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금융당국, 전방위 압박… 우리금융 이사회 22일 자추위 개최 '피의자' 조 행장, 배임죄 확정 시 임 회장 연쇄 타격 불가피 기관 제재‧경영실태평가 결과 따라 보험사 인수 등 차질 우려
  • ▲ 조병규(오른쪽) 우리은행장ⓒ뉴데일리
    ▲ 조병규(오른쪽) 우리은행장ⓒ뉴데일리
    금융당국과 검찰의 칼끝이 우리금융그룹과 우리은행 현 경영진을 직격하면서 조병규 우리은행장의 연임 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사건을 놓고 금융당국에 이어 검찰이 우리은행과 지주에 압박 수위를 한층 끌어올린 영향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과 조 행장 등 우리금융 수뇌부를 정면으로 겨냥하며 거취 표명을 하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 1부(부장 김수홍)는 “지난 18일 오전 우리은행 불법 대출 및 사후 조치와 관련 우리은행장 사무실과 우리금융지주 회장 사무실, 우리은행 본점 대출 관련 부서를 압수 수색했다”고 19일 밝혔다. 

    검찰은 이번 압수수색에서 부당 대출과 관련해 작성된 내부 문서와 결재 기록, 전산 자료 등을 확보했다. 또 조 행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고, 불법 대출을 승인한 혐의로 전 우리은행 부행장 성모씨를 구속 기소했다. 임 회장은 이날 현재까지 참고인 신분이나 추후 수사 진척에 따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미 지난 8월 27일 압수수색에서 부당 대출에 대한 사실관계를 일정 부분 파악했고, 9월에는 손 전 회장의 처남 김모씨와 대출을 해준 임모 우리은행 전 본부장 등 관련자들을 구속했다. 

    검찰은 이번 추가 수사에서 조 행장이 취임 전 부당대출이 이뤄진 과정을 취임 후에 인지하고도 금융당국에 즉시 보고하지 않은 부분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늑장 보고 혐의를 받는 조병규 은행장 등 현 경영진을 대상으로 수사를 확대한 것으로 파악된다. 임 회장도 이번 사태에 관련돼 있어 확인할 부분이 있다고 검찰은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교롭게도 금융감독원도 지난 15일까지로 예정된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에 대한 정기검사를 일주일 연장하는 등 전방위 압박에 나서면서 조 행장의 입지는 더 좁아진 형국이다. 

    ◇부당대출 늑장 보고 확정 시 배임죄 성립… 사법 리스크에 조 행장 연임 불투명

    법조계에서는 조 행장 등 현 경영진이 부당대출을 인지했음에도 보고를 누락하거나 회수 등 신속한 조치에 나서지 않았다면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변호사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를 위반해서 손해를 일으켰을 때 배임죄가 성립하는 것이기 때문에 알고도 시간을 미루거나 임무를 해태(책임을 다하지 않음)해서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면 별도의 배임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현 경영진이 손 전 회장 친‧인척이 연루된 대출의 존재를 어느 시점에 인지했느냐에 따라 임기 중 취급된 대출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변호사는 “가정이지만 추가 대출이 임기 하에 있었는데 알면서도 조건이 안되는 대출이 반복되게 묵인했다면 전임 회장과 똑같은 위치가 되는 것”이라면서 “이로 인해 회수를 어렵게 했다면 업무상 배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 행장이 피의자 신분이 되면서 차기 우리은행장 선임은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조 행장은 아직까지 자신의 거취를 밝히지 않았으나 업계 안팎에서는 연임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행장의 임기는 올해 연말까지인데 우리은행 경영 승계 프로그램에 따르면 은행장 임기 한 달 전인 이달 30일까지 차기 행장 후보를 결정해야 한다.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겠다며 4명의 1차 롱리스트(1차 후보군)와 숏리스트(최종 후보군)를 공개했던 작년과 비교하면 완전히 다른 상황이다. 

    우리금융 이사회 철통 보안 속 오는 22일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 추천위원회(자추위)를 열고 차기 행장 선임에 대해 논의한다. 

    이런 가운데 반복되는 금융사고도 조 행장 연임에 악재로 꼽힌다.

    우리은행에선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을 포함해 올해 들어서만 네 번째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은행 실적 개선세도 뚜렷하지 않은 상황 속에 이달 들어서는 사실상 모든 대출을 중단하는 초유의 사태마저 벌어지면서 내부 불만도 빗발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 이사진들이 이번 사태의 민감성을 감안해 차기 행장 선임에 신중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금융당국과 검찰이 ‘CEO 책임론’을 겨냥해 압박 수위를 높이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이사진의 과감한 결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보험사 인수 난항… 당국 제재 가능성‧경영실태평가 변수

    손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이 미래 우리금융 수익원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우리금융이 금융당국으로부터 기관 제재를 받거나 정기검사에서 경영실태평가가 3등급 이하로 나오면 추진 중인 동양생명 및 ABL생명 인수, 제4인뱅 인가 등에 제한이 생길 수 있어서다. 

    우리금융은 지난 8월 동양생명과 ABL생명에 대한 인수 계약을 체결하고 대주주 변경 등 금융당국의 승인 절차를 남겨둔 상태다. 

    그러나 당초 올해 안이나 늦어도 내년 초 보험사 인수를 완료하려 했던 계획의 차질이 불가피한 상태다.

    문제는 우리금융이 내년 8월 말까지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인수하지 못하면 계약파기는 물론 수천억 원 규모의 계약금을 날릴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8월 말 중국 다자보험과 체결한 인수계약에 따라 한 차례 계약연장을 포함해 총 12개월 안에 인수절차를 완료하는 조항이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기한 안에 절차를 완료하지 못해 다자보험이 계약파기를 희망할 경우 우리금융은 인수가격(1조5493억원)의 약 10%에 해당하는 1550억원 규모의 계약금을 날릴 수 있다. 

    게다가 정기검사 최종 결과 및 관련 판단이 계약만료 기간인 내년 8월 말까지 나오지 않을 수도 있고, 만약 정기검사에서 경영실태평가가 3등급 이하로 나오면 규정 상 자회사 편입승인 심사 통과가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