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 "신축 건물 판매면적 축소" 반발… 이주 거부로 현대화사업 차질 우려수협 "전용면적 그대로·진열공간 등은 무단 점용"… 양해각서 후 비대위 딴지수협, 올해 연장계약서 전시공간 판매면적으로 인정… 복합테마센터 조성에 불똥
  • ▲ 노량진 수산시장.ⓒ뉴데일리DB
    ▲ 노량진 수산시장.ⓒ뉴데일리DB

    서울 노량진수산물도매시장 현대화사업과 관련해 수협과 상인들이 판매면적 축소 여부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수협이 그동안 상인들의 통로 등 공용면적에 관한 무단 점용을 사실상 용인하면서 논란의 불씨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인들은 현 시장부지를 활용해 건물을 증축해야 한다는 견해여서 노량진시장 현대화사업의 불똥이 수협이 야심 차게 준비하는 (가칭)해양수산 복합테마센터 조성으로 튈 가능성도 제기된다.

    ◇상인 "새 건물 판매면적 줄어" 반발… 수협 "전용면적 큰 차이 없어"

    수협은 지난 2012년 첫 삽을 뜨고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사업을 진행해왔다. 현재 시장 바로 옆에 새 시장 건물을 지어 시설을 현대화하는 사업으로 내년 1월 이주할 예정이다.

    하지만 상인들은 새로 지은 시장 건물의 판매면적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고 주장하며 입주를 거부하고 있다.

    노량진수산시장상인 생계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에 따르면 현재 상인 1인당 점포면적은 전용면적으로 5.09㎡(1.54평)이다. 여기에 점포와 통로 사이의 전시·진열공간을 포함하면 11.16㎡(3.38평), 일부 도로·통로까지 가용면적에 넣으면 최대 17㎡(5.09평)까지 판매면적이 늘어난다는 게 비대위 설명이다.

    새 시장 건물은 점포당 전용면적이 4.9㎡(1.5평)쯤이다. 현재와 비교해 0.19㎡(0.4평)쯤 차이 난다. 문제는 새 건물은 통로가 좁아 사실상 전시·진열공간을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상인 A씨는 "새 건물은 물건을 진열할 공간이 적고 심지어 도마나 저울 놓을 공간도 부족하다"며 "수협은 일단 이전한 뒤 고민해보자는데 그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상인 B씨는 "새 건물은 지금보다 고객이 지나갈 수 있는 통로가 좁다"며 "(지금처럼 전시·진열공간을 확보할 경우) 붐비는 시간에 고객이 가게 앞에서 물건을 고르다 보면 다른 사람 통행에 지장을 줘 이동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비대위 관계자는 "수협은 자리가 부족하니 냉장고를 지하에 넣자고 하는 데 말도 안 된다"며 "손님이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언제 지하까지 내려가서 물건을 가져오라는 거냐"고 부연했다.

    이에 대해 수협은 점포당 전용면적은 현재와 큰 차이가 없다는 태도다. 수협은 줄어든 공간에 대해 상인들이 현재 통로 공간까지 점유하고 있기 때문으로 판단하고 있다.

    수협 관계자는 "현재 상인들은 시장 통로를 가게 공간으로 무단 사용하고 있어 넓어 보이지만, 원칙적으로 가게 공간은 1.5평이 맞다"고 설명했다.

    수협은 새 건물에서는 시장 통로를 고객 편의를 위해 제공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수협은 2009년 7월 수협과 상인들이 맺은 양해각서에는 전용면적 등에 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지만, 2012년 11월 상우회가 회원들에게 보낸 안내문에서 구체적인 전용면적을 '1.5평'으로 밝히고 동의를 구한 만큼 판매면적에 대해선 문제 될 게 없다는 견해다.

    ◇경매장+판매장 '수평이동' 시각차… 수협 "배치 문제일 뿐" vs 상인 "면적도 같아야"

    수협은 오히려 비대위가 이미 양해각서까지 맺은 사항에 대해 딴지를 걸고 있다는 태도다.

