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소외감 거론하며 "탈모도 병 아니냐" 발언 정은경 "급여화는 의학·재정 기준 충족이 관건" … 약가 통제 효과 언급탈모는 '미용 vs 질병' 경계선, 비만약은 급여 적정성 평가 진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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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쟁점이 됐던 탈모 의료보험 문제가 결국 현실로 다가왔다.이재명 대통령이 탈모 치료제와 비만 치료제의 건강보험 급여화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급여 범위를 어디까지 넓힐 것인가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청년층의 체감 박탈과 비급여 관리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건강보험 재정 한계와 포퓰리즘 논란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탈모도 병의 일부 아니냐"는 발언이 나와 논란이 가중된다.이 대통령은 16일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젊을 때는 보험료를 내기만 하고 실제 지출은 임종 직전에 집중된다는 인식이 청년층에 퍼져 있다"며 "보험의 원리는 이해하지만 당장 혜택을 못 본다는 박탈감도 분명 존재한다"고 말했다.이런 문제의식은 탈모 치료제 질의로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22년 20대 대선 당시 탈모약 급여화를 공약에 넣은 바 있다.그는 "이번(21대 대선)엔 약속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왜 안 해주느냐는 질문을 받는다"며 "요즘 젊은 세대에서 탈모 치료제가 상당히 많이 쓰이고 있는데 탈모도 병의 일부로 볼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정책 검토 여부를 물었다이에 대해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원형탈모처럼 의학적 원인이 명확한 경우는 이미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다"면서도 "유전적 요인에 따른 탈모는 생명이나 기능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질환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급여 대상에서 제외돼 왔다"고 설명했다.이 같은 설명에 대해 이 대통령은 "유전적 요인이라고 해서 병이 아니라고 단정하는 것은 논리의 문제"라고 반박했다. "유전병도 질병인데, 유전에 의한 탈모는 왜 예외로 보느냐"며 질병 개념 자체에 대한 재정의를 요구한 것이다.특히 "과거에는 미용의 영역으로 봤지만 요즘은 생존과 사회적 관계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분명히 있다"고 짚었다.건보 재정의 한계 등 포퓰리즘 지적과 맞물린 상황을 인지한 듯 "무한정 지원이 부담된다면 횟수 제한이나 총액 제한 같은 방식도 검토할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한 이 대통령은 "보험료를 냈는데 혜택을 보고 싶다는 요구를 제도 안에서 어떻게 수용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이 대통령은 "비급여로 두면 가격 통제가 어렵지만 급여로 관리하면 약가가 내려가고 관리도 가능해진다고 들었다"며 "그런 효과까지 포함해 검토해달라"고 주문했다.이에 정 장관도 "급여로 관리할 경우 비용 통제가 가능해지는 측면은 있다"며 원론적 공감을 표시했다.비만 치료제에 대한 질의 역시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정 장관은 "고도비만으로 의학적 문제가 되는 경우 수술적 치료는 일부 급여 대상이지만, 약물 치료는 아직 급여하지 않고 있다"며 "현재 관련 약제에 대해 급여 신청이 접수돼 적정성 평가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이 대통령은 "약물 치료도 상당히 보편화된 것으로 안다'며 '탈모와 비만 모두 청년층에서 체감도가 매우 높은 문제"라고 강조했다.이어 "세대 간 보험료 부담 구조 속에서 청년 소외감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정책적으로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생과 사의 영역도 대기 중인데 … 급여 원칙 훼손 우려도다만 의료계 안팎에서는 이번 발언이 건강보험 급여 원칙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한 대학병원 교수는 "탈모나 비만으로 인한 고통과 사회적 불이익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이를 곧바로 건강보험 급여로 연결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급여 확대는 결국 한정된 재원을 어디에 쓰느냐의 선택이다. 탈모가 병의 일부가 아니냐는 등 발언은 포퓰리즘 논란에서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이어 "중증·희귀질환 치료제조차 급여 문턱에서 수년씩 대기하는 현실을 함께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환자단체에서도 급여 우선순위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나왔다.한 환자단체 대표는 "지금도 생명과 직결된 신약 급여가 재정 문제로 지연되고 있다"며 "무엇이 더 시급한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 없이 급여 범위를 넓히는 논의가 먼저 나오는 것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그는 "건강보험의 존재 이유는 삶의 질 이전에 생명을 지키는 데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대통령의 업무보고 발언은 탈모·비만 치료를 단순한 미용 또는 개인 선택의 문제로 남겨둘 것인지, 아니면 정신적·사회적 건강을 포함한 공중보건 영역으로 확장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적 질문을 던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의료계와 환자단체의 우려가 동시에 제기돼 포퓰리즘 논쟁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