닌 모호한 상태였다"며 "국토부 눈치는 봐야 하겠지만, 대주주가 민간으로 바뀌면 독립 운영의 여지가 생기므로 나쁘지 않다"고 밝혔다.

    민영화에 따른 부작용 우려와 관련해선 "SCS방식으로 재정지원을 받아야 하는 처지이므로 신규 투자자가 의사결정 과정에서 정부의 거부권 행사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천공항철도 매각 중단을 요구했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SCS방식으로 국가 재정을 절약할 수 있다지만, 민간사업자의 적자를 국민 세금으로 메우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적자 보전은 결과적으로 주지 않아도 될 돈을 주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최승섭 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장은 "공공기관인 코레일이 운영하면 감사나 견제의 틀 속에서 운영되지만, 적자를 보전해주면서 민간에 넘기면 사업효율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경실련은 그동안 MRG 비율을 조정해 재정손실 규모가 줄어들었고, KTX 인천공항 연장운행에 따라 앞으로 인천공항철도의 성장성이 좋아질 것으로 예측된다며 인천공항철도 민간매각에 반대 견해를 보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