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금융당국 신규 IPO 중단에 한국 증시 입성으로 전환'고섬' 사태 이후 4년 간 중단된 중국기업 상장 기대감 높아져
  • 중국 기업들의 국내 증시 입성이 재개되고 있는 가운데 실추됐던 신뢰도가 회복될지 주목된다. 국내 증권사와 한국거래소는 IPO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며 적극적인 유치에 나서고 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다수의 중국 기업이 국내 증권사를 상장 주관사로 선정하며 한국 증시 입성을 노리고 있다. 중국 정부의 신규 기업공개(IPO) 중단 조치가 지속됨에 따라 중국기업들은 한국시장을 대체시장으로 여기며 진출 기회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당국은 IPO가 있을 때 마다 기존 주식을 팔아 IPO 참여 자금을 마련하고 있다는 분석에  IPO를 중단시켰다. 증시 부양을 위해 IPO 카드를 꺼내든 것은 중국 투자자들이 주식을 팔아 IPO에 참여할 자금을 마련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 2011년 완리인터내셔널(완리) 상장 이후 끊긴 중국 기업 상장이 연말에 재개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 중국 고품질 합성운모 전문기업 크리스탈신소재는 지난 12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코스닥 상장 절차에 돌입했다.


    주관증권사인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오랜 공백을 깨고 다시 한국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첫 번째 중국기업으로서 한국거래소의 까다로운 심사과정을 통과했다는 점 등은 그간 실추됐던 중국기업의 신뢰도를 보강하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국시장에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은 웨이나화장품, 통얼다케이블, 패션아트, 헝셩그룹 등으로, 이들은 각각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등과 시장진출을 준비 중이다. 유안타증권도 지난해 골든센츄리의 자회사인 금세기차윤제조와도 주관사 계약을 마쳤다.


    이처럼 '중국 고섬공고유한회사(중국 고섬) 사태' 이후 한동안 움츠러들었던 중국 기업들이 국내 증시의 문을 두드림에 따라 증권사들도 조심스럽게 발을 넓히고 있는 모양새다.

    중국 고섬사태란 지난 2011년 3월 중국 고섬이 국내 증시에 상장한지 2달 만에 회계 부실로 거래가 정지됐고, 이후 결국 상장폐지돼 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은 사건을 말한다. 이로 인해 타 중국기업들 역시 고섬사태로 인해 한동안 '차이나 디스카운트'에 시달렸다.


    하지만 최근 중국 증시가 상장 수요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한국거래소 역시 적극적으로 해외 기업 유치에 힘을 쏟으며 중국 기업들이 국내 증시 입성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중국 기업이 우리나라 증시에 상장하면 기업 가치를 더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도 상장 유치에 적극적인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최 이사장은 올해 220개사 상장 유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중소벤처와 중견기업 사이에 놓인 기업들도 적자상태에서 상장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바꿔나갈 계획"이라고 밝히며 중국 기업에 대한 문을 열어놓고 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해외 기업들의 국내 상장은 긍정적인 면이 많다"면서도 "제2의 고섬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감을 불식시키기 위해 중국 기업의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안전장치를 확충해야 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어급 업체에 대한 경쟁이 치열해질 경우 증권사들은 공격적으로 밸류에이션을 제시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무리한 베팅은 결국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안길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해외기업의 상장유치 노력과는 반대로 국내 유명 기업들은 코스피나 코스닥이 아닌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당장 국내 증시 입성을 추진할 경우 '기업공개(IPO) 대어'로 평가받을 수 있는 셀트리온헬스케어나 쿠팡 등은 일찌감치 뉴욕증시 등 대규모 자금유치가 가능한 해외증시 입성으로로 눈을 돌렸다.


    아예 자진상장폐지로 시장을 떠나려는 주요 기업들도 많다.


    지난해 도레이첨단소재로 주인이 바뀐 도레이케미칼(옛 웅진케미칼)도 상장폐지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고, SK브로드밴드는 지난 6월 자진상장폐지로 시장을 떠났다. 또 경남에너지도 상장폐지를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