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마리아칼라스홀에서 성황리에 펼쳐진 독창회
-
‘한국의 마리아칼라스’라는 명성이 무색치 않았던 공연이었다.유럽 오페라 무대를 종횡무진하며 한국 음악계의 위상을 드높여온 소프라노 전지영의 독창회가 9일(수) 오후 8시 서울 강남구 대치동 마리아칼라스홀에서 열렸다.마리아칼라스홀은 살롱콘서트홀로 명성이 높은 곳으로 50여명의 관객들이 연주자의 숨소리까지 들을 수 있을만큼 연주자-관객과의 교감이 탁월한 공연장이다.전지영은 이날 그리그의 Ich Liebe Dich (그대를 사랑해)를 시작으로 Als die alte Mutter(어머니가 가르쳐주신 노래, 드보르작) 꽃구름 속에(박두진 곡), I've got Rhythem(거쉬인) O Danny Boy(아일랜드 민요) Seitdem dein Aug'in...(그대의 시선을 느낀 후, 슈트라우스)등 독일과 한국 가곡을 중심으로 1부 무대를 꾸몄다.2부는 오페라의 무대. 푸치니 오페라 잔니 스키키의 O mio babbino caro(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오페라 라 보엠의 무젯타의 왈츠를 비롯, 레하르 주디타, 슈트라우스 박쥐 등의 고난도 아리아들을 연주했다. 특히 피날레로 연주한 구노의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의 Ah! Je veux vivre (아, 꿈 속에 살고 싶어라)는 환상적인 스케일로 관객들의 갈채를 받았다.유럽 평론가들로부터 ‘아시아는 물론 유럽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드라마틱 콜로라투라 소프라노’라는 평가를 받아온 전지영은 이날 때로는 깊은 호흡을 바탕으로 한 우수적 감성의 음악을, 때로는 가벼운 발성의 노래와 함께 얄궂은 표정과 앙증맞은 제스처로 관객들을 사로잡는 등 카멜레온 같은 연주를 펼쳤다.오페라 박쥐의 로잘린데 아리아처럼 유혹하는 아리아에서는 발랄하고 매혹적인 연주로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특히 A음 이상의 고음 영역에서는 드라마틱 콜로라투라 소프라노의 특징으로 꼽히는 화려하고도 폭발적인 성량의 연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전지영은 관객으로 온 한 바리톤과 즉석에서 모차르트 오페라 돈 죠반니에 등장하는 이중창 La ci darem la mano(자! 우리 손을 잡아요)을 부르는 등 관객들을 행복하게 하기도 했다. 이날 반주자로는 피아니스트 김소강이 맡아 호흡을 맞췄다.부산예고를 졸업한 전지영은 1993년 연세대학교에 입학, 김영자 교수를 사사했다. 연세대 재학 당시 오페라 ‘라보엠’의 무젯타 역을 맡아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졸업 후에는 독일로 건너가 뮌헨 국립음대에서 당대 독일을 대표하는 대가들을 사사하며 성악 마스터 석·박사 과정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1999년 Agent인 Stoll로부터 발탁되어 도이치오퍼베를린과 하노버국립극장에서 오페라 ‘마술피리’의 밤의 여왕으로 유럽무대에 화려하게 데뷔했다.이후 전지영은 유럽 각국의 오페라 무대에서 우아하고 섬세하면서도 힘이 있는 드라마틱 콜로라투라 소프라노로 팬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전지영은 독일어권인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를 비롯해 20개가 넘는 유럽의 극장에서 최연소 한국인 솔로가수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독일 최고의 오페라극장에서 ‘마술피리’의 밤의 여왕을 비롯 ‘청교도’, ‘호프만의 이야기’, ‘라 보엠’, ‘낙소스 섬의 아리아드네’, ‘후궁으로부터의 도주’, ‘투란도트’ 등 다수의 작품에서 주역으로 활약했다.특히 전지영은 20여년 동안 유럽의 톱3 극장에서 오페라 ‘마술피리’ 밤의 여왕 역으로 500회 이상 공연하며 클래식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