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업 경쟁력 강화방안' 자기자본 3조 이상 대형 증권사 5곳에 '절대유리'중소형 증권사, 당국 정책 반발 속 생존위한 특화전략 찾아야 돼
  • 전일 발표된 '금융투자업자의 기업금융 기능 강화 등 경쟁력 강화방안 추진'을 두고 증권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업계 교통정리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금융투자회사들이 자금조달이라는 기본업무 강화는 물론 새로운 고부가가치 업무영역도 개척할 수 있는 조치가 될 수 있지만 50여개 증권사들간의 빈부격차는 더욱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소형 증권사 입장에서는 전문성을 갖추지 못할 경우 회사 매각 또는 청산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유도하는 정책이 될 수 있다는 것.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14일 '금융투자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종합금융투자사가 자기자본의 100% 한도 내에서 기업에 자금을 빌려 줄 수 있게 된다. 또 종합금융투자사가 비상장 주식 시장을 개설할 수 있고 모든 증권사가 전문투자형 사모펀드를 운용할 수 있게 된다.


    결국 '종합금융투자사'라는 타이틀을 가진 대형 증권사들이 국내 자본시장에서 영역을 넓히도록 유도하는 조치로 풀이할 수 있다.


    금융위는 기업금융 기능 강화와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는 대형 증권사 육성을 목표로 2013년에 NH투자증권, KDB대우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등 자기자본이 3조원을 넘는 5곳을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한 바 있다.


    최근 미래에셋증권이 1조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 점도 KDB대우증권 인수를 위한 목적이 가장 크지만, 기존 2조4476억원대의 자기자본 규모를 늘려 자체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의도도 담겨 있다.


    반면 주요 대형 증권사를 제외한 나머지 증권사들은 생존을 위한 선택이 불가피한 상황을 맞게 됐다. 위탁매매는 물론 IB업무를 대형사 주도로 판을 짜놓은 금융당국의 조치에 위탁매매를 제외한 나머지 사업은 추진할 기회조차 잃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이 나오고 있다.


    당장 중소형 증권사(자기자본 3조 미만) 한 관계자는 "M&A(인수합병), 프로젝트파이낸싱 등의 기업금융에 강점을 갖고 있던 중소형사의 일거리도 대형증권사들에게 넘겨주게 되는 조치"라고 푸념했다.


    또 다른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기업 신용공여를 대형 증권사들에게만 허용해 중소형사들의 시장진입을 봉쇄했다"며 "개인과 기업 신용공여 한도분리로 대형 증권사들의 개인대상 신용대출의 길을 열어줬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결국 중소형 증권사들은 오랜 증권업황 불황을 벗어날 기미가 보이자, 다시 당국의 업계 개편 움직임에 떨게 되는 상황을 맞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영업 중인 증권사는 56개로, 일각에서는 여전히 그 수가 많아 차별성과 경쟁력이 없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하지만 이번 정책이 의도적으로 중소형 증권사의 영업의지를 꺾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역시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종합금융투자사업자(IB) 자격을 보유한 증권사가 5개에 그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업계의 '교통정리'가 단계적으로 진행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새로 도입된 NCR(영업용순자본비율)비율, 인터넷전문은행, 단기콜자금 규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도입 등 거의 모든 정책이 대형사 위주로 나오고 있다"며 "중소형 증권사들이 자신들만의 특화 전략을 살릴 수 있는 정책도 제시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소형 증권사들도 위탁매매와 파생상품에 치중한 경영보다는 중소 및 벤처기업에 대한 자금수혈, 자산관리, 해외상품발굴 등의 전문성을 키우는 것이 시급하다"며 "증권사들이 독자적인 사업모델을 개발할 경우 금융당국이 이에 대한 권리를 행사하고 보호받을 수 있는 조치도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