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 34.9% 넘는 고금리 나오나… 저신용 서민들만 벼랑끝
  • ▲ 경제살리기 '골든타임' 속절없이 지나가고 있다. 답답한 정치가 우리 경제를 멍들게 하고 있다.ⓒ뉴데일리 DB
    ▲ 경제살리기 '골든타임' 속절없이 지나가고 있다. 답답한 정치가 우리 경제를 멍들게 하고 있다.ⓒ뉴데일리 DB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새해맞이 새 출발을 준비해야 하지만 이러저러 걸림돌에 한걸음도 내딛지 못하고 있다.

    지난 연말 대부업 최고 금리 제한 법안이 일몰됐다. 서민들의 금리부담과 제도권 금융 이용 문턱을 낮추겠다던 국회가 되레 발목을 잡았다. 당장 이달부터 연 34.9%가 넘는 초과 금리를 받아도 위법이 아니다.

    한계기업을 솎아내겠다며 구조조정을 서두르지만 신용평가 낙제점을 받은 대·중소기업들은 아우성이다.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 일몰로 재무구조 개선작업인 워크아웃을 통해 회생을 꿈꾸던 기업들이 법정관리로 내몰리고 있다. 연말 신용평가 C 등급으로 워크아웃 대상으로 선정됐던 11곳 중 벌써 서너 곳이 위태롭다.

    경제민주화의 대표입법으로 내세운 신규 순환출자 금지도 말이 많다. M&A를 통해 출자고리가 늘어난 삼성과 현대자동차는 1조2000억원이 넘는 수업료를 내야한다. 단박에 해소하지 못하면 천억원대의 과징금이 부과될 형편이다.

    정권 4년차, 경제살리기의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며 읍소를 거듭하는 정부도 딱하지만 존망이 걸린 위기에서도 아무것도 할 수없는 기업과 서민들의 처지는 더욱 애처롭다. 선거구 획정과 내부 헤게모니 쟁탈에만 마음이 가있는 정치권 몽니에 나라도 기업도 모두 피멍이 들고 있다.

     

  • ▲ 대부업 최고금리 제한 법안이 일몰됐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들에게 전가될 전망이다.ⓒ뉴데일리 DB
    ▲ 대부업 최고금리 제한 법안이 일몰됐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들에게 전가될 전망이다.ⓒ뉴데일리 DB

     

    ◇ 年 34.9% 넘는 고금리 나오나… 저신용 서민들만 벼랑끝

    지난 연말 끝내 대부업법 일몰이 도래했다. 업계의 반응은 어차피 예상된 일이라며 차분했다. 앞서 수년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레 34.5% 넘는 초과 금리가 횡행할 것이라는 우려가 없진 않지만 업계에서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라며 평가절하하고 있다. 일부 개인대부업자 중심으로 금리를 높일 수도 있지만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 대부업계에서는 최고금리 제한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며 새로운 변신을 준비하고 있었다.

    대형사들은 저축은행으로 옷을 갈아입고 있다. 중소형사들은 기왕의 여신건에 대한 관리 위주로 방향을 잡았다. "봄날은 갔다"라는 분위기 속에 대략 2~3년 내외일 것으로 추정되는 여신회수에만 몰두하겠다는 얘기다. 지난해말 일부 회사들은 직원들에게 2년간만 신분보장을 하겠다며 일찌감치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문제는 개인대부업자들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다시 제도권 밖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대부업 이용자들의 신용등급이 5~6등급으로 상향되고 있다. 7등급 이하 저신용자들의 처지는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 

    그렇다고 급전이 필요한 형편에 돈을 빌릴 곳도 마땅치 않다. 일부에서는 이 틈을 노려 부르는게 값인 금리 장사를 할 개연성이 높다. 관리 사각지대로 빠져 나갈 경우 문자 그대로 살인금리를 써야할 지도 모른다. 이쯤되면 누구를 향해 원망을 쏟아내야 할까.

     

  • ▲ 기촉법 일몰로 기업들도 줄도산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뉴데일리 DB
    ▲ 기촉법 일몰로 기업들도 줄도산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뉴데일리 DB

     

    ◇ 줄도산 우려 '현실화'… 반샷이된 원샷법

    "반샷도 못됐다." 원샷법 무산과 기촉법 일몰을 바라보는 기업들의 촌평이다.

    한쪽에선 기업 구조조정을 채근하지만 다른 쪽에선 강건너 불구경하듯 태연하니 숨이 막혀 온다. 당장 기촉법이 효력을 잃으면서 개별 금융기관의 채권 회수를 막을 방법이 없다. 기업이 줄도산에 빠질 수 있다.

    워크아웃 절차를 통해 긴급 자금만 지원받으면 살아날 수 있는 기업 조차 법정관리로 직행해야 할 처지다. 법정관리의 경우 워크아웃에 비해 구조조정 속도가 더딘 데다 기업의 회생 가능성도 낮다.

    한국은 아직 시장 자율적인 구조조정 관행이 정착되지 않아 기촉법 같은 제도적인 보완책이 필요하다. 특히 올해의 경우 부실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는 시점이라 기촉법 공백에 따른 후유증이 뼈아프다.

