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별 최저임금 올해도 무산 … 숙박·음식업 등 부담 호소공익위원, 제도 개선 추진단 권고 … "매년 유사한 논의 반복"요구안·심의촉진구간·표결 되풀이 … "최임위 구조도 바뀌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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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9일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열린 제4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와 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급 1만700원으로 결정된 가운데 업종별 차등 적용이 올해도 무산되면서 최저임금 결정 체계 전반을 손질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매년 노사가 '흥정'하듯 최저임금을 정하는 현행 구조에서 벗어나 객관적인 산정 기준과 전문가 중심의 심의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1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저임금위는 지난달 11일 열린 제5차 전원회의에서 도급제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확대를 부결시킨 데 이어, 6차 회의에서는 업종별 차등 적용 안건마저 표결로 무산시켰다. 숙박·음식업 등 영세업종 사용자 측은 그간 "지불능력이 다른 업종에 같은 최저임금을 일률 적용하는 게 과연 공정한가"라는 문제 제기를 이어왔지만, 노동계의 반대에 부딪혀 올해도 단일 최저임금 체계가 유지됐다.당시 양옥석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소상공인들은 인건비 부담을 견디기 위해 가족 경영으로 전환하거나 무인주문기와 키오스크를 도입하며 버티고 있다"며 "폐업 후에도 수억원의 빚을 떠안는 사례가 적지 않은 만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실제 한국은행과 금융권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소매업과 숙박·음식업 대출 잔액은 356조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폐업한 사업자 수가 100만명을 넘어서면서 폐업공제금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는 사실도 자영업자들이 한계 상황에 내몰렸다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지표다.이 같은 문제의식은 공익위원단 내부에서도 확인됐다. 최저임금위 공익위원들은 전날 별도 권고문을 통해 인공지능(AI) 확산과 플랫폼 노동 성장 등 산업 구조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매년 유사한 논의가 반복·공전하고 있다며, 하반기 중 고용노동부에 제도개선 추진단을 설치해 적용대상과 결정기준 등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최저임금 인상 필요성과는 별개로 업종별 지불 능력 차이를 제도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노동경제학회장을 지낸 김진영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산업별 생산성과 수익 구조가 크게 다른 상황에서 동일한 최저임금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과연 효율적인 제도인지 고민할 시점"이라며 "현실을 반영한 보다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 ▲ 국가별 최저임금 적용 방식 ⓒ챗GPT
매년 노사간 최저임금 수준을 흥정하듯 결정하는 최저임금위 제도 자체를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4차 전원회의를 열고 2027년도 적용 최저임금으로 경영계 제출안을 채택했다. 공익위원들이 1만720원 합의를 권고했지만 노사 모두 동의하지 않아 무산됐고, 노동계와 경영계가 1만730원(4.0% 인상), 1만700원(3.7% 인상)을 최종 수정안으로 제출하면서 결국 표결 절차에 돌입했다.이처럼 지난 18년간 최저임금 심의 가운데 노사 합의로 결정된 것은 지난해 단 한 차례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공익위원이 제시한 심의촉진구간을 기준으로 표결을 거쳐 결론이 났다. 문제는 이 구간을 산정하는 명확한 공식이 없다는 점이다.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취업자 증가율 등이 참고 지표로 활용되지만 어떤 지표를 얼마나 반영할지는 사실상 공익위원 재량에 맡겨져 있다.노동경제학회장을 지낸 김기승 부산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런 구조에 대해 "최소한의 공식을 만들어 놓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을 반영해 기준선을 정하고, 그 안에서 노사가 합의할 수 있는 재량 범위를 두자는 것이다. 다만 위원회를 전문가로만 구성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노와 사 모두 자신들이 빠진 결정을 순순히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도 "원칙 없이 그때그때 협상으로 정하는 방식으로는 안 된다"며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기준금리를 정할 때처럼 전문가들이 나서 논리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문제인데, 이해관계가 얽힌 사람들끼리 모이면 싸움만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해외 주요국은 이미 한국보다 구체적인 산정 기준과 전문가 검토 절차를 갖추고 있다. 프랑스는 소비자물가지수와 저임금 노동자의 구매력 상승률을 반영해 최저임금을 조정하는 산식을 법제화했고, 물가가 일정 수준 이상 오르면 자동으로 인상되는 장치도 두고 있다.영국은 노동자·사용자 대표와 독립 전문가로 구성된 저임금위원회가 고용·임금 통계를 분석해 정부에 권고안을 제출하는 방식을 취한다. 독일 역시 단체협약 임금 인상률과 고용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전문가 자문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김진영 교수는 현행 노사 중심 결정 구조 자체를 문제로 짚었다. 그는 "최저임금은 국가 정책인데 이를 노사 당사자들에게 맡겨 결정하라고 하는 것은 사실상 책임 회피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행정부든 국회든 책임 있는 정책 결정자가 의견을 수렴해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국내에서도 결정 구조를 바꾸려는 시도는 있었다. 문재인 정부는 전문가가 심의구간을 설정하는 '구간설정위원회'와 최종 의결을 담당하는 '결정위원회'로 체계를 이원화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입법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도 최저임금 제도개선 연구회를 운영했으나 실질적인 제도 개편에는 이르지 못했다.이재명 정부는 국정과제에 '최저임금위원회 운영 및 최저임금 결정기준 개선'을 포함시킨 상태다. 여기에 전날 공익위원단이 직접 제도개선 추진단 설치를 정부에 권고하면서, 도급제·업종별 차등화를 둘러싼 논쟁이 매년 반복되는 현행 구조를 정비하는 논의가 하반기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