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발표·문광부 장관 면담 등 내년 총선 앞두고 치적 쌓기 경쟁 우려전문가들 "사업추진 역량 등 고려해야… 공급·투자과잉은 결국 정부 부담"
  • ▲ 문화체육관광부.ⓒ연합뉴스
    ▲ 문화체육관광부.ⓒ연합뉴스


    정부의 카지노 복합리조트 대상지 선정이 임박한 가운데 정치 논리적 접근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복합리조트 유치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거라는 기대감으로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치적 쌓기 경쟁이 치열한 데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한 정치권의 입김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24일 정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달 말께 카지노 복합리조트 제안서 평가를 통해 2곳 안팎의 대상지를 선정할 예정이다. 사업대상자는 12월께 발표할 계획이다.

    현재 국내외 34개 업체가 복합리조트 사업 선정을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복합리조트는 카지노를 비롯해 호텔, 쇼핑몰, 컨벤션, 전시시설, 공연장, 테마파크 등 다양한 분야의 시설을 융합해 비즈니스·가족관광·레저·오락 등을 아우르는 대규모 복합시설을 말한다.

    복합리조트는 수조 원 규모의 외자를 유치할 수 있고 산업 연관 효과가 크다. 지역경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보니 각 지자체가 유치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전국에서 운영 중인 16개 외국인 카지노가 호남권에만 없다는 점을 호소하고 나선 전남도는 이낙연 지사가 여당 대표와 정부인사 등을 접촉하며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사는 지난 3일 휴가에 들어갔지만, 4일 바로 업무에 복귀해 복합리조트 입지 선정을 위해 국회를 중심으로 물밑 설득 작업을 벌였다.

    호남지역 국회의원들도 지난 6일 여수 경도 유치를 희망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특히 정치권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어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정치적 입김에 의해 입지가 결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유치전에 뛰어든 강원 춘천·홍천지역도 최동용 춘천시장과 김진태 국회의원이 지난 13일 김종덕 문광부 장관을 만나 지역 유치의 당위성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정치 논리로 사업대상지가 결정돼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입지조건, 투자자 진정성 등을 고려해 경쟁력이 있는 대상지를 선정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돌려 말하면 지역 안배 등 정치적인 논리로 경쟁력을 갖춘 지역이 탈락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경희대 복합리조트게이밍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는 서원석 호텔관광과 교수는 "이번 복합리조트 추가 선정은 국내 카지노산업의 경쟁력을 좌지우지하게 되는 만큼 정부가 현명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정치적 입김이 아니라) 경쟁력을 갖춘 위치를 선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정부가 이번에 5~6곳의 사업대상지를 폭넓게 선정한 뒤 연말께 2곳 내외의 최종 사업자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했다.

    서 교수는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공급·투자과잉 문제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과대 투자 후 손님이 오지 않으면 주변 시설 황폐화 문제가 심각해지고 이는 정부의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현재의 카지노 복합리조트 시장이 중국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도라서 중국 성장세에 따라 동반 성장 또는 동반 침체할 수 있는 만큼 차이나 리스크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문화관광위원장인 조현근 인천주민권익연구소 정책실장도 "카지노 복합리조트에 대한 논란을 차치하더라도 지역마다 당위성을 내세우며 유치전이 과열되고 있는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논리가 개입될 소지가 있다"며 "탈락한 지역의 반발은 자칫 차별론으로 이슈화될 수 있으므로 외국인관광객 유치, 고용 창출, 지역과의 연계 등 경제·사회적 관점에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정치권 등의 입김에 흔들리지 말고 객관적인 평가지표로 사업대상지를 선정해야 한다는 것은 지자체가 주장하는 유치 타당성의 근거가 뜻밖에 미흡하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최근까지 알려진 29개 업체의 신청현황을 보면 인천에 16개 업체가 신청해 가장 많다. 이미 카지노 복합리조트 사업 2건이 확정돼 추진되고 있는 영종도에만 11개 업체가 몰렸다.

    유정복 인천시장을 비롯해 인천지역 정치권과 신청 업체들은 카지노 밀집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유치 당위성으로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인천지역 내에서도 집적화에 의문을 제기하는 견해가 나온다. 기존 복합리조트 사업지인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국제업무지역과 미단시티 부지는 직선으로 10㎞ 이상 떨어져 있다. 차로 이동해도 수십 분이 걸린다. 이번에 쏠레어코리아(필리핀), 임광토건이 신청한 무의도의 경우 미단시티에서 차로 이동하면 1시간쯤 걸린다. 같은 영종지역이라도 거리가 떨어져 있다 보니 집적화에 한계가 있는 셈이다.

    복합리조트 전문가들은 카지노 집적화로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집적 효과에 관한 구체적인 연구조사 결과는 발표된 게 없다고 말했다.

    한 전문가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경우 카지노가 많아질수록 볼거리·즐길거리가 다양해지지만, 집적화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얼마만큼 나타나는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연구된 바가 없다"고 부연했다.

    가장 많은 사업신청이 몰린 영종도의 복합리조트 개발 논리로 대형화와 집적화가 꼽히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구체적인 논거는 없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각 지자체가 주장하는 집적화나 지역 균형발전 등의 논리는 서로 장단점이 있는 만큼 투자자의 사업추진 역량과 진정성, 입지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공정하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며 "지자체의 과열 경쟁이나 정치권의 입김이 평가에 영향을 끼쳐선 안 된다"고 역설했다.

    이에 대해 문광부 관계자는 "사업대상지 선정과 관련해 수도권-지방 안배 등 어떤 정해진 원칙은 없다"며 "정치 논리가 개입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시각이 있지만, 그런 것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복합리조트는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한 것으로 카지노 허가는 당근일 뿐 큰 흐름은 투자자가 주변 시설이나 부족한 관광 인프라를 개발하고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라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경쟁을 통해 최고의 효과를 낼 수 있게 신중히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 수협 복합리조트 조감도.ⓒ수협중앙회
    ▲ 수협 복합리조트 조감도.ⓒ수협중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