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회장, 긴급 기자회견 공개매수가 83만원 제시자사주 취득 후 전량 소각… 베인캐피탈 4300억원 투입지분 2.5% 확보 "약탈적 M&A로부터 회사 지켜낼 것"
  • ▲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그랜트 하얏트에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그랜트 하얏트에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을 둘러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영풍·MBK 연합 간 '머니게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경영권 방어의 마지막 변수로 떠오른 자사주 매입이 가능해지면서 양측은 5조원 규모를 넘어 선 '쩐의 전쟁'을 벌일 태세를 갖추고 있다.

    최윤범 회장은 지난 2일 오후 서울 그랜트 하얏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사주를 공개매수한다고 직접 밝혔다.

    현재 고려아연 지분은 최 회장 측이 33.99%, 영풍 장형진 고문 측이 33.13%다.

    고려아연은 MBK파트너스·영풍의 공개매수를 저지하기 위해 오는 4일부터 23일까지 자사주를 공개매수한다. 공개매수가격은 주당 83만원으로, 앞서 MBK 측이 제시한 75만원보다 8만원 높다. 매입 예정 주식수는 최대 약 320만주(15.5%)로 2조6634억원의 자금이 투입된다.

    여기에 더해 고려아연의 공동매수자로서 베인캐피탈도 약 4300억원을 들여 지분 2.5%(51만7582주)를 확보, 공개매수에 힘을 보탠다. 고려아연과 베인캐피탈 연합이 공개매수하는 지분은 최대 18%다. 베인캐피탈은 이사회나 경영권 등에 관여하지 않는 순수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한다.

    최 회장은 "이번에 고려아연이 취득하는 자사주는 향후 적법한 절차를 거쳐 전량 소각함으로써 주주가치를 확고히 높일 것"이라며 "베인캐피탈은 고려아연 현 경영진이 추진하고 있는 트로이카 드라이브 등 미래 사업방향에 대한 굳건한 신뢰와 적극적인 지지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MBK 측은 지난 26일 고려아연의 공개매수가격을 주당 66만원에서 75만원으로, 영풍정밀은 2만원에서 2만5000원으로 각각 상향했다. 공개매수 투입 자금도 2조1400억원에서 2조4500억원으로 확대된 상태로, MBK 측은 더 이상의 공개매수 가격 상향 없이도 충분히 공개매수에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비쳐왔다.
  • ▲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그랜트 하얏트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그랜트 하얏트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 ⓒ정상윤 기자
    최 회장 측이 영풍·MBK보다 높은 공개매수가격을 제시하고 반격에 나서면서 경영권 분쟁은 새로운 분수령을 맞게 됐다.

    MBK 측은 이날 법원의 가처분 기각과 별개로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취득 목적 공개매수 절차를 중지하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고려아연이 이사회를 열어 자사주 매입에 나서겠다고 결의한 것은 주주 이익에 반하는 배임이라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영풍정밀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공개매수도 선언했다. 최 회장, 최창규 영풍정밀 회장, 최창영 고려아연 명예회장 3인이 출자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인 제리코파트너스는 이날부터 21일까지 영풍정밀에 대한 공개매수를 진행한다고 공시했다.

    제리코파트너스는 영풍정밀 발행주식의 25%인 393만7500주를 공개매수하는 데 최대 1181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투입 자금 중 300억원은 최 회장 등 주주 3인이 사재로 출연하고, 나머지 881억원은 하나증권에서 차입할 계획이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 중으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핵심 계열사로 지목된다. 최 회장 측은 대항공개매수가 성공하면 우호 지분이 기존 35.31%에서 최대 60.30%로 증가, 영풍정밀의 고려아연에 대한 의결권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고려아연 측은 "이번 공개매수로 주주들의 혼란이 사라지길 기대한다. 앞으로도 기업가치를 높여 주주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MBK파트너스와 영풍 측은 더 이상 적대적 M&A의 검은 야욕을 버리고,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는 현명한 결정을 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어느 쪽이 승리하든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보고 있다. 고려아연이나 영풍 모두 외부 자금에 의존하는 만큼 리스크가 큰데다, 막대한 차입금으로 인한 부담이 회사의 사업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