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유통업계 메르스 충격파 심각…中 단체관광 재개 등 긍정적 신호도 감지정부 "추경 신속 집행으로 불씨 살릴 것"…해수부, 상해 크루즈관광객 유치 간담회
  • ▲ 황교안 국무총리가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메르스 대응 범정부 대책회의'를 열고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사실상 끝났음을 선언하고 있다.ⓒ연합뉴스
    ▲ 황교안 국무총리가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메르스 대응 범정부 대책회의'를 열고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사실상 끝났음을 선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정부가 28일 사실상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종식을 선언했지만,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은 상태다.

    정부는 메르스 후유증을 극복하기 위해 추가경정예산(추경) 등 총 22조원 규모의 재정보강 대책을 조속히 이행해 경기회복의 불씨로 삼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메르스 여파로 지난달 10일 발길이 끊긴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오는 30일 청주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등, 메르스 사태 직격탄을 맞았던 관광업도 다시 기지개를 켤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하늘길과 달리 입항을 취소한 크루즈 관광객은 아직 발길을 돌리지 않고 있다.

    전염병 관리체계에서 드러난 초기 대응 부실 문제도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메르스 충격파 가공할 만…관광업계 직격탄·기준금리 인하까지

    메르스가 우리 경제에 던진 충격파는 어마어마했다. 메르스 감염 공포는 소비주체들의 경제활동을 사실상 올스톱 상태로 만들었다.

    유통업체 매출은 급감했다. 메르스가 기승을 부린 6월 백화점 매출액은 10.7%, 할인점은 9.7% 각각 줄었다.

    이달 말 발표 예정인 6월 산업활동동향에 대한 기대도 크지 않다. 메르스 여파가 6월에 가장 컸기 때문이다.

    메르스 감염 공포는 직장인들의 출·퇴근 양상까지 변화시켰다. 사람들은 대중교통 이용을 꺼렸다. 메르스 영향으로 말미암은 운송업계 피해는 '세월호' 때보다 더 큰 것으로 분석됐다.

    28일 한국교통연구원이 추정한 운송업계의 수입감소 피해 분석자료를 보면, 메르스 확산이 정점에 달했던 지난 6월 한 달간 노선·전세버스, 택시 등 여객운송업 수입은 지난 2013년 같은 기간보다 1283억원이 줄었다.


     업종별로는 전세버스가 629억원, 시외버스 292억원, 시내버스 148억원, 고속버스 122억원, 택시 91억원 등이다.

    이 기간 승객은 2930만명 줄었다. 전세버스가 31.8%(875만명)로 가장 타격이 컸고 택시 16.7%(302만명), 노선버스 12.3%(1753만명) 등의 순이었다.

    이는 세월호 참사 여파로 지난해 6월 한 달간 줄어든 승객 1071만명(5.7%), 수입 642억원 감소와 비교할 때 피해 규모가 더 큰 것이다. 승객 수만 비교하면 9.8%(1859만명)쯤 더 감소했다.

    강상욱 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여객운송업 피해는 세월호의 경우 전세버스에 한정된 반면, 메르스 감염 공포는 업종 전반에 걸쳐 폭넓게 나타나 시민들의 대중교통수단 이용을 더 위축시켰다"고 말했다.

    특히 관광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인 관광객(유커) 등 외국인 관광객들이 발길을 돌리면서 빈사상태에 빠졌다.

    메르스 여파는 기준금리도 끌어내렸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메르스 공포로 소비심리가 급랭하던 6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연 1.5%로 0.25%포인트 전격 인하했다. 가계부채 문제가 부담되는 상황임에도 소비심리 회복을 위해 내린 고육지책이었다.


  • ▲ 휴일인 26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롯데백화점의 '롯데 블랙 슈퍼쇼' 행사장에 몰린 인파.ⓒ연합뉴스
    ▲ 휴일인 26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롯데백화점의 '롯데 블랙 슈퍼쇼' 행사장에 몰린 인파.ⓒ연합뉴스


    ◇유커, 단체관광 재개 등 경제 활성화 청신호…정부, 추경 신속 집행해 효과 극대화

    다행인 것은 메르스 확산세가 꺾이면서 최근 들어 긍정적인 신호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7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0으로 6월보다 1포인트 상승했다. 백화점 매출액은 6월 말을 지나면서 이전 수준으로 빠르게 돌아오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도 다시 이어질 전망이다.

    28일 충북도에 따르면, 중국인 단체관광객 150명이 오는 30일 이스타항공편을 이용해 청주공항으로 입국한다. 메르스 여파로 지난달 10일 이후 발길을 끊었던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청주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것은 50일 만이다.

    유커를 겨냥한 청주공항∼중국 정기노선 운항도 속속 재개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23일 청주공항∼다롄 노선 운항을 재개했고 메르스 사태로 중단했던 하얼빈과 상하이 노선도 다음 달 중 재가동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날 사실상의 메르스 사태 종식 선언을 계기로 경제 회복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지난 24일 국회에서 통과된 11조6000억원 규모의 추경을 최대한 빠르게 집행해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28일 메르스 종식을 언급하며 "국회에서 통과된 메르스 추경예산을 신속히 집행해 우리 경제와 국민생활이 조속히 활력을 되찾을 수 있게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매월 재정관리점검회의를 열어 추경 집행 상황을 확인할 계획이다.


  • ▲ 메르스 안내문.ⓒ연합뉴스
    ▲ 메르스 안내문.ⓒ연합뉴스


    ◇관광객 유치 '골든타임' 살려야…신종 감염병 방역체계 개선도 필요

    그러나 메르스 사태 마무리와 관련해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직격탄을 맞았던 관광업계가 기지개를 켤 조짐이지만, 적극적인 관광객 유치가 필요한 실정이다.

    항공 수요와 달리 입항을 취소한 크루즈 관광객은 아직 발길을 돌리지 않고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입항 취소 건수는 총 95항차로 지난해와 비교해 관광객 22만명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크루즈 관광객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숫자다.

    이에 따라 정부는 내달 말까지를 관광시장의 조기 회복을 위한 황금 시간으로 보고,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유기준 해수부 장관은 오는 30·31일 중국 상하이를 찾아 크루즈 여행사·선사를 대상으로 크루즈 관광객 유치를 위한 간담회를 연다. 한국 주요 기항지의 메르스 안전성과 입항 취소를 철회할 경우 제공하는 인센티브 등을 적극 홍보할 예정이다.

    한국관광공사와 국내 관광업계는 29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중국·대만·홍콩 등 중화권 유력매체 언론인 150여명을 초청한다. 방한취재단을 상대로 서울·경기·강원 일대의 다양한 관광자원을 알리고 메르스 사태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온 한국의 모습을 소개할 예정이다.

    메르스 초기대응 부실 문제도 정부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과제다.

     

    방역본부는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메르스 음성 판정 번복, 비정규직 의료종사자 신원·조사 파악 미흡, 질병·의료기관 정보 공개 미숙 등 초기 대응에 많은 허점을 드러냈다.

    황교안 총리도 메르스 사태 후속조치에 대해 강조했다.

    황교안 총리는 "이번 사태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신종 감염병 방역체계를 개선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이번 기회에 감염병 유입 차단, 현장 대응시스템 강화, 음압병실 등 시설 보강, 전문가 양성, 병원문화 개선 등 완성도 높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메르스 초기에 확실히 대응하지 못한 점 등 대처과정의 문제점과 원인도 철저히 밝혀 그에 따른 조치도 뒤따르도록 하겠다"고 역설했다.

     

    메르스 사태의 주무장관인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의 경질로 이어질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