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환전문 국책은행으로 시작, 민영화 후 주인 3번 바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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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환은행의 날개는 우리들 가슴 속에 영원히 남아있을 겁니다"

     

    하나은행과 통합, 'KEB하나은행'으로 새출발하기 하루 전날인 31일, 서울 을지로 'KEB외환은행' 본점 로비 양쪽엔 이런 흰 보드판이 놓여 있었고, 거기엔 직원들이 남긴 글들이 빼곡했다.

     

    "그 날개를 가슴속 담고 새로운 도약!"

    "언제까지나 KEB맨으로 남으리"

    "사랑해요 KEB외환은행, 내 마음속에 영원히..."

     

    48년 영욕의 세월을 마감하고 역사속으로 사라지는 외환은행에 대한 직원들의 아쉬움과 애정, 그리고 KEB하나은행으로 새출발하는 것에 대한 설렘과 기대감이 동시에 느껴졌다.

     

    이미 본점 앞에는 외환은행 간판이 내려지고 KEB하나은행 간판이 걸렸다. 건물 옆쪽 1층 영업부 입구에 남은 간판도 곧 바뀔 것이다.

     

    이날 오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으로 옮기는 김병호 하나은행장과 김한조 외환은행장은 조용히 퇴임식을 가졌다.

     

    ◇ 모태는 한국은행...민영화 후 외환위기로 시련

    외환은행의 모태는 한국은행 외환관리과다. 1950년대까지 국내 외환 관련 모든 업무는 여기서 처리했다.

     

    1960년대 경제개발계획을 추진하던 정부는 수출확대를 위해 외환관리만을 전문으로 하는 은행이 필요했다. 이에 따라 1967년 한은 외환관리과를 분리, '한국외환은행'을 설립했다.

     

    당초 외환은행은 '한국외환은행법'에 근거한 국책은행이었다. 한은이 자본금을 100% 출자했고, 한은 출신 직원들이 다수 옮겨왔다.

     

    다시 1969년 '한국수출입은행법'이 제정되면서 외환은행은 기업의 수출입 관련 금융을 지원하기 위해 중장기신용부를 만들었다. 1976년 이 부서는 한국수출입은행으로 독립했다.

     

    하지만 외환업무가 다른 은행들에게도 허용되면서 외환은행의 운명은 바뀌었다. 1989년 12월 한국외환은행법이 폐지되면서 국책은행에서 일반 시중은행으로 변신한 것. 1994년 4월 증권거래소에 상장도 했다.

     

    1997년 닥친 외환위기는 외환은행에도 큰 시련을 몰고 왔다.

     

    외환은행은 자체 경영정상화에 실패, 독일의 금융그룹인 코메르츠방크에 매각됐다. 코메르츠방크도 다시 2003년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팔아넘겼다.

     

    투자이익에만 관심이 있는 론스타는 2006년 국민은행, 2007년 HSBC와 외환은행 매각협상을 벌였으나 실패하자 하나금융지주를 선택했다. 2010년 11월 하나지주가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 지분 51%를 사들여 최종 인수했다.

     

    이후에도 외환은행은 독립 경영을 유지하다가 올해 들어 노사가 통합에 극적으로 합의, 9월1일 통합 KEB 하나은행으로 새출발하게 됐다.

     

    ◇'KEB' 명칭은 살아남아...통합은행 본점도 외환은행 본점으로

    이렇게 외환은행은 역사속으로 사라지지만 'KEB'라는 명칭은 살아남았다. 존속 법인도 하나은행이 아닌 외환은행이다.

     

    통합은행 본점도 외환은행 본점으로 결정됐다. 현 하나은행 본점 건물이 다소 비좁은 탓이지만, 하나금융지주 경영진들의 외환은행 직원들에 대한 배려심도 읽혀진다.

     

    국내 최대 은행으로 탈바꿈하는 외환은행...'퇴장'이 아니라 '재탄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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