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월 상환조건 충족 못하면 원금+'반토막 수익률'얹어 조기상환투자자 원금손실 가능성 줄이고, 증권사 빠른 신규 ELS발행 '선순환'글로벌 시장 불안감에 위험 최소화…'덜 먹더라도 덜 잃자' 기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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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기를 맞았을 때 꼬리를 자르고 탈출하는 도마뱀(lizard) 전략을 표방한 리자드 ELS 상품이 각광을 받고 있다.

     

    녹인(원금손실구간진입)공포가 커지면서 절대 수익추구 보다는 안정성을 강화한 방식으로,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발행 증권사와 투자자 모두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가 지난주 내놓은 ELS12592호 청약에 총 35억5000만원(71건)의 금액이 들어왔다.


    ELS12592호는 리자드 ELS 상품으로 같은 기간 판매한 12591호(5억6000만원), 12593호(18억7000만원)에 비해 청약 건수나 금액에서 월등히 앞선다.


    지난달에 리자드 방식으로 청약에 나섰던 12573호 역시 8억500만원(12건)이 들어오며 같은 시기 판매한 12570, 12571호 보다 반응이 좋았다.


    신한금융투자 등 주요 증권사들이 리자드 ELS 상품을 속속 선보이기 시작하면서 투자자들도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영식 신한금융투자 OTC부장은 "리자드형 ELS는 지수의 추가하락 발생이라는 위기상황 전에 파격적인 조건의 조기상환 기회가 주어진다"며 "기존 ELS에 비해 손실확률을 낮출 수 있기 때문에 변동성 높은 현 시장 상황에 잘 맞는 상품"이라고 말했다.


    리자드 ELS라는 용어는 도마뱀처럼 위기시 꼬리를 자르고 '탈출' 기회가 있다는 특징과 연관지어 만들어졌다. 지수의 추가하락 이전에 조기상환의 기회가 있어 위험관리가 가능하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리자드 ELS는 3차 조기상환평가일인 발행 후 1년6개월 까지는 일반적인 스텝다운형 ELS와 구조가 비슷하다.


    6개월마다 돌아오는 조기상환평가일에 기초자산 지수 또는 주가가 기준가 이상을 유지하고 있으면 원금과 약속한 수익률을 얹어 투자자에게 제공한다.


    다만 3차 조기상환평가일 이전까지 기초자산 중 하나라도 리자드배리어를 하회한 적이 있고, 1~3차 조기상환 조건을 모두 충족하지 못한다면 자동으로 조기상환되는데, 이 경우에는 처음 제시한 수익률 대비 절반정도 수준의 수익을 얹어 돌려준다.


    즉, 녹인 구간에 진입해 원금손실이 우려되는 ELS를 증권사와 투자자 모두 들고 있기 보다는 양측이 도마뱀이 꼬리를 자르듯 적정 수준의 손실을 감수하고 청산하는 방식이다.


    물론 투자자 입장에서는 당초 예상 대비 반토막 수준의 수익률을 돌려받기 때문에 ELS가 갖고 있는 고수익의 매력을 포기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예를 들어 신한금융투자가 오는 15일 까지 판매하는 ELS 12613호의 경우 조기상환 평가일에 각 기초자산의 종가가 기준가격의 85%(6개월, 12개월, 18개월), 80%(24개월), 75%(30개월), 60%(36개월) 이상인 경우 최대 15.00%(연5.00%)의 수익금과 원금이 상환된다.


    반면 가입 후 18개월 시점인 3차 조기상환평가일까지 위 조건을 만족하지 못하고, 모든 기초자산이 종가 기준으로 최초 기준가격의 55%(리자드배리어)미만으로 하락한 적이 없으면 원금과 함께 최대 3.75%(연2.50%)를 지급하고 자동 조기상환 된다.


    18개월 동안 유로스톡스50 등 기초자산(지수) 추이에 따라 연 5.00% 상품이 연 2.50% 짜리로 쪼그라들게 되는 셈이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매력적이다. 상환 물량과 비례해 신규 ELS상품을 발행해야 하는 입장에서 18개월 이내로 상환을 완료해 신규 ELS상품 발행을 지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조기상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만기평가일의 기초자산의 종가가 하나라도 최초 기준가격의 60% 미만이면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리자드ELS가 원금손실 가능성을 완전히 줄인 상품은 아니라는 점에서 투자자의 주의가 요구된다.


    리자드 ELS는 지난 2012년 활발히 시장에 나왔다가 올들어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홍콩 H지수 폭락을 경험한 이후 ELS의 원금손실 공포감이 시작되면서 H지수의 대안으로 여겨졌던 유로스톡스50지수 까지도 브렉시트(Brexit) 현실화 이후 급락하며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져 안전에 더욱 만전을 기한 상품에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리자드 ELS 외에도 저베리어, 초저낙인 등의 방식으로 수익률을 낮추더라도 원금손실 가능성을 최소화한 ELS 상품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며 "대다수 증권사들이 ELS 위험관리에 나서면서 저위험·저수익 ELS상품 출시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