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B 이병철·한화 여승주' 같은 듯 다른 두 리더의 자사주 쇼핑

회사의 위기에 투입돼 조직 재건에 나서고 있는 두 증권사의 리더가 비슷한 시기에 취임 이후 자사주 쇼핑에 적극 나서며 눈길을 끌고 있다.

이병철 KTB투자증권 부회장과 여승주 한화투자증권 사장이 그 주인공으로, 다만 자사주 매입에 대한 외부 평가와 함께 매입 결과는 다소 엇갈린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병철 KTB투자증권 부회장의 현재 자사 지분율은 12.37%로, 지난 3월 말 주요주주로 등장하고, 7월 28일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공식 취임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자사주를 사들이고 있다.

꾸준한 자사주 매입으로 이 부회장은 지분 20.22%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있는 권성문 회장과의 격차도 좁히고 있다.

여승주 한화투자증권 대표 역시 올해 증권업계 CEO 중에서 적극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한 인물로 꼽힌다.

올 2월 말 한화투자증권의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 경영 정상화 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과정에서 꾸준히 자사주를 사들이고 있다.

여 사장은 지난 6월에만 4차례에 걸쳐 총 4만주를 취득했고, 지난 8월에도 2차례에 걸쳐 각각 2만주, 1만주를 장내 매수한 바 있다.

10월 들어서도 1만주의 자사주를 추가 매입해 총 17만5413주를 보유해, 0.1%의 지분율을 기록하게 됐다.

한화투자증권은 여 사장 외에도 주요 임원들 역시 자사주 매입에 동참하며 책임경영 강화를 표방하고 있다.

이 부회장과 여 대표이사는 모두 회사가 위기에 흔들릴 당시 구원투수로 등장해 조직 재건의 임무를 띄고 있고, 그 일환으로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다.

여기에 바닥 수준으로 떨어진 회사의 주가부양에도 힘을 쏟으며 취임 이후 '지금이 우리 회사 주식을 살 때'라는 인식을 임직원은 물론 투자자들에게도 심고 있는 점도 공통점으로 꼽힌다.

다만 취임 이후 양사의 주가 추이는 엇갈려 자사주 매입으로 인한 수익 역시 차이를 보인다.

또 자사주 매입을 통한 조직 장악에 대한 의도 역시 엇갈린다.

이 부회장은 지배기반 강화를 위해 자사주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지만, 여 대표는 조직 장악력을 위해 주식을 사들이는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경우 현재 소유 중인 KTB투자증권의 주당 취득 단가는 약 2582원인 반면 현재 주가는 3080원으로 총 873만6000주를 보유한 이 부회장은 자사주 매입을 통해서만 30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특히 지속적인 자사주 매입을 통해 최대주주 권성문 회장과의 지분율을 8% 아래로 좁혔다는 점에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자사주 매입에 지금까지 약 230억원의 금액을 투자했지만 KTB투자증권 부회장으로 부임하기 전 다올신탁 지분매각으로 450억원이 넘는 금액을 손에 쥐었던 만큼 추가 자사주 매입 여건은 충분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회사 관계자는 "권성문 회장과 이 부회장은 주주간 계약에 따라 경영에 참여키로 하고 보유주식에 대해 상호 양도 제한 및 우선매수권, 매도참여권을 보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한화투자증권은 여 대표를 비롯한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 동참에도 아직까지 주가가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여 대표가 취임했던 2월 29일 한화투자증권의 종가는 3101원인 반면 24일 종가는 2320원이다.

대표이사 취임 이후 유상증자 발표와 단행으로 떨어진 주가는 여전히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지난달 유상증자가 성공적으로 완료돼 회사의 재도약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다.

특히 업계는 여 대표가 유상증자 과정에서 신주인수권 매입과 실권주 일반공모에도 참여하는 등 책임감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여 대표가 30년간 '한화맨'으로 몸담아 왔던 만큼 지속적인 자사주 매입이 단순한 투자수단이 아닌 한화투자증권을 그룹 위상에 걸맞는 회사로 도약시키기 위한 CEO로서의 역할로 풀이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