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 이후 강달러 기조 이어져 원자재 원료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국제 유가도 공급 우려 속에 다시 오름세 생산비 증가 요인 산적… 경영비 부담 가중경기침체 장기화에 농산물 소비도 위축돼
  • ▲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사과. ⓒ뉴시스
    ▲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사과. ⓒ뉴시스
    강달러 현상이 이어지고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농가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원자재 값을 비롯해 에너지 비용까지 상승하며 농업인들의 경영비 부담도 가중되는 상황이다.  경기침체와 누적된 고물가로 인한 농산물 소비 위축도 농가 경영안정을 위협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원·달러 환율은 1390원~1400원을 오가며 강달러 기조가 지속되고 있다. 그동안 트럼프 당선인이 보호무역주의와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공언한 만큼 강달러가 장기간 고착될 것이란 전망이다. 

    당장 농가 경제는 비상이다. 사료·비료 등 농업 필수재의 원료 대부분이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환율 변화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어서다. 농업은 일반 제조업과 달리 원자재 값 인상 등으로 생산비 부담이 가중되더라도 가격에 반영해 해소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도 생산자 부담을 키운다. 통상 농산물 가격은 생산비보다 수급 영향에 더 좌우되어서다. 

    김상효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달러 강세가 계속 유지될 경우, 수입의존도가 높은 에너지, 비료, 사료 등 농업투입재 비용이 상승하고 국제 운송·물류비 증가 영향으로 농가 경영비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최근 국제 유가도 공급 우려 속에 다시 오름세다. 18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3.36%(2.25달러) 상승한 69.17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격화와 노르웨이 원유 생산 차질 등의 영향이다. 

    김 연구위원은 "트럼프 당선인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조기종식을 공언했지만 유럽연합(EU)와 우크라이나 반대로 전쟁 장기화 가능성도 있다"며 "이는 한국이 수입하는 밀, 옥수수, 콩 등 주요 곡물과 원자재 가격 불안정성을 초래할 수 있고, 중동지역 갈등도 재점화하면 천연가스와 국제 원유 가격 변동성이 심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가가 상승세가 이어지면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인상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 최근 국민 경제 부담과 생활 물가 안정 등을 고려해 농업용 전기는 동결했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전력공사는 전기요금의 단계적 현실화하겠다는 방침이어서다. 

    실제 최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한전의 농사용 전기요금 개편 방안 용역 보고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중장기적으로 농사용 전기를 산업용 수준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계획 등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 속 농업 경영비 상승은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해 농업 경영비는 2677만9000원으로 전년(2511만9000원)보다 6.6% 상승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특히 비료비와 영농광열비는 유가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다. 같은 기간 농가구입가격지수(2020년 100 기준) 중 비료비는 194.7, 영농광열비는 173.7을 기록했다.

    더욱이 문제는 경기침체로 농산물 소비도 위축되고 있다는 점이다. 고환율도 이어지고 있어 물가 상승과 실질 구매력 약화 도미노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실제 고물가 시기에는 농산물 소비도 타격을 받았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물가가 급등했던 2019년~2022년 간 가구당 농축산물 구매액은 1.4%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과일은 9.3%, 채소는 6.9% 급감했다. 

    황의식 GS&J 인스티튜트 농정혁신연구원장은 "농산물 가격은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수요 위축으로 인한 하방 압력과 경영비용 상승 등 농가 경영 악화 요인들로 상승 압력이 충돌하는 양상"이라며 "환율 등에 영향받는 비료·사료 가격 등을 안정화시키기 위한 지원들을 비롯해 농가 경영 안정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