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대출규제 여파…실수요자 전세서 월세로 이동서울 전세 매물 증가세 이어져…"월세 선호 지속될 듯"
  • ▲ 공인중개업소 밀집상가. ⓒ뉴데일리DB
    ▲ 공인중개업소 밀집상가. ⓒ뉴데일리DB
    금융당국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대출규제 영향으로 임대차시장 불안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가계대출 조이기를 통해 주택 매매수요 억제에 나서자 전세매물은 쌓이고 월세가격은 상승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어서다. 일각에선 월세가격 상승이 전세가격을 자극할 것이라는 예측과 함께 금리인하 기조에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려는 움직임도 늘어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6일 KB부동산 월간주택가격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는 118.0으로 전년동기(110.8) 대비 7.2p(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전용면적 95.86㎡이하 아파트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로 지난 2015년 12월 통계집게가 시작된 이후 약 9년만의 최대치다. 수도권 월세지수 경우도 지난해 10월 113.1보다 6.5p 상승한 119.6으로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대출규제 대상이 유주택자뿐 아니라 전세수요자에게도 영향을 미치면서 실수요자들이 월세로 몰리고 있어서다. 이에 비아파트 시장과 서울외각 월세가격까지 오름세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부동산 정보플랫폼 다방 집계를 보면 지난 9월 서울 25개 자치구별 연립·다세대 원룸(전용면적 33㎡이하) 평균 월세는 73만원으로 전월대비 2.6% 올랐다.

    반면 서울 전세매물은 빠르게 쌓이고 있다. 아파트 실거래가 플랫폼 아실 통계를 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매물은 3만899가구로 한달전 2만8406건 대비 8.7%, 석달전 2만6610건과 비교해서는 16.11%나 증가했다. 

    현장에서는 금융당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했지만 대출규제에 가로막혀 수요자들이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강서구 화곡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 수급불균형이 심각한 상황에서 금리가 인하되면서 월세로 전환하려는 집주인들이 증가해 전세물건 부족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며 "임차인들도 대출이 안 나오면서 월세로 눈을 돌리고 있는 상황인데 이렇게 되면 월세선호에 따른 전세매물 감소로 오히려 전세와 월세가격이 동반상승해 주거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월세선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시장 참여자들의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주택시장에 반영됐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며 "오히려 전세대출이 힘들어진 상황에서 집주인도 금리인하 흐름아래 월세를 선호하면서 월세화가 가속화하면서 전세가격도 더 뛸 수 있어서 임대차시장에서 서민들 주거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 ▲ 잠실일대 위치 한 공인중개사무소. ⓒ뉴데일리DB
    ▲ 잠실일대 위치 한 공인중개사무소. ⓒ뉴데일리DB
    이에 다주택자 규제 완화와 비아파트에 대한 정부 지원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서진형 광운대 교수는 "한국의 경우 전체 임대 시장에서 공공임대가 6~7% 정도고 나머지는 민간에서 공급해야 하는 구조다"며 "다주택자에 집을 사서 전세를 놓아야 하는데 취득세 중과와 양도소득세 실거주의무 등 각종 규제에 주택구입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청년, 신혼부부 등 주거 취약계층에게 전세자금 대출을 완화하거나 지원하는 쪽으로 핀셋지원을 해 주거복지를 실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최근 빌라를 중심으로 전세사기가 터지면서 아파트로 수요가 쏠리면서 가격을 끌어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정부 지원을 통해 비아파트에 거주하려고 했었던 사람조차도 밀려서 아파트시장으로 내몰리게 만드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