    다급해진 정부는 '은행이 협약에 서명하면 사적계약으로 구속을 받는 식'의 임시 자율협약을 통해 구조조정을 진행할 방침이라고 하지만 기업들은 시큰둥하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자율협약으로 실제 구조조정이 원활하게 이뤄질 지 미지수다. 채권단의 75%만 동의하면 되는 워크아웃과 달리 자율협약은 채권단 전체가 동의해야 해서 합의 도출이 어렵고, 기업에 구조조정을 강제할 수도 없다.

    실제 1차 기촉법 효력이 정지됐던 지난 2006년부터 20007년까지 팬택, 팬택앤큐리텔, 현대LCD, 현대아이티, VK, BOE하이디스 등 6개 기업이 자율협약을 통한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살아남은 기업은 팬택과 팬택앤큐리텔만 양사뿐 나머지 4개사는 채권단 간 합의 도출에 실패하면서 결국 법정관리로 넘어갔다.

    2011년 2차 실효기간에도 삼부토건, 동양건설 등이 법정관리를 받았다. 기업들이 공포에 떠는 이유다.

    기업의 자발적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한 원샷법도 한숨만 나온다. 국회는 여전히 원샷법을 추가 심의하고 있지만 대기업을 배제하고 법을 악용할 경우에 징벌적 조항을 추가해야 한다는 야당의 요구에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현재 대기업은 원칙적으로 제외하되 조선·철강·석유화학 등 일부 과잉공급 업종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방향으로 법안이 논의되고 있다. '반샷법'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다.

     

  • ▲ 경제민주화의 대표입법이라는 신규 순환출지금지 규정으로 기업들은 값비싼 수업료를 치르게 됐다@뉴데일리 DB
    ▲ 경제민주화의 대표입법이라는 신규 순환출지금지 규정으로 기업들은 값비싼 수업료를 치르게 됐다@뉴데일리 DB

     

    ◇ 빛바랜 경제민주화 자화자찬… 기업들만 값비싼 수업료 내야할 판

    지난 연말 청와대는 '경제민주화'에 대한 자화자찬에 나섰다. 역대 어느 정권도 하지 못한 재벌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을 다했다는 자평이었다.

    대표적인 성과로 꼽은 것이'신규순환출자 규제'였다. 하지만 공정위發 역풍에 빛이 바랬다. 공정위가 지난해 말 합병 관련 신규순환출자 금지제도 법집행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서 꼼수 브리핑을 했다는 논란 때문이다.

    공정위는 애초 통합 삼성물산 출범 과정에서 삼성그룹 일부 계열사의 순환출자 고리가 강화됐다며 관련 지분을 내년 3월1일까지 처분해야 한다고 밝혔다. 첫 사례라며 호들갑을 떤 공정위는 삼성그룹에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7300억원대 500만주(2.6%)를 매각하라고 했다. 시장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발표일 직후 5% 이상 급락했던 주식은 연초 개장과 동시에 14만원 선이 무너졌다.

    더 큰 문제는 현대차 논란에서 불거졌다. 현대차 사례를 쉬쉬하던 공정위는 뒤늦게 현대차 그룹에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 합병으로 늘어난 4600억원 상당의 추가 지분을 연내 처분하라고 통보했다. 주어진 시각은 고작 8일. 다급해진 두 그룹 모두 공정위에 유예기간 연장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기한 내 순환출자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면 한국을 대표하는 1, 2위 그룹은 1조원이 넘는 값비싼 수업료를 치르게 된다.

    주식 처분 명령 등 시정조치와 함께 법 위반과 관련한 주식 취득액의 10% 이내에서 과징금도 내야 한다. 족히 천억대를 훌쩍 넘을 전망이다.

    대기업가(家)의 편법적인 지배구조를 고치기 위해 칼을 빼든 셈이지만 세련되지 못한 정책추진에 기업들은 잔뜩 볼이 부었다.

     

  • ▲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쓴 19대 국회는 결국 민생 경제입법화에서도 최하위였다@뉴데일리 DB
    ▲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쓴 19대 국회는 결국 민생 경제입법화에서도 최하위였다@뉴데일리 DB

     

    ◇ 정치권의 네 탓 남 탓 공방…피멍드는 서민과 기업들

    기업들이 가장 볼 일이 많은 정무위와 산업위 등 국회 상임위는 연말에도 몽니만 가득했다. 여야는 대부업법과 기촉법 등 일몰 시한이 임박한 가운데도 공허한 힘겨루기에만 몰두했다

    기촉법과 대부업법 개정안을 비롯해 한국거래소 지주사 전환을 골자로하는 '자본시장법'과 서민금융진흥원 신설 내용의 '서민금융복지법' 등이 골치였다. 원샷법이 걸린 산업위에서도 대기업 포함 여부를 놓고 입씨름만 계속됐다. 결국 민생경제와 관련한 법안 하나 제대로 통과시키지 못한채 해를 넘겼다.

    여당은 "야당의 특정 국회의원 한명이 상임위는 물론 국회 전체를 마비시키고 있다"며 "거래소 지주사 전환 골자의 자본시장법과 서민금융복지법 일괄 처리"를 거듭 주장했다. 반면 야당은 "여당이 특정법안 처리를 요구하며 합의된 전체 법안을 거부하고 있다"며 역공을 펼쳤다.

    그런 정치권을 하염없이 바라봐야만 하는가. 새해를 맞아서도 서민과 기업들의 시름만 점점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