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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관 마사회장이 다음달 4일 회장직을 내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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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의 임기를 꽉 채웠지만 뒷맛은 떨떠름하다.
한때 연임 가능성이 높았지만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낙마했다는 이미지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최근 현 회장을 연임시키지 않겠다는 입장을 주무부처인 농식품부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마사회 회장으로 취임한 현 회장은 복마전으로까지 불리던 조직에 삼성식 경영을 접목시키며 활력을 불어 넣었다.
신상필벌과 냉정한 업무 평가로 조직의 기강을 다잡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업가 정신으로 실적과 체질개선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 재연임은 당연하다는 것이 내부의 분위기였다.
하지만 끝내 최순실게이트의 쓰나미를 벗어나지 못했다.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의 특혜연습 지원과 삼성그룹이 최씨에게 건낸 독일훈련장 구입비용에 깊이 관여했다는 의혹이 발목을 잡았다.
여기에 현회장이 강하게 밀어붙여 만든 테마파크 마저 사업자 선정에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현 회장은 국정감사에서 “테마파크 사업자 선정에는 관심없다. 오직 마사회가 잘되는 일에만 관심이 있다”며 “감사원 감사를 요청하겠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최순실 모녀- 삼성그룹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라는 의혹에 대해서도 소송 불사를 외치며 펄쩍 뛰었다. 그렇지만 의혹은 꼬리를 물었다.
삼성그룹의 최씨 모녀에 대한 지원이 지난해 10월 작성된 '대한승마협회 중장기 로드맵'에서 드러났다.
더불어 민주당 김현권 의원은 "로드맵은 정유라씨를 피겨의 김연아, 골프의 박세리처럼 만들기 위해 608억원을 투입하는 지원방안"이라며 "현 회장과 마사회가 로드맵 작성에 개입한 것"으로 추정했다.
현 회장 퇴임 이후 진실공방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로드맵은 폐기됐지만 삼성이 최씨가 만든 비덱스포츠(옛 이름 코레스포츠)에 35억원을 직접 송금한 사실도 검찰 수사에서 드러나 정씨의 독일훈련을 지원했다는 의혹이 구체화된 상태다.
마사회의 부정적 이미지를 바꿔보려고 현 회장이 강하게 밀어붙인 위니월드 사업도 우여곡절 끝에 개장과 재개장을 반복하며 지난달 10월 오픈을 했다. 7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 사업이지만 개장 이후 평일 입장객은 100명도 채 들어오지 않는 초라한 모습이다.
다시금 '현명관 없는 조직'이 될 마사회는 고민이 깊다. 정유라 파동으로 비롯된 승마와 말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그동안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있다.가늠 조차 어려운 차기 수장이 누가 될지는 몰라도 거창한 비전 발표 보다 마사회가 진정 잘되는 일이 뭔가를 다시 한번 고민해 현 회장의 이루지 못한 꿈을 만들어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