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AB 선두 케이캡 … 펙수클루·자큐보 추격HK이노엔, 항혈소판제 성분 더한 복합제 개발 추진구강붕해정·주사제형 시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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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P-CAB(칼륨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 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신약에 제일약품이 합류하면서 경쟁력 확보를 위한 다양한 전략이 나올 전망이다.2019년 '케이캡(성분 테고프라잔)'을 출시한 HK이노엔이 주도하고 대웅제약과 제일약품이 추격하는 양상을 보이며 P-CAB 계열 치료제 시장 자체도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2일 업계에 따르면 1일부터 제일약품의 '자큐보(성분 자스타프라잔)'이 출시됐다. 제일약품과 파트너사 동아에스티가 자큐보의 국내 유통 및 판매를 맡는다.국산 37호 신약인 자큐보에 앞서 30호 신약 케이캡, 34호 신약 대웅제약의 '펙수클루(성분 펙수프라잔)' 등 2019년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받은 국산 신약 8종 중 3종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일 정도로 해당 질환에 대한 수요는 크다.국내 위식도역류질환 환자 수는 2018년 445만명에서 2022년 488만명으로 약 10% 늘었으며 지난해에는 500만명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P-CAB 계열 치료제 시장 규모는 2176억원으로 PPI(양성자 펌프 억제제) 계열 치료제 시장 6951억원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하지만 P-CAB 계열 치료제 시장은 전년 대비 48% 이상 커지며 3% 성장에 그친 PPI(양성자 펌프 억제제) 계열 치료제 시장보다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2019년 출시돼 가장 먼저 국내 출시된 HK이노엔의 케이캡은 지난해 원외처방실적 1582억원을 기록했다.◆복합제 개발도 HK이노엔 '선두'HK이노엔은 케이캡의 물질특허가 2031년 8월 만료돼 삼천당제약 등으로부터 복제약(제네릭) 개발 도전에 직면해 있어 복합제 개발 및 제형 다양화에 힘쓰며 영향력을 지속하는 데 공들이고 있다. 복합제와 제형변경은 신약개발사의 해당 신약의 독점적 지위 연장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HK이노엔은 케이캡에 클로피도그렐 성분을 더한 복합제 개발을 추진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지난해 11월부터 케이캡에 항혈소판제 성분인 '클로피도그렐'을 병용투여하는 국내 임상 1상 시험을 시작해 올 6월 마지막 임상시험 대상자에 대한 관찰을 종료한 뒤 데이터를 분석 중이다.클로피도그렐은 심혈관계 질환 및 뇌졸중 위험을 감소시키는 데 사용되는데 지난해 국내 클로피도그렐 성분 항혈소판제 시장 규모는 5327억원에 이른다.대웅제약과 제일약품도 HK이노엔의 뒤를 이어 각각 펙수클루와 자큐보를 기반으로 복합제 개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어떤 성분과 복합제 개발을 추진 중인 지에 대해서는 개발전략상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구강붕해정, 주사제형 개발 추진HK이노엔과 대웅제약, 제일약품 모두 위식도역류질환 환자의 복용 편의성을 높이고 복용방법에 대한 선택권을 넓히겠다는 취지로 기존 정제 이외의 제형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HK이노엔은 2022년 2분기 출시한 물 없이 입 안에서 녹여먹는 케이캡구강붕해정을 가장 먼저 시장에 내놨다. 지난해 원외처방실적은 252억원을 돌파했을 정도로 의료진과 환자들의 관심도도 높다.대웅제약과 제일약품도 구강붕해정 개발을 추진하면서 HK이노엔의 전략을 따르고 있는 모양새다.3사는 알약을 삼키기 힘들어하거나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위중한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주사제형 개발도 추진 중이다.HK이노엔은 2015년 중국 제약사 뤄신에 9500만달러 규모로 케이캡을 기술수출한 뒤 2021년 케이캡의 주사제형에 대한 기술수출 계약도 체결했다. 뤄신은 올 8월부터 중국 베이징에서 건강한 성인 70명을 대상으로 케이캡의 주사제형 임상 1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대웅제약은 올 7월부터 정맥주사(IV) 제형으로 국내서 임상 1상시험을 진행 중이고 제일약품도 주사제형 개발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국내 위식도역류질환 환자들의 주사제 수요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녹여먹는 구강붕해정이 있는 데다 통증이 동반되고 주사기기를 추가해 정제보다 비용이 높아질 것으로도 예상돼 개발사 수익성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