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는 SK하이닉스에 파운드리는 TSMC에 밀려갤럭시 아성 위협하는 샤오미… 폴더블은 화웨이과거와 다른 위기감… "잘하는 사업부터 다시 시작해야"
  •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기흥·화성 캠퍼스를 찾아 차세대 반도체 R&D(연구개발)단지 건설현장을 점검하고 있다ⓒ뉴데일리DB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기흥·화성 캠퍼스를 찾아 차세대 반도체 R&D(연구개발)단지 건설현장을 점검하고 있다ⓒ뉴데일리DB
    삼성전자 위기론은 영유하는 사업 전 부문에서 전망이 어둡다는 점에서 과거의 우려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영업손실이 큰 파운드리 부문을 쪼개 분할하는 인텔식 해결책이 쉽게 언급되기 어려운 이유"라며 "적자 사업을 정리한다 해도 현재 수익을 내고 있는 다른 부문이 살아난다고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부동의 1위 메모리부터 '흔들'

    메모리 부문은 삼성전자가 오랫동안 수성해온 캐시카우다. 지난해만 해도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 맹추격해온 SK하이닉스와의 점유율 격차를 벌리며 전통 D램 판매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하지만 인공지능(AI) 열풍이 시작된 올해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하반기에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던 레거시(구형) D램 가격이 폭락하며 시장 주도권은 HBM으로 넘어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D램 PC용 범용제품 고정거래가격은 평균 1.7달러로 한달 새 17.07% 감소했다.

    HBM에서 SK하이닉스와의 격차는 점차 벌어지고 있다. 엔비디아 최신 AI 가속기에 탑재되는 HBM3E 12단 제품은 현재 SK하이닉스만 공급 계획을 밝혔다. 해당 제품은 삼성전자가 지난 2월 세계 최초로 개발했지만, 아직 품질 테스트를 통과했다는 소식은 알려지지 않았다.

    승부의 분수령은 내년 본격화되는 6세대 HBM4 경쟁이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HBM3E에서 부진했던 것을 만회하고 차세대 시장을 다시 꿰차야 하는 당면 과제를 안았다. 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사장)은 "기존 메모리 공정만으로는 HBM의 성능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로직 기술을 결합해야 한다"며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와 시스템LSI를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어 이 분야에서 가장 강력한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 ▲ 삼성전자 HBM3E 12단 제품 이미지 ⓒ삼성전자
    ▲ 삼성전자 HBM3E 12단 제품 이미지 ⓒ삼성전자
    파운드리 TSMC와 격차 커진다

    고전 중인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전망도 밝지 않다.

    이달 발표되는 3분기 실적에서 삼성전자 비메모리 사업부(파운드리 및 시스템LSI)는 적자를 이어갔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증권사는 비메모리 부문 영업손실 규모가 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반면 경쟁사인 대만 TSMC 3분기 매출 전망은 전분기 대비 최소 7.6% 증가한 7280억~7540억 대만달러(약 30조2000억~31조3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TSMC는 2분기 약 27조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TSMC는 최근 미국 애리조나 공장에서 4나노 공정 애플 AP 생산을 시작했다. 애플 칩 생산 본격화는 대량 생산 시점을 앞당기면서 현재 삼성전자가 고전 중인 3나노 공정을 넘어 2나노 수주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TSMC는 이미 2나노 생산 공장을 대만에 건설 중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핵심 생산기지로 지목한 미국 테일러 신규 파운드리 공장 양산 계획을 올해 말에서 2026년으로 연기했다.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점차 TSMC 독주 체제로 굳아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파운드 시장에서 TSMC의 매출 비중이 지난해 59%, 올해 64%, 내년 66%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 ▲ 삼성전자가 개발한 스마트폰 AP 엑시노스2400ⓒ삼성전자
    ▲ 삼성전자가 개발한 스마트폰 AP 엑시노스2400ⓒ삼성전자
    갤럭시 추격하는 샤오미… 위기 돌파 묘수 찾아야

    글로벌 판매량 1위를 수성 중인 스마트폰 사업도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다.

    중국 IT기업 샤오미는 8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12.5%를 기록해 2위 애플(12%)를 제치고 2위로 올랐다. 삼성전자는 17.5%로 1위를 지켰지만, 가격 우위를 앞세운 중국산 스마트폰의 추격은 거세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는 "기술과 가격 측면에서 기기 간 격차가 좁혀지며 상위 브랜드 간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해졌다"고 분석했다.

    샤오미 등 중국산 스마트폰은 인도, 남미, 동남아 등에서 기세를 떨치며 중저가 시장을 주도하는 삼성전자를 공략하고 있다. 올해 2분기 150달러 미만 저가형 스마트폰 시장은 전년 동기 대비 10% 성장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위상도 높아졌다.

    갤럭시 Z폴드를 앞세운 폴더블폰 시장에서는 자국 수요를 등에 업은 화웨이가 삼성전자를 노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화웨이의 글로벌 폴더블폰 시장 잠유율은 27.5%로 삼성전자(16.4%)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전방위에서 쏟아지는 위기론 속에서 중심을 잡는 타개책이 나와야 할 때"라며 "삼성전자가 제일 잘하는 메모리 사업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과감한 도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