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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희의 컬쳐 홀릭] 과연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1996년 지자체의 첫 국제영화제 시도는 이러한 우려와 기대 속에 그 출발을 알렸다. 영화의 중심지라고 하면 의례히 서울의 충무로를 상징처럼 여기던 시기, 중앙을 벗어나 부산에서 시작된 우리나라 최초의 국제영화제는 다소 생소하기만 했던 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어느새 영화의 바다가 된 도시 부산은 부천, 광주, 전주, 제천에 이르기까지 각 지자체가 다양한 영화제를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산파 역할을 자처하며 성공적인 롤 모델이 되었다. 그리고 2015년, 스무 살 성년이 된 부산국제영화제는 아시아 최대 영화제라는 수식어가 부끄럽지 않을 만큼 가파르게 성장곡선을 그려나가고 있다.
영화제 예산 삭감으로 시작 전부터 설왕설래가 많았던 제 20회 BIFF. 지난 1일 개막식 당일에는 많은 비에 강풍경보까지 그야말로 설상가상이었다.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전당 야외무대에 운집한 수많은 관객을 보는 순간, 저절로 감탄이 흘러나왔다. 이곳이 바로 영화의 도시구나, 20년의 역사가 저절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구나 하는 원초적인 경외감에 다소 흥분되기도 했다. 거짓말처럼 비와 바람이 잦아들면서 개막식은 성공적으로 치러졌고, 다소 내홍을 겪기도 했으나 이러한 잡음을 불식시키기라도 하듯 부산국제영화제는 성인이 된 성숙함으로 종반을 향해 순항하고 있다.
이번 영화제는 기존에 해왔던 다양한 프로그램들 외에도 새로운 콘텐츠와 기술이 선보여 눈길을 끈다. 아시아 필름마켓 2015에서 선보인 엔터테인먼트 지적재산권마켓(E-IP)은 세계 최초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시도한 것으로 단순히 사고파는 기존의 영화 시장을 넘어서 신규 플랫폼에서 활용되는 스토리의 원천 소스의 거래까지도 가능하게 해주는 새로운 형태의 마켓이다. 또한 세계 최초로 체험용 영화제 웹사이트인 ‘구글플레이 인사이드 BIFF’가 소개되어 개막식을 현장이 아닌 온라인상에서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가상현실 체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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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콘텐츠와 새로운 기술의 개발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바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지속시켜주는 관객의 힘이다. 초대받지 않은 관객은 영화 관람이 불가능한 칸 국제영화제는 세계 최고 권위의 영화제라는 명성과는 달리 영화인만을 위한 그들만의 축제이다. 그러나 우리는 영화제에서 선보이고 있는 작품에 대해 일반관객에게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다. 이것이 20년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 동안 누적관객 수 300만 명을 모으며 비경쟁 영화제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하다. 관객이 보여주는 열정과 관심이 부산국제영화제의 성장 동력이 되고 있음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세계 영화 시장에서 아시아 영화는 그야말로 제3세계 영화로 치부되던 시절이 있었다. 영화의 주변부였기에 잘 만든 작품조차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아시아가 더 이상 변방이 아닌 세계에서 가장 큰 영화시장으로 성장했고 그 중심으로 탈바꿈 하고 있다. 여기에 부산국제영화제의 역할이 컸음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보다 오랜 역사를 지닌 도쿄국제영화제나 최근 양적팽창이 두드러지고 있는 상하이국제영화제는 우리에게 견제의 대상이기도 하다. 아시아 최대 영화제라는 타이틀은 정체되거나 매너리즘에 빠지는 순간 더 이상 우리의 것이 아닐 수도 있다. 빠른 속도의 성장과 안정을 넘어선 창조성의 추구, 그것이 무엇이건 지금처럼 끊임없이 시도해나가야 한다. 오래도록 관객에게 권태기를 느낄 수 없는 영화제로 지속되기 위해서 새로움은 필수 요건이다.
지금 부산은 영화의 열기로 가득하다. 영화제의 첫 시작부터 지금껏 온도차를 느낄 수 없었던 뜨거운 관심은 성년이 된 오늘도 한결같다. 그래서 매년 가을이면 그것에 이끌리듯 저절로 부산을 찾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내일이 더욱 기대되는 부산국제영화제, 스무 번째 생일맞이가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기를 바라며, 이제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축제를 넘어 세계무대를 향해 비상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