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들 처방전 발급 외면... 건보공단 "다른 병원 찾아봐라"
  • ▲ 제2형 당뇨병 환자에 대한 소모품 구입 지원 혜택이 확대됐지만 병원은 처방전 발급 거부를,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관리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연합뉴스
    ▲ 제2형 당뇨병 환자에 대한 소모품 구입 지원 혜택이 확대됐지만 병원은 처방전 발급 거부를,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관리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연합뉴스


    보건당국이 혈당 측정 시험지 등 당뇨 환자의 소모품 비용 지원 혜택을 확대했지만 정작 병원들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당뇨 소모품 구입에 따른 비용을 지원받기 위해선 내과 등 병원에서 발급하는 처방전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병원 측에서는 처방전 발급 자체를 외면, 혜택을 받기 위해선 당뇨 환자 스스로 발품을 팔아야하는 상황이지만 보건당국은 책임 회피에만 급급했다.

    30일 보건복지부,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자가 당뇨병 혈당관리 소모품 지원 대상이 확대되면서 제2형 당뇨 환자도 지원을 받게 됐다.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가 전혀 되지 않는 제1형 당뇨병(소아당뇨)는 그동안 소모품 구입비 등의 지원을 받았지만 충분한 양의 인슐린을 분비하지 못하는 성인당뇨인 제2형의 경우 대상에서 제외됐었다.

    이와 관련해 복지부는 소모품 지원 대상을 확대한 인슐린을 투여하는 제2형 당뇨 환자도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지원 대상 확대로 2형 당뇨 환자도 혈당측정 검사지, 채혈침, 인슐린주사기, 인슐린 주사바늘 등 소모품 구입에 따른 비용 지원을 받게 된 것이다.

    2형 당뇨환자가 혜택을 받기 위해선 의사 진단 후 환자 등록을 마쳐야 하며 처방전을 받급 받아 건보공단 등록 의료기기 판매업소에서 소모품을 구입해야 한다. 2형 당뇨병 환자는 성인 기준 하루 900원, 30일을 처방을 받으면 2만7000원까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병원 측에서는 이러한 지원 정책을 모른다며 당뇨 환자가 처방전을 발급하는 의원 등을 일일이 찾아다녀야 하는 상황이다.

    서울 영등포구의 A내과의원은 당뇨 환자 소모품 지원에 대해 "당뇨약 처방을 해줄 수 있는 데 (소모품 처방전 발급은) 우리 병원에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중랑구 소재 B병원 측은 "소모품 지원 처방전 발급 여부는 병원을 찾아야 알려줄 수 있다. 원장과 상담해봐야 한다"며 애매모호한 답변을 내놓았다.

    강남구의 한 내과 관계자는 "소모품 처방에 대해 들은게 없다. 보건소나 건보공단에서 확인하라"며 책임을 떠넘겼다.

    혈당 확인 등을 통해 매일 관리가 필요한 당뇨 환자는 그만큼 소모품 사용이 잦다. 혜택을 확대하면서 당뇨 환자 36만명이 지원 대상이 됐지만 병원 측은 정부 정책을 외면하고 있는 셈이다.

    건보공단 콜센터는 "병원 측에 관련 제도를 설명하고 모른다고 한다면 다른 병원을 찾으라"며 병원 측에 안내하기는커녕 당뇨 환자 스스로 해결하는 식이다.

    당뇨환자 지원 정책을 관리해야 할 할 복지부와 건보공단은 책임을 떠넘기기 바빴다.

    복지부 보험급여과 측은 "당뇨 소모품 지원을 집행하는 곳은 건보공단이므로 보건소 등을 통해 홍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의사가 모른다면 환자가 이야기를 해야 한다. 이를 모르는 의사는 징계 사유에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건보공단 급여관리실 관계자는 "처방전에 의한 당뇨 소모품 구입만이 급여 대상이다. 일일이 병원을 찾아 개별 홍보를 해줄 수 없다. 병원이 모른다면 관심이 적은 것이다. 제도 시행이 초기라서 모르는 사람이 있다"며 병원 탓으로 돌렸다.

    적은 금액이라도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당뇨 환자는 보건당국의 졸속 행정과 병원의 무관심으로 정작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 셈이다.

    주부 A씨(57·서울 강북구)는 "당뇨병 환자에게 혜택을 준다고 해서 병원에 소모품 처방전 발급을 요청했는 데 의사가 모른다며 거부했다. 발급이 가능한 병원을 찾는 데 보건당국이 병원에 책임을 넘기고 의사는 모르쇠로 일관하는 모습에 분통이 터진다"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