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증권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지연되면서 현대증권의 레임덕이 가속화되고 있다. 당초 현대증권은 지난달 16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김기범 전 대우증권 사장을 새 대표이사로 확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심사가 마무리되지 못하면서 지난 12일로 임시주총이 연기됐고, 또 다시 23일로 일정이 지연됐다. 그러나 오는 14일 증권선물위원회 안건에 누락되면서 이달 안에 승인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이는 금융당국에서 오릭스 PE에 요구한 서류제출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베즈가 현대증권 주주인데 오릭스와 자베즈의 주주간 계약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오릭스 측에서는 최대한 빨리 서류 제출을 서두르겠다는 입장이지만, 현 상황으로써는 11월로 넘어가는 것이 확실시 된다. 결국 오는 23일 예정된 임시주총도 세번째 연기가 불가피해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현대증권은 사실상 CEO 공백 상태다. 떠나야 될 윤경은 사장은 이미 마음을 비우고, 하루 빨리 인수인계 하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 마음이 급한 쪽은 신임 김기범 사장을 포함한 새로운 경영진이다. 생각했던 경영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상반기에 선전했던 실적을 연말까지 이어갈 원동력도 약해지고 있다. 3분기에 거래대금 감소와 ELS 손실 등이 겹치면서 실적 악화가 예상되고 있다. 상반기 1700억원 가량의 이익을 더 늘리지는 못할망정 까먹어야 될 판이다.

     

    특히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윤경은 사장이 내년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 당연히 김기범 사장이 인수단을 꾸리고 업무를 파악하면서 머릿속에 사업 구상을 마쳤을 것이다. 이를 구체화 시켜야 하는데 공식적으로 주총과 이사회 승인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현재 업무 보고도 공식적으로 받을 수 없다. 때문에 인수단 사무실도 현대증권 건물이 아닌 십여미터 떨어진 신영증권 별관 건물에 마련돼 있다. 공식적인 업무 지시와 보고를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하염없이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

     

    통상적으로 이르면 10월 말~11월 초부터 내년 사업계획을 수립하기 시작한다. 12월에 대표이사 사업보고가 마무리되고, 각 계열사들은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에게 보고를 하고 최종 컨펌을 받는다. 여러 차례 수정 보완 작업을 거치면서 다음해 초쯤 최종 사업계획 및 경영계획이 수립된다. 물론 올해는 그룹에 보고하는 단계가 필요없다.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시간에 쫓겨 내년 사업계획이 지연되거나 졸속으로 수립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현대증권 측은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이뤄지고 있다며 레임덕 우려를 일축하고 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지금은 남은 4분기를 잘 마무리하고, 내년을 어떻게 이끌어갈지 결정해야 할 중요한 시기이다. 현대증권이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는게 아닌지 가장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현대증권은 겉으로는 태연하다. 하지만 속으로는 빨리 금융당국 승인이 끝나고 신임 사장이 취임해서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이뤄지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

     

    금융당국은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문제가 있으면 승인을 거부하고, 문제가 없다면 하루 빨리 심사를 마무리할 필요가 있다. 오릭스 측도 필요한 서류를 충실하게 제출함으로써 의혹이 남지 않도록 해야 한다. 새 주인을 기다리는 현대증권이 더 이상 손 놓고 있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