    수협은 2009년 양해각서 체결 전에 사업설명회를 열고 판매면적이 줄어들 수 있는 만큼 경매장과 판매장을 1, 2층으로 분리하는 안을 제시했지만, 상인들이 반대했다는 설명이다. 상인들이 현재와 같은 구조로 경매장과 판매장을 한 층에 붙여 놓기 원해 땅을 6611.57㎡(2000평)쯤 추가로 사들이고 설계도 다시 했다는 것이다. 이른바 '수평이동' 논란이다.

    수협 관계자는 "비대위는 이제 와 복층구조를 단층으로 변경했던 수평이동을 전시·진열공간 등을 포함한 지금의 판매면적 그대로 옮기는 것이라고 주장한다"며 "하지만 당시는 복층구조가 이슈였지 판매면적은 언급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비대위 관계자는 "상인들은 수평이동이라고 해서 판매면적까지 같다고 생각했다"면서 "당시 수평이동의 구체적인 개념과 판매면적 변화를 따져 묻지 않은 것은 불찰이지만, 수협도 이 부분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주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 ▲ 연장약정서 일부.ⓒ노량진수산시장 비대위
    ▲ 연장약정서 일부.ⓒ노량진수산시장 비대위

    ◇진열공간 등 수협 이중 잣대 도마 위… 연장 계약서에선 판매면적으로 인정 논란

    일각에서는 수협이 이번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시·진열공간에 대해 현 시장과 새 건물에 이중 잣대를 적용하면서 논란을 부채질했다는 것이다.

    수협은 현재 상인들이 통로 등을 무단 점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협이 내규에 따라 지도·점검을 벌이고 있지만, 그때뿐 공용면적에 대한 상인들의 무단 점용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즉 수협은 상인들과 전용면적에 관해서만 계약했고 상인들이 통로 등 일부를 전시·진열공간으로 사용하는 것은 엄밀히 말해 무단 점용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수협은 시장 현대화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상인들과 연장약정서를 맺으며 사실상 전시·진열공간을 포함해 계약을 체결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수협이 작성한 연장약정서를 보면 제1조 '판매자리에 대한 사용 시설물의 표시'에서 대상 면적에는 전용면적뿐만 아니라 전시·진열공간이 포함돼 있다.

    상인들이 사용하는 전시·진열공간이 무단 점용한 판매면적이라는 주장과 배치되는 계약 내용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수협이) 점포 약정서에서 전시·진열공간을 인정해줬으면서 이를 기준으로 새 건물의 판매면적이 현재 연장 계약된 면적보다 작다고 따지는 게 말 바꾸기나 딴지를 거는 것이냐"며 "수협은 일단 이전 후 문제점을 개선하자지만, 손님들이 발길을 돌리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상인들의 생계 문제로 이어진다"고 역설했다.

    ◇(가칭)해양수산 복합테마센터 조성에 불똥 튀나… 상인 "현 부지 활용해 증축해야" 주장

    상인들은 대안으로 새 건물과 연접한 현 시장 부지에 건물을 증축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비대위 관계자는 "현 부지를 활용하는 접목 증축공사는 어려운 공사가 아닌 것으로 알고 있으며 이를 위해 수협이 새로 대지를 살 필요도 없다"면서 "수협이 부동산 투자개발이라는 딴생각을 접고 현 부지를 상인들을 위해 쓰기로 결정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협은 상인 이전 후 현 시장부지(4만8233㎡)를 활용해 해양수산을 주제로 한 (가칭)해양수산 복합테마센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올해 안에 기본개발계획을 세우고 구체적인 사업 추진에 관해 서울시와 사전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수협은 사실상 비대위 제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수협 한 관계자는 "지난달 말께 비대위가 수협중앙회 앞에서 집회하며 임원들을 만나 증축 요구를 한 것으로 안다"며 "당시 수협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고 비대위도 비공식적으로는 어느 정도 수긍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