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유동설 위기설에 발칵… 주가 아직도 회복 못해올해 내내 괴담 리스크, 삼성부터 현대차, SK그룹까지결국은 신뢰 회복이 과제… 롯데그룹 28일 정기인사
  • ▲ 롯데월드타워. ⓒ롯데
    ▲ 롯데월드타워. ⓒ롯데
    ‘아닌 땐 굴뚝에 연기날까.’

    최근 롯데그룹 임직원들이 가장 싫어하게 된 속담이다. 재계서열(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순위) 6위에 달하는 롯데그룹이 유동성 위기로 공중분해 되리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그야말로 그룹이 발칵 뒤집어졌다. 롯데그룹은 유동성에 문제가 없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여진이 지속되는 중이다. 

    자산 규모 139조원의 롯데그룹이 한낱 소문으로 인해 흔들리는 경우는 흔치 않다. 하지만 롯데그룹만의 문제는 아니다. 삼성그룹을 비롯해 현대차그룹, SK그룹 등도 소문에 주가가 요동치는 경험이 있다. 근본적 문제는 우리 시장의 취약한 신뢰에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26일 롯데그룹 등에 따르면 최근 ‘롯데 유동성 위기설’이 퍼진 이후 증발한 주요 롯데그룹 계열사의 주가는 아직 이전만큼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롯데그룹이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음에도 아직 시장에 믿음을 주지 못했다는 평가다.

    소문은 롯데그룹이 다음달 유동성 위기로 채무불이행(모라토리엄)을 선언하리라는 것이 골자다. 이에 따른 임직원 50% 이상 감원 내용도 담겼다. 사실 롯데그룹에 대한 이해가 있다면 터무니없는 소문이었다. 롯데그룹은 근무 직원만 8만명이 넘는다.

    롯데지주 이례적으로 자산을 공개하면서 진화에 나섰다.

    롯데 측은 “부동산 자산이 56조원, 가용예금은 15조4000억원으로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며 “롯데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그룹 전반에 걸쳐 자산 효율화 작업 및 수익성 중심 경영을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롯데그룹이 지난 10월 기준 총 자산만 139조원, 보유한 주식 가치만 37.5조원에 육박한다. 하지만 이번 해프닝 이후 롯데그룹이 기존에 추진하던 비주력 자산매각이나 비효율 백화점의 폐점 등에는 모두 ‘유동성 위기설’이라는 수식어가 붙게 됐다. 소문 당시 급락했던 주요 계열사의 주가도 현재까지 회복되지 않았다. 이 일련의 과정에서 롯데그룹이 받는 유·무형의 손실은 손으로 꼽기 어렵다.

    현재 롯데그룹은 해당 루머의 유포자에 대한 형사조치를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이런 괴담 리스크에 대기업집단이 휘청거리는 사례는 비단 롯데만의 일이 아니다.

    삼성그룹은 지난 6월 말 1조원 규모의 웨이퍼가 폐기됐다는 ‘파운드리 반도체 대량 결함·폐기설’이 퍼지면서 주가가 급락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 무근이었다. 앞선 5월에는 삼성전자의 고대역폭 메모리(HBM)가 발열과 전력 소비 등이 문제로 미국 엔비디아의 테스트에 떨어졌다는 소문이 돌며 주가가 3% 이상 급락하기도 했다.

    같은 달에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의 건강이상, 사망설이 퍼지는 해프닝도 있었다. 당시 현대차그룹 주식이 일제히 급등했지만 사실무근이었다. SK그룹은 올해 리밸런싱(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온갖 루머에 시달리던 곳으로 꼽혔다. 대표적으로 적자인 SK온을 살리기 위한 알짜 계열사 SK엔무브 합병설이 돌았지만 이 역시 소문에 그쳤다.

    업계에서는 국내 증시의 약세가 이어지면서 커진 공포가 시장 전반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는 시각이 많다.

    업계에서는 “한동안 잠잠했던 루머에 주요그룹이 들썩이는 사례가 꾸준히 되풀이 되고 있다”며 “특히 국내 증시 약세가 이어지고 있고 유튜브, SNS 등의 영향이 커지면서 소문에도 과도하게 반응하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결국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회복'이 될 전망이다. 롯데그룹의 유동성 위기설의 근원지가 롯데캐미칼의 실적부진, 계열사 전반의 구조조정이 있던 만큼 눈에 띄는 성과로 증명해야한다는 과제를 안게 됐다는 평가다. 롯데그룹이 오는 28일에 2025년도 정기인사를 앞당겨 준비하는 것도 쇄신을 통한 시장의 신뢰 회복을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